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양이 루의 멋진 크리스마스
셀린 리 지음 / 창비 / 2025년 11월
평점 :
표지 그림만 보아도 마음이 따스해지는 책이다. 이 책은 홀로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외로운 한 고양이 루의 크리스마스를 따뜻한 여정으로 그려내고 있다. 겨울과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이 이야기는 외로움과 연결, 환대라는 감정을 중심으로 두고 어린 독자들에게 함께 있음의 의미에 대해 정말 따스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 루는 크리스마스를 혼자 보내야 할 상황에 놓이지만 예상치 못한 기차 여행과 그 여정 속의 사건들을 통해 진정한 따스함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은 그 과정 속의 일상의 감정들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담백하면서도 부드러운 그림으로 풀어내어 더더욱 고양이 루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든다. 단순한 플롯 속에서도 관계의 변화와 감정의 이동으 아주 자연스럽게 흐르며 진심 어린 환대가 어떠한 경험으로 남는지를 깨닫게 만들며 읽는 이의 마음도 따스하게 만든다.
책의 이야기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밤에서 시작된다. 모두가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가운데, 고양이 루만은 혼자였다. 혼자 크리스마스를 보내야 하는 루는 집으로 가는 길 내내 “흥, 나는 크리스마스가 정말 싫어!”라고 투덜거린다.
루의 집 앞에는 이웃 강아지 티스푼이 기다리고 있었다. 티스푼은 루에게 멋진 크리스마스 계획이 있다고 말하지만, 루는 망설이다가 지금은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며 퉁명스럽게 대답하고 집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이후 혼자 돌아온 루는 저녁을 챙겨 먹고,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한 뒤 좋아하는 책을 골라 침대에 누웠지만, 기분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사실, 할머니 없이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가 낯설기만 한 루는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했던 거다. 그런 루를 찾아온 친구 티스푼에게 루는 처음엔 차갑게 대하였지만, 곧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진심을 담은 편지를 건넨다. 할머니와의 기억을 떠올리며 루는 스스로의 마음을 차분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고 작지만 중요한 변화를 받아들인다. 다음 날 티스푼은 루를 기차역으로 데려간다.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루는 조금씩 마음이 풀리는 것을 느낀다. 그렇게 이 책은 마음을 닫은 루가 다시 온기를 되찾아 가는 과정을 조용히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은 크리스마스를 화려한 이벤트로 보내기보다 작은 배려와 환대가 어떻게 한 사람의 일상에 변화를 가져오는지 보여주면서 더더욱 깊은 여운과 울림을 남긴다. 기차가 전나무 때문에 멈춰 선 장면에서 루가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안하고 승객들이 각자 가진 물건을 모아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은 공동체적 행동의 의미를 드러내며 깨달음을 전한다. 그리고 티스푼의 가족이 루를 자연스럽게 맞아들이며 새로운 자리를 내어주는 결말 역시 관계 형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듯하다.
또한 저자 셀린 리의 일러스트는 텍스트가 말하지 않는 여백을 섬세하게 채워 따스함을 충분하게 전한다. 공간의 구조, 사물의 질감, 인물의 표정 등이 서사의 흐름을 뒷받침하며 이야기의 밀도를 높인다. 루가 할머니와의 기억을 되짚거나 새로운 환경에서 조심스럽게 마음을 여는 장면은 그림의 역할을 통해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구성은 독자로 하여금 과장된 감동이 아니라 관계가 회복되는 과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 이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외로움 속에서도,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비로소 느껴지는 온기와 그 가치가 무엇인지 자연스럽게 되새기게 한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는 고양이 루의 멋진 크리스마스를 오래오래 기억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