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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미래가 있다 - 10대를 위한 해양과학 이야기 ㅣ 창비청소년문고 45
이고은 외 지음 / 창비 / 2025년 10월
평점 :
해양과학에 대한 관심으로 읽게 된 책이다. 바다는 단순한 자연환경을 넘어 생명의 기원과 인류의 미래가 연결된 거대한 세계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바다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그 중요성과 가치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이러한 인식의 틈을 메우기 위해 기획된 해양과학 대중서로 바다를 향한 과학적 호기심과 통찰을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쉽고도 깊이 있게 전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해양과학자들과 청소년 과학 저술가 이고은이 함께한 이 책은 해양 생태계부터 기후 변화, 수산 자원, 해저 생명자원의 활용 가능성까지 폭넓은 주제를 대담 형식으로 풀어내며 우리가 왜 바다를 더 깊이 이해해야 하는지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바다를 둘러싼 다양한 과학 분야를 융합적으로 소개하며 독자들에게 바다를 지키는 것이 곧 우리의 미래를 지키는 일임을 일깨워준다.
책은 해양과학을 생소하게 느껴온 독자들을 위해 질문에서 출발한 탐구의 여정을 풀어내며 시작한다. 과학 교사이자 저자인 이고은님은 자신조차 해양과학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었다는 고백에서 출발하여 왜 우리는 바다를 공부하지 않을까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바다는 생명, 기후, 식탁, 산업 등 우리의 삶과 깊이 연결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늘 어딘가 먼 이야기처럼 여겨져왔다. 이 책은 바로 그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한국을 대표하는 해양과학자 네 명과의 진솔한 인터뷰를 통해 바다의 현재와 미래를 하나씩 들려준다. 심해 생물과 진화의 비밀, 물고기의 생태와 어장 변화, 해양 천연물의 신약 개발 가능성, 그리고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과학의 역할까지 각기 다른 전문 분야를 다룬 네 명의 과학자는 바다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열어 줄 것이다. 이들의 이야기 속에는 단순한 과학 정보 그 이상으로 바다를 사랑하고 연구하는 사람들의 열정과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흥미로우면서도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3장〈바다의 처방전〉이다. 그중에서도 해양 생물이 만들어내는 천연물에서 의약적 가능성을 찾아내는 이야기는 특히 기억에 남는다. 이 장에서는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에서 연구 중인 해양바이오 과학자 이연주 박사가 바다를 향한 과학적 탐색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저자는 “자연은 최고의 의사다”라는 히포크라테스의 말을 인용하며 인간이 수천 년 전부터 자연에서 약을 찾아왔음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육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약물 후보는 이미 대부분 발굴되었고 지금은 그보다 훨씬 미지의 세계인 바다로 시선을 옮겨야 할 때라고 말한다. 바다는 여전히 탐사되지 않은 자원으로 가득하며 그 안의 생물들은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육지 생물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특이한 화학 물질을 만들어낸다. 바로 이 점이 신약 개발에 있어 해양 생물이 주목받는 이유인 것이다.
실제로 복어의 독인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은 신경의 신호 전달을 차단해 강력한 진통 효과를 낼 수 있는 물질로 현재 암성 통증 환자를 위한 진통제로 개발 중이다. 또 바다 달팽이인 청자고둥에서 얻은 코노톡신(conotoxin)은 기존 진통제보다 훨씬 강력하고 부작용이 적은 약물로 탄생했다고 하니 너무나 놀아울 따름이다. 이 사례는 단순히 해양 생물이 위험한 존재가 아니라 인류의 건강에 기여할 수 있는 보물 창고임을 보여준다.뿐만 아니라 이러한 천연물을 찾아내는 여정 역시 감동적이다. 열악한 연구 환경 속에서도 고향 바다에서 청자고둥에 주목한 올리베라 박사의 이야기는 과학이 창의적 사고와 집요한 탐구정신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연주 박사는 바다를 지키는 일은 단지 환경 보호를 넘어서, 우리의 건강과 미래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라고 말한다. 이 책은 이처럼 과학적 정보와 인간적인 통찰을 함께 담아내며 바다가 단순한 자연 자원이 아닌 미래 의학의 열쇠가 될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이 책은 바다를 단순한 자연환경이 아닌 지구와 인류를 이해하는 핵심 열쇠로 바라보게 만든다. 이 책은 해양이라는 다차원적인 공간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얼마나 정교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과학적 사례와 함께 명확하게 보여준다. 특히 책 후반부로 갈수록 해양과학이 왜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지를 절실히 느끼게 한다. 심해 탐사를 통한 생명의 기원 추적, 해양 생물을 활용한 의약품과 신소재 개발, 해양열파와 같은 극단적 기후 현상의 분석은 바다가 곧 인류 생존의 해법이자 미래를 여는 창임을 일깨운다.
이 책은 우리에게 바다를 잃는 것은 곧 미래를 잃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바다는 생명의 출발점일 뿐 아니라 기후 조절자이자 자원의 보고로서 인류의 미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공간이다. 그렇기에 바다의 가치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이를 보전하며 지속 가능하게 활용할 책임은 우리 모두에게 있는 거이다. 또한 해양과학은 물리학, 화학, 생물학, 지구과학을 아우르는 대표적인 융합과학 분야로서 과학적 통찰과 통합적 사고를 요구하는 시대에 가장 주목해야 할 학문이다. 이 책은 그 중요성을 단순히 지식 전달에 그치지 않고 전문가와의 생생한 대담을 통해 청소년 독자들이 바다와 과학, 그리고 미래를 더욱 현실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결국 이 책은 과학과 환경, 미래를 연결하는 진정한 교양이자 해양과학에 대한 입문서로, 지금 우리가 어떤 시선을 바다에 두어야 하는 지를 깊이 고민하게 만든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바다를 지키는 일이 곧 우리 삶과 다음 세대를 지키는 일임을 다시금 깨달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