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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하면 되지 뭐 - 실패로 단단해지는 회복탄력성 ㅣ 다봄 사회정서 그림책
사라 린 룰 지음, 문송이 옮김 / 다봄 / 2026년 4월
평점 :
제목이 좋아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최선을 다했음에도 기대한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 아이가 마주하게 되는 좌절과 그 이후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담고 있다. 책은 비교와 경쟁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환경 속에서 아이들이 경험하는 실패의 감정을 중심에 두고, 그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해 나갈 수 있는지를 보여 준다. 결과만을 강조하기보다 실패 속에서도 다시 시도할 수 있는 마음의 힘, 즉 회복탄력성의 의미를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내며 읽는 이에게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이야기의 주인공 빈은 정성을 들여 씨앗을 돌보지만 친구들의 화분에서는 싹이 트는 동안 자신의 화분에서는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 상황을 맞는다. 친구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빈은 질투와 좌절을 느끼고, 결국 다시는 아무것도 심지 않겠다고 마음먹는다. 이 책은 이러한 순간에 아이가 경험하는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보여 주면서 실패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도를 시작할 수 있는 과정임을 차분하게 전한다. 아이들이 실패를 두려워하기보다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마음을 생각해 보게 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게 다가온다.
책의 이야기는 선생님이 아이들을 불러 모아 작은 종이봉투 하나를 보여 주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선생님은 그 안에 아주 작은 비밀이 들어 있다고 말하며 아이들의 호기심을 끌어낸다. 그 비밀의 정체는 바로 씨앗이다. 봉투 안에는 모양과 색이 서로 다른 수많은 씨앗들이 들어 있고, 아이들은 그 가운데 하나를 골라 직접 키워 보게 된다. 어떤 식물이 자랄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아이들은 자신이 고른 씨앗이 어떻게 자랄지 상상하며 하나씩 씨앗을 선택한다.
빈은 여러 씨앗 가운데서도 첫눈에 자신만의 씨앗을 알아본다. 초록빛이 돌고 반짝거리는 데다 동글동글한 모양이 마음에 들어 그 씨앗을 고르게 된 것이다. 과연 빈은 첫눈에 알아본 그 씨앗의 싹을 잘 틔울 수 있을까? 다음으로 이어질 빈의 이야기가 너무 궁금하다.
빈은 자신이 고른 씨앗을 ‘콩’이라고 부르며 무엇이 자랄지 여러 가지로 상상해 본다. 그리고 화분에 흙을 채운 뒤 얕은 구멍을 파 씨앗을 톡 떨어뜨려 심고, 흙을 살짝 덮어 준다. 물도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게 알맞게 주고 햇볕이 잘 드는 창가에 화분을 올려 둔 채 싹이 트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한 시간을 꾹 참고 기다려 보아도 씨앗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선생님은 빈에게 씨앗이 자라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해 준다.
빈은 선생님의 말을 믿고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이 지나도록 매일 화분에 물을 주며 기다린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던 금요일, 엘로이지의 화분에서 먼저 싹이 돋는다. 빈은 작은 목소리로 축하한다고 말하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살짝 부러운 마음도 든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른 다음 주 월요일이 되자 싹이 튼 화분은 점점 늘어나지만, 빈의 콩은 여전히 아무 소식이 없다. 과연 빈의 콩은 언제쯤 싹을 틔우게 될까? 빈의 뒷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책이 단순한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고 아이들이 경험하는 감정과 배움의 과정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책은 과학 시간에 이루어질 법한 씨앗 심기 활동을 통해 사회정서교육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있다. 자연의 성장 과정에는 인간의 노력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하듯이 아이들이 살아가며 겪게 될 실패 또한 반드시 개인의 능력 부족 때문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 주어 더 인상적이다. 빈의 화분에서 싹이 나지 않자 친구들은 여러 가지 이유를 추측하며 묻지만 아무리 따져 보아도 정확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 책은 이 과정을 통해 실패의 원인을 단순히 개인에게 돌리기보다 중요한 것은 실패 이후 어떤 선택을 하느냐라는 것임을 깨닫게 만든다.
책의 이야기 뒤에는 씨앗의 성장 과정에 대한 설명이 덧붙여 있어 책의 메시지를 한층 두드러지게 만든다. 씨앗은 작은 주머니와 같아서 그 안에 뿌리와 줄기, 그리고 어린 식물이 자라기 위한 기본적인 구조가 이미 들어 있다. 단단한 씨껍질 속에서 배아라고 불리는 어린 식물은 잠을 자듯 활동을 멈춘 상태로 기다리며 추위와 더위 같은 환경을 견디다가 싹이 트기 좋은 시기를 맞이한다. 이처럼 씨앗은 보이지 않는 시간 속에서 성장의 준비를 하며 적절한 조건이 갖추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씨앗이 싹을 틔우는 과정은 발아라고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물과 공기, 그리고 이후 성장에 필요한 햇빛과 흙의 영양분이 필요하다. 만약 씨앗이 쉽게 자라지 않는다면 물의 양을 조절하거나 심은 깊이를 확인하고, 온도와 햇빛 같은 환경을 살펴보는 방법도 있다. 같은 씨앗을 여러 개 심어 보거나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기다려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결국 씨앗의 성장은 언제나 계획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다시 시도하고 기다리는 과정 속에서 가능성이 이어진다. 그래서 이 책은 씨앗이든 이야기든 아이디어든, 무엇이든 시작했을 때 결과를 확신할 수는 없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때는 다시 하면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왜냐하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마음이야말로 새로운 시작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