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하연 작가의 신작이라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귀신을 볼 수 있는 고등학생 동찬이 탐정사무소 소장 영심과 직원 상구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어느 날 고객을 괴롭히는 스토커를 추적하던 영심과 상구는 예상치 못한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되고 그 순간부터 이야기는 새로운 방향으로 흘러간다. 천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승에 남아 있는 영혼들의 마지막 소원을 이루어 주어야 하는 두 사람은 귀신을 볼 수 있는 동찬의 도움을 받아 특별한 여정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귀신과 천국이라는 설정이 흥미롭게 다가왔지만 읽을수록 이 작품은 단순한 판타지를 넘어 떠난 사람과 남겨진 사람 사이에 남아 있는 그리움과 미처 전하지 못한 마음들을 깊이 있게 그려 낸다는 점에서 더욱 인상적이었다. 영혼들이 마지막으로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을 찾아가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들었고 그 속에 담긴 다양한 사연들은 ‘안녕’이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이 책은 언젠가 누구나 마주하게 될 이별의 순간을 따뜻하면서도 담담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며 긴 여운을 남긴다.
소설은 탐정사무소를 운영하는 영심과 조수 상구가 의뢰인을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가스 폭발 사고가 발생한 건물에 나타난 여학생 귀신의 정체를 조사해 달라는 의뢰를 받는 과정은 마치 한 편의 추리소설을 읽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특히 청소년 소설에서는 흔히 접하기 어려운 탐정사무소라는 설정과 개성 있는 두 인물의 조합이 자연스럽게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작품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스토킹 피해자를 돕기 위해 나선 영심과 상구가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목숨을 잃으면서 이야기는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된다. 초반부터 이어지는 빠른 전개는 단숨에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며 이후 펼쳐질 동찬과의 만남과 특별한 여정을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이후 영심과 상구는 천국으로 가기 위해 승천하지 못한 영혼의 마지막 소원을 이루어 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생전 마지막으로 의뢰받았던 미영 프라자의 여학생 귀신을 찾아 나선다. 귀신을 볼 수 있는 동찬의 도움으로 어렵게 마주한 여학생의 이름은 강진원. 그러나 진원은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 못할 만큼 깊은 슬픔에 갇혀 있었고, 세 사람은 자연스럽게 진원의 삶과 죽음에 얽힌 이야기를 추적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부모를 일찍 여의한 뒤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온 언니 진경의 존재를 알게 되고 진원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만났던 친구에 대한 단서도 발견하게 된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궁금증은 더욱 커진다. 학교에서는 성실하고 모범적인 학생으로 알려졌던 진원이 왜 늦은 밤 미영 프라자에 가게 되었는지, 마지막으로 만난 친구와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리고 끝내 전하지 못한 마음은 무엇이었는지가 조금씩 드러난다. 또한 어린 시절부터 귀신을 볼 수 있었던 동찬이 매일 찾아가는 윤아의 존재 역시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작품은 하나의 사건을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물들이 품고 있는 상처와 비밀을 차근차근 풀어내며 자연스럽게 다음 장을 넘기게 만든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진원의 마지막 소원뿐 아니라 동찬과 윤아에게 숨겨진 이야기까지 궁금해지며 작품 속 세계에 더욱 깊이 빠져들게 된다.
숨 가쁘게 이어지는 이야기들의 끝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깊은 감동을 남긴다. 작품 속 인물들은 각자의 상처와 후회, 그리고 전하지 못했던 마음을 품은 채 오랜 시간을 견뎌 왔지만, 마침내 진심을 마주하는 순간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게 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동찬이 보여 주는 모습은 무척 인상적이다. 그는 단순히 귀신을 보는 능력을 가진 인물이 아니라 누군가의 이야기에 끝까지 귀 기울이고 그 마음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사람으로 성장해 간다. 그래서 마지막 순간에 건네는 그의 인사는 단순한 작별의 말이 아니라 상대의 아픔과 행복을 모두 품어 주는 따뜻한 응원처럼 느껴진다.
무엇보다 마음에 남는 것은 떠나는 이를 붙잡기보다 진심으로 보내 주는 동찬의 태도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언제나 슬프고 아쉽지만, 작품은 진정한 안녕이란 상대가 더 이상 아프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그래서 이 책은 죽음과 이별을 다루면서도 결코 우울함만을 남기지 않는다. 오히려 누군가를 기억하는 일, 전하지 못한 마음을 전하는 일, 그리고 언젠가 찾아올 헤어짐을 받아들이는 일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그렇기에 책장을 덮고 나면 동찬이 건넨 마지막 인사가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는다. 그리고 지금 내 곁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에게는 너무 늦기 전에 진심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된 책을 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