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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배추를 응원해 주세요 - 제30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수상작(저학년) ㅣ 신나는 책읽기 68
온선영 지음, 홍주연 그림 / 창비 / 2026년 3월
평점 :
제목과 표지만 보아도 재미가 있을 듯하여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어느 날 아침 갑자기 양배추가 되어 버린 아홉 살 소년 양현찬의 하루를 그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축구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인 현찬은 부모에게 자신의 꿈을 당당하게 말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고 체육대회 주전 선수를 뽑는 중요한 날 아침에는 뜻밖에도 사람이 아닌 양배추의 모습으로 눈을 뜨게 된다. 이야기는 이러한 기발한 설정에서 출발해 양배추가 된 채 학교에 등교하고 수업을 듣고 운동장에서 굴러다니는 등 예상하기 어려운 사건들을 이어 가며 경쾌한 분위기 속에서 전개된다.
작품은 독특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어린이가 겪는 현실적인 고민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축구를 좋아하지만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주인공의 마음,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 사이에서 흔들리는 어린이의 고민이 이야기 곳곳에 스며 있다. 동시에 어떤 모습이든 주인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친구들과 주변 인물들의 태도는 이야기의 분위기를 한층 부드럽게 만든다. 이 책은 이러한 설정을 통해 어린이의 꿈과 도전에 관한 이야기를 유쾌한 상상력 속에서 풀어내며 읽는 재미를 더한다.
이야기는 주인공 양현찬이 아침에 눈을 떠 자신이 양배추가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축구 선수가 되는 것이 꿈인 현찬은 체육대회 주전 선수를 뽑는 중요한 날 아침, 사람이 아닌 양배추의 모습으로 눈을 뜨며 당황스러운 하루를 맞이한다. 엄마와 아빠는 현찬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 채 그를 평소처럼 학교에 보내려 하고, 현찬은 행주에 싸인 채 부엌 식탁 위에서 어젯밤 일을 떠올리게 된다.
전날 밤 현찬은 학교 숙제로 장래 희망을 적는 과정에서 부모에게 자신의 꿈이 축구 선수라고 말하지만, 부모는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장난처럼 넘긴다. 현찬의 바람과 달리 의사나 과학자 같은 직업을 이야기하며 웃어넘기고 축구를 좋아하는 마음 역시 가볍게 놀림의 대상이 되어 버린다. 이러한 기억을 떠올리며 현찬은 자신의 꿈이 제대로 이해 받지 못했다는 서운함과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 바로 그 다음 날 아침 뜻밖에도 양배추가 되어 버린 상황은 이야기의 전개에 색다른 긴장과 흥미를 더하며 주인공이 양배추로 변했다는 설정 자체가 독자의 시선을 단번에 붙잡아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양현찬이 실제로 양배추가 된 채 학교에 가게 되면서 겪는 여러 장면들을 따라 펼쳐진다. 거울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 현찬은 당황하지만 부모는 그의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채 상황을 평소처럼 넘겨 버린다. 결국 그는 어리둥절한 마음으로 양배추의 모습 그대로 학교에 가게 되고, 자신이 축구 선수도 축구공도 아닌 양배추가 되어 버렸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전날 밤 부모에게 현찬이 축구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하던 장면 역시 인상적으로 남는다. 현찬은 축구공이 선수의 발에 자연스럽게 붙어 움직이는 것은 수많은 연습과 노력 덕분이라며 작은 채소가 굴러가기 위해서도 애써야 한다는 식의 비유를 들어 자신의 마음을 설명하였다. 이 장면은 축구를 향한 현찬의 열망이 얼마나 진지한지 보여 주는 대목으로 읽혀 그래서 현찬이 양배추로 변하게 된 것인가라는 생각을 해보게 만든다.
학교에서의 시간은 예상과 달리 낯설면서도 새로운 경험들로 채워진다. 친구들은 양배추가 된 현찬을 신기해하면서도 오히려 응원의 말을 건네고 양배추가 된 현찬 역시 굴러다니며 계속 축구에 도전한다. 때로는 양배추가 된 덕분에 수업 시간에 잠깐 쉬어 갈 수 있다는 소소한 장점도 발견한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양배추가 된 현찬을 특별하게 대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주변 사람들의 태도이다. 이러한 모습은 다소 엉뚱한 상황 속에서도 꿈을 향해 나아가려는 주인공의 마음을 더욱 또렷하게 드러내며 이야기의 분위기를 한층 따뜻하게 만든다.
결국 이야기의 마지막에서 현찬은 좌충우돌한 하루를 지나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양배추가 된 채 학교에서 보낸 시간은 단순한 소동이 아니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조금씩 마음이 단단해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리고 부모임과 선생님, 친구들은 낯선 모습이 된 현찬을 이상하게 바라보기보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곁을 지켜 준다. 이러한 장면들은 어린이가 어떤 모습이든 존재 자체로 존중 받을 수 있어야 함을 일깨워 주는 듯하다.
그리고 현찬이 받은 따뜻한 시선과 응원은 다시 다른 사람을 향한 다정한 마음으로 이어진다. 자신이 겪은 경험을 통해 비슷한 상황에 놓인 친구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에게 응원을 건네는 모습은 이야기의 여운을 더욱 깊게 만든다. 이 책은 기발한 상상력 속에서 어린이가 자신의 꿈과 마음을 지켜 나가는 과정을 보여 주며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제목처럼 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꿈을 가지고 꿈꾸는 아이들 모두를 응원하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