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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표는 낚싯바늘
윤제림 지음, 장고딕 그림 / 창비 / 2026년 5월
평점 :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어린이가 세상을 향해 던지는 질문과 호기심을 낚싯바늘에 비유하며 일상 속에 숨어 있는 이야기와 의미를 발견해 나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어린이의 엉뚱한 상상과 질문을 담은 동시집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책을 펼쳐 보니 그 질문들은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물음표는 낚싯바늘>에서 윤제림 시인은 어린이의 시선을 빌려 사물과 생명, 그리고 주변 세계를 다채로운 각도에서 바라본다. 어린이들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에 끊임없이 물음을 던지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한다. 시인은 이러한 호기심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어 가는 어린이의 모습을 따뜻하게 그려 내며 독자들에게도 익숙한 일상을 다시 살펴보게 만든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동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물음표>이다. 시인은 ‘물음표는 낚싯바늘’이라는 독창적인 비유를 통해 어린이의 호기심이 지닌 힘을 보여 준다. 생각의 강물에 물음표를 던지자 말하는 숭어가 올라오고, 하늘 연못에 던지자 도깨비감투가 내려앉으며, 우주의 바다에 던지자 유에프오(UFO)가 나타난다. 현실에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존재들이지만 시 속에서는 물음표 하나만으로도 얼마든지 새로운 이야기와 상상이 시작된다.
이 시를 읽으며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한 상상의 즐거움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이는 세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보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질문은 예상하지 못했던 이야기와 만남으로 이어진다. 시 속 화자가 망설임 없이 물음표를 던지는 모습은 호기심이야말로 세상을 더 넓고 깊게 이해하게 만드는 출발점임을 보여 준다. 익숙한 것에 질문을 던지는 순간 평범한 일상도 새로운 이야기로 가득 찬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인상 깊게 다가왔다.
또 다른 작품인 <아기가 말을 배우는 이유>는 짧은 분량 속에서도 기발한 상상력과 유쾌한 반전이 돋보이는 시이다. 우리는 보통 아기가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말을 배우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시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그 이유를 설명한다. 아기는 자신의 말을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자 답답함을 느끼고 결국 ‘지구의 말’을 배우기로 결심한다는 것이다. 마치 아기가 원래부터 자신만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다는 설정은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특히 어른의 시선이 아니라 아기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익숙한 현상을 새롭게 해석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 속 장면을 낯설고 재미있게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 시는 윤제림 시인이 지닌 상상력의 매력을 잘 보여 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니 이 동시집이 단순히 어린이를 위한 동시집에 머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제림 시인은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질문하는 즐거움과 타인을 향한 따뜻한 관심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를 전하고 있다. 끊임없이 물음표를 던지는 호기심은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하게 만들고, 존재하는 모든 것과 친구가 되려는 마음은 세상을 더욱 넓고 다정하게 바라보게 한다.
우리는 성장하면서 많은 것들을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질문하기를 멈추곤 한다. 그러나 <물음표는 낚싯바늘>은 익숙한 일상 속에도 여전히 발견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으며 세상을 향한 작은 호기심 하나가 생각보다 훨씬 넓은 세계로 우리를 이끌 수 있음을 보여 준다. 그래서 이 책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필요한 동시집이라고생각한다. 잊고 지냈던 상상력과 호기심, 그리고 세상과 다정하게 대화하는 마음을 다시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읽는 내내 미소를 짓게 만들고, 책을 덮은 뒤에는 주변을 한 번 더 둘러보게 만드는 따뜻한 힘이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