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와 함께한 진균의 역사 - 곰팡이, 버섯, 효모가 들려주는 공생의 과학
니컬러스 P. 머니 지음, 김은영 옮김, 조정남 감수 / 세종(세종서적)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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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균의 역사가 궁금해서 읽게 된 책이다. 표지 아랫부분에 있는 '곰팡이 없이 인류는 생존할 수 없다!'라는 기존의 많은 사람들의 생각에 반하는 문장은 책에 대한 궁금증을 더욱 야기시킨다. 이 책은 곰팡이를 단순한 부패나 질병의 원인으로 바라보는 기존의 시선을 넘어 진균이 인류의 생존과 문명 형성에 얼마나 깊이 관여해 왔는 지를 과학적·역사적 맥락에서 풀어내고 있다. 인류보다 오래된 생명체인 진균은 생태계의 분해자이자 순환의 축으로서, 의학과 식문화, 종교와 사회 제도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삶 전반에 흔적을 남겨 왔다.

저자 니컬러스 P. 머니는 세계적인 균류학자로서 효모와 곰팡이, 버섯이 인간의 호흡계, 면역계, 소화계, 신경계와 맺는 관계를 구체적인 연구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장내 생태계의 핵심 요소인 마이코바이옴과 항생제와 면역억제제 개발에 기여한 진균 연구의 역사, 발효 식문화와 정신의학적 논의까지 폭넓게 다루며 그동안 의학과 생명과학의 주변부에 머물러 있던 진균 연구의 의미를 재조명하여 더욱 흥미롭고 인상적이다.

책은 제일 먼저 1장에서 저자의 개인적 경험(곰팡이 포자로 유발된 심각한 천식 발작)에서 출발하여 그것이 인간과 진균의 공생관계로 확장하여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다. 어린 시절 거의 죽음에 이르렀던 사건은 트라우마로 남았지만, 동시에 저자를 균류학자로 이끌었고, 훗날 치료 과정에서 위대한 분해자(진균)와 죽음 집착이 연결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통해 인간과 진균 관계를 더 넓은 관점에서 바라보게 한다. 즉, 진균은 공포의 원인이면서도 연구와 이해의 대상으로 다시 돌아오는 존재로 제시되며 독자들의 시선 역시 여태껏 가졌던 것과는 다른 시선으로 유도한다.

1장에서 말하는 인간과 진균의 공생관계에서의 핵심은 가깝지만 보이지 않는 동거라는 거다. 진균은 피부, 두피, 구강, 호흡기, 소화관, 생식기 등 인체 거의 모든 부위에 존재하며, 박테리아·바이러스와 함께 인체 미생물 군집(마이크로바이옴)을 이루는데, 그중 진균의 영역이 마이코바이옴이다. 대부분은 숙주에게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균형을 이루지만, 면역이 약해지면 기회감염을 일으켜 무좀 같은 흔한 증상부터 생명을 위협하는 감염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저자는 공생을 무조건 선한 협력이 아니라, 이익과 위험이 함께 공존하는 기브 앤 테이크 관계로 정의하며, 인체 면역체계가 이 균형을 관리하는 조절자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인간과 진균의 공생은 단지 출생 이후만의 이야기은 아니다. 태변 분석 등을 근거로 진균과의 만남이 출생 이전부터 시작될 수 있으며, 출산 방식(질 분만/제왕절개), 모유 수유 여부, 생활환경과 식습관 변화는 아기의 초기 미생물 정착에 영향을 준다. 더 나아가 인류의 농경 정착, 저장 곡물과 도시화는 진균 노출 양상을 바꾸며 천식과 피부질환 같은 문제를 역사적으로 확대하기도 했고, 반대로 발효(빵, 맥주, 와인, 치즈), 의약(항생제, 면역억제제, 생명공학 생산물), 정신의학(환각버섯 연구)처럼 인간이 진균을 의식적으로 활용하는 공생의 방식도 커져 왔다. 마지막에는 죽음 이후의 분해 과정까지 포함하여 인간이 생태계의 영양 순환 속에서 결국 진균의 작동에 기대어 존재한다는 결론으로 나아간다.

