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진다이아를 사랑해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김선미 지음 / 우리학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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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띠지에 적힌 “슬픔도 유행이 되어야 사람들이 안 잊어.”라는 문장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가제본 서평단으로 작품의 일부를 먼저 읽었을 때는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 단숨에 읽었지만, 결말까지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다. 유명 인플루언서 진다이아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이 어떻게 밝혀질지, 작가가 이 사건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는지 너무 궁금했는데 정식 출간과 함께 비로소 작품 전체를 읽을 수 있어 좋았다.

<우리는 진다이아를 사랑해>는 유명 인플루언서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그 이면에는 소셜미디어 시대의 인간관계와 인정 욕구를 담아내고 있다. 소설은 조회수와 '좋아요'가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고, 온라인에서 소비되는 이미지가 실제 삶을 대신하는 현실을 날카롭게 그려낸다. 과잉기억증후군을 앓는 '다니'가 진다이아의 주변 사람들을 만나며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은 단순히 한 사건의 전말을 밝히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작품은 우리가 타인을 얼마나 쉽게 소비하고 판단하는지, 그리고 화면 속 이미지가 아닌 한 사람 자체를 바라본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자연스럽게 되짚어 보게 한다.


이야기의 시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진다이아의 죽음보다 그 죽음을 둘러싼 온라인의 풍경이다. 마지막 게시물의 댓글 창에는 추모와 비난, 의혹이 뒤섞여 끊임없이 쌓이고, 새로 고침을 할 때마다 '좋아요' 수는 늘어나지만 팔로워 수는 빠르게 줄어든다. 이 장면은 한 사람의 죽음마저도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소비되고, 관심 또한 빠르게 다른 곳으로 옮겨 가는 소셜미디어의 단면을 보여 준다.

저자는 이러한 풍경을 제시한 뒤 곧바로 사건의 진실을 드러내지 않는다. 대신 진다이아를 둘러싼 엇갈린 반응과 분위기를 먼저 보여 주며 '과연 진다이아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녀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라는 궁금증을 자연스럽게 품게 한다. 이후 이야기는 그 질문을 따라 진다이아의 삶을 하나씩 되짚어 나가고 독자는 흩어진 단서를 따라가며 사건의 진실에 점점 더 몰입하게 된다.


이 작품이 흥미로운 이유는 진다이아를 하나의 인물로 그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엄마와 동생 루비, 세정, 수영, 그리고 서준까지 저마다 기억하는 진다이아의 모습은 모두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가족이었고 누군가에게는 동경의 대상이었으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저자는 한 사람을 둘러싼 여러 기억과 감정을 쌓아 가며 인플루언서라는 이미지 뒤에 있던 진다이아의 삶을 보여 준다.

다니가 진다이아가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장소에서 그녀의 흔적을 되짚어 보는 장면도 인상 깊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스쳐 지나가는 사진 한 장이었지만 진다이아에게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기록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남는다. 소설은 이 장면을 통해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이 어떻게 타인의 시선과 숫자에 자신을 맞추는 삶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결국 진다이아의 이야기는 한 인플루언서의 죽음을 넘어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책을 다 읽고 난 뒤 가장 오래 남는 것은 바로 '본다는 것'의 의미이다. 추모식장에서는 진다이아를 기리는 영상이 흐르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사진을 찍고 게시물에 올릴 문구와 해시태그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사람들은 서로 다른 것을 바라보고 있었고, 이 장면은 무엇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우리가 받아들이는 세상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타인을 기억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그 사람보다 이미지와 반응에 더 익숙한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진다이아를 사랑해>는 인플루언서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넘어 한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작품이다. 우리는 보이는 모습만으로 누군가를 안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기준으로 쉽게 판단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소설은 서로 다른 기억과 시선 속에서 한 사람을 단정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 주며 타인을 이해하기에 앞서 먼저 제대로 바라보려는 태도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이 소설은 화면 너머의 누군가를 향한 이야기인 동시에 지금 우리가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만드는 소설로 오래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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