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유명 인플루언서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중심으로 SNS 시대의 비교와 질투, 인정 욕구, 강박을 날카롭게 그려 낸 청소년 소설이다. 베스트셀러 <비스킷>과 <스티커> 등을 통해 청소년의 현실과 심리를 섬세하게 담아낸 김선미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 조회수와 좋아요가 사람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세상을 배경으로, 온라인에서 만들어진 이미지와 한 사람의 실제 삶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담아내었다.
소설은 한 인플루언서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따라가면서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과정 속에 SNS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비교와 인정 욕구, 질투와 강박을 함께 담아낸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왜 타인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는지, 관심과 인정은 언제 집착으로 변하는지, 그리고 SNS 속 화려한 모습은 과연 한 사람의 진짜 모습을 모두 담아낼 수 있는지를 차례로 질문한다. 작품은 여러 인물의 서로 다른 시선을 통해 하나의 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려 내며 우리가 누군가를 얼마나 쉽게 소비하고 판단하는 존재인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프롤로그였다. 소설은 처음부터 진다이아가 남긴 마지막 글을 제시하고 있다. 화면 속에서 사랑받던 사람이 왜 스스로를 '로그아웃'한다고 표현했을까. 화려한 인플루언서의 삶 뒤에는 어떤 현실이 있었기에 이러한 선택을 하게 되었을까? 더욱이 글 곳곳에는 누군가를 향한 원망과 오해,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암시하는 문장들이 담겨 있어 이것이 단순한 유서인지, 아니면 또 다른 의미를 품은 메시지인지를 둘러싼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학교에서 진다이아의 사망 소식을 접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교실은 갑작스럽게 전해진 유명 인플루언서의 죽음으로 술렁이고, 학생들은 SNS와 속보 기사를 통해 그녀의 마지막 게시물과 사망 소식을 확인한다. 경찰은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와 정황을 근거로 극단적 선택에 무게를 두지만 진다이아를 가까이에서 알던 사람들은 평소의 성격과 유서의 말투가 다르다는 이유로 타살 가능성을 의심한다. 처음부터 자살과 타살이라는 두 가능성을 함께 제시함으로써 소설은 사건의 진실에 대한 궁금증을 더 많이 생기게 만들며 이야기 자체에 몰입시킨다.
그리고 사건의 중심에는 주인공 이다니가 있다. 한 번 본 것을 절대 잊지 못하는 과잉기억증후군을 앓는 다니는 진다이아의 동생 루비와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던 인연으로 추모 영상 제작을 맡게 되고 진다이아를 알고 지냈던 네 사람을 차례로 인터뷰하며 그녀의 삶을 되짚어 간다. 그러나 같은 인물을 이야기하면서도 저마다 기억하는 진다이아의 모습은 조금씩 다르고 서로 엇갈리는 증언은 새로운 의문을 만들어낸다. 다니는 자신의 뛰어난 기억력으로 작은 단서들을 하나씩 연결해 나가고 독자 역시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하며 사건의 진실을 함께 추적하게 된다.
책을 읽으며 가장 흥미롭게 느껴졌던 점은 진다이아라는 인물을 직접 보여 주기보다 그녀를 알고 있었다는 사람들의 기억과 증언을 통해 조금씩 그 모습을 완성해 가는 구성이다. 다니가 만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건을 해석하거나 자신의 입장을 먼저 내세우고, 같은 사람을 이야기하면서도 서로 전혀 다른 진다이아를 기억한다. 그래서 인터뷰가 이어질수록 진실에 가까워지기보다 오히려 더 많은 의문이 생긴다. 과연 다니가 끝내 마주하게 될 진실은 무엇일지, 그리고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 정말 진실인지까지 생각하게 만들며 더욱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든다.
무엇보다 이번에 읽은 책이 가제본이었던 만큼 이야기가 가장 궁금해지는 지점에서 이후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는 점이 더욱 아쉽게 다가왔다. 인물들의 엇갈린 증언 속에서 드러나는 작은 단서들이 어떤 하나의 진실로 이어질지, 그리고 지금까지 내가 세웠던 추측이 끝까지 유지될지 아니면 완전히 뒤집힐지 궁금증은 더욱 커졌다. 그래서 정식 출간본을 통해 하루라도 빨리 다니가 마주하게 될 마지막 진실과 진다이아의 죽음에 숨겨진 이야기를 끝까지 확인해 보고 싶어졌다.
<우리는 진다이아를 사랑해>는 한 인플루언서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한 이야기이면서도 그보다 더 깊게는 SNS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비추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람들은 타인의 삶을 몇 장의 사진과 짧은 게시글만으로 쉽게 판단하고 관심과 응원이라는 이름 아래 비교와 질투, 호기심을 소비하기도 한다. 소설은 이러한 현실을 통해 한 사람의 삶이 조회수와 좋아요, 알고리즘 속 이미지로만 기억될 때 무엇을 잃게 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에 처음에는 따뜻한 의미로만 받아들였던 <우리는 진다이아를 사랑해>라는 제목 역시 책을 읽고 나니 모두가 진다이아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그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 했던 사람은 과연 있었는지를 되묻게 하는 아이러니한 문장으로 다가왔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 사람 자체를 소중히 여겨 준 적이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다. 책 속 인물들이 진다이아를 자신의 기준과 욕망으로 바라보았던 것처럼, 나 또한 타인을 내 판단과 선입견 속에서 이해하려 했던 적은 없었는지 돌아보게 된다. 따라서, 소설은 결국 한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관심과 사랑이 소비가 아닌 공감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시선이 필요한지를 생각하게 만들기에 더더욱 앞으로 발간될 정식본이 더욱 기다려진다.
** 출판사로부터 가제본된 책을 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