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안녕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황영미 지음 / 우리학교 / 2026년 5월
평점 :
예약주문


황영미 작가의 신작이라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와 <고백해도 되는 타이밍>에 이어 성장통 3부작의 완결작으로, 반복되는 이별 속에서 성장해 가는 중학생 정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정유는 어린 시절 엄마와의 이별을 경험한 데 이어서 가장 친한 친구들이 차례로 자신의 곁을 떠나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유학을 가는 친구, 이사를 떠나는 친구, 그리고 기숙사 학교에 진학하는 소꿉친구까지. 정유는 계속되는 헤어짐 앞에서 불안과 상실감을 느끼며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과 떠나 보내야 하는 현실 사이에서 흔들린다.

저자는 전작들에서도 청소년들이 겪는 관계의 고민과 성장 과정을 현실적으로 그려 왔지만 이번 책에서는 이별이라는 주제를 보다 깊이 있게 이야기한다. 그렇기에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친구 관계에서의 갈등이나 설렘을 넘어 소중한 사람이 자신의 곁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하게 된다. 그렇다고 소설은 이별을 단순히 극복해야 할 문제로만 바라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누군가를 좋아하고 아끼는 마음이 클수록 이별이 더욱 아프게 다가올 수 있음을 보여 주며 성장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상실과 변화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

소설의 이야기는 오랜 친구 승아가 겨울방학에 잠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날을 기다리는 정유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정유는 친구와 다시 만날 생각에 설레지만 동시에 그 만남이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미 유학을 떠난 승아, 이사를 간 혜빈이에 이어 가장 친한 친구인 수지마저 기숙사 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정유에게 친구들은 단순한 또래 관계를 넘어 자신의 일상을 지탱해 주는 소중한 존재들이다. 그래서 친구들의 떠남은 새로운 시작을 축하해야 할 일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이 익숙하게 살아온 세계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불안으로 다가온다.

특히 정유는 다른 사람들보다 이별에 더욱 민감한 인물로 그려진다. 어린 시절 엄마를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정유는 누군가와 헤어진다는 사실 자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친구와 잠시 떨어지는 일조차 큰 상실처럼 느끼고,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보다 지금 곁에 없다는 현실에 더 크게 흔들린다. 소설은 이러한 정유의 모습을 통해 성장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외로움과 상실감을 섬세하게 드러낸다. 또한 사람은 누구나 소중한 존재와의 헤어짐을 경험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별에 익숙해지거나 무뎌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 그래서 정유의 이야기는 관계를 소중히 여겨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다가온다.

이어지는 이야기들 가운데 특히 마음에 남았던 것은 엄마를 향한 정유의 그리움이었다. 정유는 종종 꿈속에서 엄마를 만나 대화를 나누고 꿈에서 깨어난 뒤에도 한동안 그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엄마가 세상을 떠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정유에게 그 상실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일상 속 사소한 순간마다 엄마를 떠올리고 문득 익숙한 향기나 풍경을 마주할 때면 엄마가 곁에 있었던 시간을 그리워한다. 특히 엄마가 없는 현실을 이미 받아들였음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켠에서는 여전히 엄마가 돌아올 것만 같은 기대를 품고 있는 정유의 모습은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 저자는 이러한 정유의 감정을 과장된 슬픔으로 표현하지 않고 일상의 틈새마다 스며 있는 그리움으로 담아내는데 그래서 오히려 그 감정이 더 생생하고 깊게 전해져 가슴을 저리게 만든다.

하지만 이야기가 이어질수록 정유는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성장해 간다. 친구들의 연이은 이별 앞에서 무너질 것만 같았던 정유는 외할머니의 죽음과 새로운 생명의 탄생까지 경험하며 세상이 단순히 떠나보내는 일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누군가와 헤어지는 순간이 있다면 또 다른 만남이 시작되는 순간도 존재하고, 끝이라고 생각했던 자리에서 예상치 못한 변화가 찾아오기도 한다. 사실 이러한 일들은 특별한 사건이라기보다 누구나 살아가며 마주하게 되는 삶의 한 과정에 가깝다. 그럼에도 이 작품이 인상적인 이유는 그 평범한 순간들을 정유의 시선을 통해 새롭게 바라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황영미 작가는 성장이라는 것을 거창한 깨달음이나 극적인 변화로 그리지 않는다. 대신 한 사람의 마음이 조금씩 넓어지고 단단해지는 과정을 섬세하게 따라간다. 정유는 여전히 이별을 힘들어하고 여전히 소중한 사람을 잃는 것이 두렵다. 그러나 이전처럼 상실만 바라보는 대신 관계가 남긴 기억과 의미를 품어 가는 법을 배워 나간다. 그래서 정유의 이야기는 단순한 청소년의 성장이야기를 넘어 변화하는 삶을 받아들이며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모든 사람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이는 인물의 감정을 세밀하게 포착하고 독자의 마음속까지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만드는 황영미 작가만의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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