이런 흐름은 앞서 말한 '곰팡이 없이 인류는 생존할 수 없다'를 생물학적으로 구체화한다. 1장이 보여주는 인간과 진균 공생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자궁에서 무덤까지 이어지는 상시적 상호작용이며, 그 핵심은 균형인 점이 아주 흥미롭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진균은 우리의 몸을 황무지로 만들지 않게 지탱하는 파트너이지만, 조건이 바뀌면 즉시 위협으로 전환될 수 있다. 결국 저자는 공생을 좋게만 포장하지 않고, 면역, 환경, 문화가 맞물린 현실적인 관계로 제시하며 지금이야말로 이 내밀한 동거의 규칙을 과학적으로 알아야 함을 강조하여 다음으로 올 내용들을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책의 2부에서는 인간의 몸을 벗어나 환경과 문화 속으로 확장된 진균과의 공생을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다. 특히 인상적인 대목은 신석기시대 암각화에 등장하는 버섯을 통해 인류가 아주 이른 시기부터 진균을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라 치료와 의례, 기억과 의식의 변화에 관여하는 존재로 인식해 왔음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약과 마법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았던 시대부터 버섯은 치유의 도구이자 초월적 경험의 매개로 기능해 왔고, 이러한 인식은 오늘날까지도 약용버섯과 기능성 식품 담론의 밑바탕을 이룬다. 더불어 기억과 인지 기능 회복 가능성으로 주목받는 노루궁뎅이버섯 사례는 신경세포 성장과 면역 반응을 둘러싼 실험 결과와 상업적 과장이 어떻게 엇갈리는지를 보여주며 특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이와 함께 2부는 야생버섯과 재배버섯이 형성한 식문화에서 출발하여 마이코프로틴 기반 대체육처럼 식품산업에 활기를 불어넣는 현대적 활용으로 시야를 넓힌다. 전통 의학과 유전자변형균을 활용한 현대 의약품 생산,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버섯 추출물 마케팅과 독성 버섯·곰팡이독의 위험성, 우울증과 정신 질환 치료에 활용되는 마법의 버섯 연구와 이를 종교의 기원과 연결하려는 논쟁까지 폭넓게 검토한다. 마지막으로 생태계에서 진균이 수행하는 분해자이자 순환자로서의 역할을 짚으며 진균과 인간의 관계가 개인의 건강을 넘어 문명과 자연의 차원으로 얼마나 멀리 확장될 수 있는 지를 보여주고 있다.

결국 이 책을 통해 인류와 함께한 진균의 역사가 도달하는 지점은 아주 명확하다. 인간은 자연의 주인이 아니라, 진균을 비롯한 수많은 미생물과 함께 구성된 하나의 생태계라는 사실이다. 진균은 때로는 질병과 공포의 이름으로, 때로는 약과 음식, 치료의 이름으로 등장하지만 그 모든 모습은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 결과이다. 저자는 진균을 선하거나 악한 존재로 단순화하지 않고, 조건과 맥락에 따라 끊임없이 역할을 바꾸는 동반자로 그려낸다. 이 시선은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생명을 관계망 속에서 이해하도록 이끈다.

이 책의 매력은 진균을 둘러싼 과학적 사실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지식이 우리의 삶과 선택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 지까지 질문하게 한다는 것이다. 진균을 완전히 제거하려는 강박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으며 공존의 균형이 무너질 때 문제가 발생한다는 논지는 현대 위생 관념과 의료 시스템을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동시에 약용버섯과 환각버섯을 둘러싼 과장과 희망을 비판적으로 검토함으로써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태도의 중요성도 분명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이 책은 우리에게 곰팡이를 혐오의 대상에서 이해의 대상으로 새로이 바라보게 만든다. 보이지 않는 생명체가 인간의 몸과 문화, 환경을 어떻게 빚어왔는 지를 따라가다 보면 생명이란 독립된 개체가 아니라 끊임없는 상호작용의 결과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결국 책은 곰팡이에 관한 이야기를 넘어 인간이 자연과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는 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로 이끌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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