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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사자 와니니 10 - 초원으로 가는 길 ㅣ 창비아동문고 354
이현 지음, 오윤화 그림 / 창비 / 2026년 7월
평점 :
우리 집 아이들이 참 좋아하였던 <푸른 사자 와니니> 시리즈가 드디어 완결이 되었다. 이 책은 쓸모없다는 이유로 무리에서 쫓겨났던 어린 암사자 와니니가 수많은 만남과 선택을 거치며 한 시대를 이끄는 우두머리로 성장하기까지의 긴 여정을 담고 있다. 2015년 첫 권을 시작으로 10년 동안 이어진 이야기는 어느덧 100만 명이 넘는 독자를 만났고, 초등학교 ‘한 학기 한 권 읽기’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도 꾸준히 읽혀 왔다. 2022년에는 IBBY가 선정한 ‘전 세계 어린이가 함께 읽어야 할 책’에 이름을 올렸으며, 2025년에는 권정생 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최근에는 뮤지컬에 이어 공연 실황 영화까지 제작되면서 책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무대와 스크린으로도 영역을 넓혔다. 한 권의 동화에서 출발한 이야기가 10년에 걸쳐 독자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 아동문학을 대표하는 시리즈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으니 <푸른 사자 와니니>의 오랜 독자로서 마지막 권을 만나는 감회가 남다르다.
그 긴 여정의 마지막인 <푸른 사자 와니니 10: 초원으로 가는 길>은 지금까지 시리즈를 관통해 온 ‘성장’이라는 주제를 이전과는 다른 위치에서 풀어낸다. 처음의 와니니가 자신의 자리를 찾아 초원을 달리던 어린 사자였다면 이제는 무리를 책임지는 우두머리이자 성장한 딸들의 선택을 지켜봐야 하는 부모가 되었다. 오랜 벗과의 이별과 불타 버린 검은 땅, 새로운 삶을 꿈꾸는 다음 세대를 마주하면서 와니니가 고민해야 할 것 역시 달라진다. 이제 자신의 길을 찾아가는 것만큼이나 자신이 지켜 온 것을 어떻게 물려주고, 새로운 길을 선택한 이들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가 중요해진 것이다. 어린 암사자의 홀로서기에서 출발해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끊임없이 묻던 이야기는 마지막에 이르러 ‘무엇을 남기고 물려줄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확장된다. 와니니가 처음 초원에 홀로 내던져졌던 순간부터 한 무리의 우두머리가 된 지금까지의 변화를 생각하면 이러한 결말은 지난 10년의 이야기가 어디를 향해 달려왔는지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책은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등장인물과 주요 인물들의 관계, 지난 권까지의 이야기를 간략하게 정리해 놓아 오랜만에 시리즈를 다시 만나는 이들도 어렵지 않게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10권에 이르는 동안 와니니 곁에는 수많은 사자들이 머물렀다가 떠났고, 새로운 무리와 다음 세대가 등장하면서 인물들의 관계도 한층 넓어졌다. 특히 이번 권에서는 와니니 무리뿐 아니라 이들을 도운 코끼리와 새롭게 등장하는 수사자들까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어, 그동안 이어져 온 관계와 현재의 상황을 정리한 뒤 마지막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 또한 ‘앞 이야기’에서는 한 살 무렵 무리에서 쫓겨났던 와니니가 친구들을 만나 자신만의 무리를 이루고 검은 땅에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을 짚어 주면서 어린 암사자였던 와니니가 지금의 우두머리가 되기까지 얼마나 긴 시간을 지나왔는지도 자연스럽게 되새기게 한다.
10권은 인간이 놓은 불이 와니니 무리가 살아온 검은 땅을 집어삼키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불길은 마른 풀숲을 따라 빠르게 번지고 와니니는 무리를 이끌고 불길이 닿지 않은 바위 언덕을 넘어 인간의 길 건너편 낯선 초원으로 피한다. 평소라면 서로 쫓고 쫓겼을 동물들까지 한 방향으로 달아날 만큼 불은 초원을 순식간에 뒤흔든다. 와니니 역시 무리를 안전한 곳으로 이끌기 위해 쉼 없이 움직이지만 피난길 내내 마음에 걸리는 존재가 있다. 지난 권에서 입은 상처가 낫지 않아 눈에 띄게 쇠약해진 바라바라였다.
가까스로 불길을 벗어나 새로운 풀숲에 도착한 와니니는 그제야 바라바라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힘차게 포효하며 곁에 있던 바라바라가 끝내 무리를 따라오지 못한 것이다. 와니니는 곧바로 그를 찾아 되돌아가지만 검은 땅은 이미 불길에 휩싸였고 어디에서도 바라바라의 모습은 찾을 수 없다. 삶의 터전을 잃은 상황에서 오랜 시간 함께해 온 벗마저 사라지면서 완결편의 시작부터 와니니에게 또 한 번의 큰 상실이 찾아온다.
불길을 피해 도착한 새로운 초원은 검은 땅과 달리 사냥감이 풍부하고 평화롭다. 성장한 딸들은 낯선 곳에 대한 호기심을 보이며 새로운 만남과 모험을 기대하지만, 와니니의 마음은 여전히 검은 땅을 향해 있다. 불에 타 모든 것이 사라진 것처럼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풀이 돋고 동물들이 돌아올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함께 터전을 일구고 무리를 키워 온 와니니에게 검은 땅은 쉽게 포기하고 떠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딸들에게는 익숙한 터전을 지키는 일보다 아직 가 보지 않은 곳에서 자신만의 삶을 시작하는 일이 더 중요해지고 있었다.
그런 딸들의 모습은 첫 권에서 마디바가 정한 질서에 따르지 않고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섰던 어린 와니니를 떠올리게 한다. 과거에는 자신이 새로운 길을 선택하는 입장이었던 와니니가 이제는 부모이자 우두머리가 되어 다음 세대의 선택을 지켜봐야 하는 위치에 선 것이다. 자신이 지켜 온 검은 땅으로 돌아가려는 와니니와 새로운 세상을 향하려는 딸들의 모습이 나란히 놓이면서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세대의 변화로 시선을 넓힌다. 와니니의 성장이 자신만의 무리를 만드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제 그 무리에서 자란 이들이 각자의 길을 찾아 떠날 수 있도록 바라보는 단계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낯선 초원에서 와니니는 오래전 자신이 찾아 나섰던 전설의 장소와 다시 연결된다. 호기심 많은 타야리가 깊은 구덩이에 빠졌다가 두 늙은 수코끼리에게 구조되는데, 그들이 향하는 곳은 ‘언제나 비구름이 머무는 초원’이다. 이곳은 첫 권에서 어린 와니니가 잠보, 아산테 아저씨, 말라이카와 함께 찾아갔다가 가파른 낭떠러지에 막혀 돌아설 수밖에 없었던 곳이기도 하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뜻밖의 방식으로 다시 그곳의 소식을 접한 와니니는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이 걸어온 길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다시 살펴보게 된다.
한편 낯선 초원에서 생활하는 동안 와니니의 딸들에게도 변화가 찾아온다. 새로운 존재들을 만나고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세상을 경험하면서 저마다 원하는 삶의 모습이 조금씩 뚜렷해지는 것이다. 와니니는 그런 딸들의 선택을 대신 결정하기보다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도록 지켜보며 필요할 때는 떠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준다. 이후 다시 찾은 검은 땅에도 이전과는 다른 상황이 기다리고 있어 와니니는 우두머리로서 또 하나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성공하는 사냥만이 사냥인 건 아니다'라는 말은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만큼 실패하고 돌아서고 다시 선택하는 경험도 중요하다는 와니니 무리의 삶의 방식을 보여 주며 오래 마음에 남는다.
<푸른 사자 와니니>의 첫 장면을 떠올려 보면 와니니의 변화는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다. 무리에서 쫓겨나 자신의 자리를 찾아 헤매던 어린 암사자는 어느새 다른 이들을 이끌고 그들의 선택을 존중할 줄 아는 우두머리가 되었다. 수많은 만남과 이별, 새로운 시작을 거치며 조금씩 달라져 온 와니니의 모습은 10권에 걸친 긴 이야기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그리고 “초원이 선물한 오늘을 살아갈 것이다.”라는 와니니의 다짐도 오래 남는다. 10년 전 작고 서툰 암사자로 처음 만났던 와니니가 훌쩍 성장한 것처럼, 이 시리즈를 좋아했던 우리 집 아이들도 어느새 한 명은 성인이 되었을 만큼 많은 시간이 흘렀다. 더 이상 새로운 이야기를 기다릴 수 없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아이들과 함께 와니니의 초원을 만나 온 지난 시간까지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어 마지막 책을 덮는 마음이 남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