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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호 2 - 수상한 손님 초고리 ㅣ 창비아동문고 348
채은하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25년 9월
평점 :
우리집 2호가 초등학교 시절 너무 재밌게 읽어던 책 <루호>의 2권이라 읽게 된 책이다. <루호>는 사람으로 변신한 호랑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바탕으로 한국 전통 설화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한국형 판타지 동화다. 이 책은 1권의 연장선에 있는 이야기로 변신 호랑이 루호가 자신의 정체성을 두고 고민하는 한편 타인과 시선과 맞부딪히는 과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권에서 '나는 호랑이답게 살아갈거야'라고 외치며 인간 세계 속에서 자기 삶을 선택한 루호는 이번 책에서는 '호랑이는 결국 사람들에게 위협적인 존재일까?'라는 질문을 마주하게 된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소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초고리'라는 아이가 등장한다. 초고리는 호랑이에게 죽음을 당한 뒤 창귀가 된 아이로 동화속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설정이라 인상적이다. 루호는 초고리의 과거의 이야기를 들으며 호랑이와 사람은 친구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이 과정은 바로 설화 <김현감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대목으로 서로 다른 존재간의 관계의 가능성을 되물으며 깊은 울림을 남긴다.
먼저 책은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앞서 펼쳐진 이야기들을 소개함으로써 이야기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이야기의 시작은 산속 추격 장면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루호의 복잡한 마음이 숨어 있다. 친구 지아와의 관계 속에서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 끊임없이 신경 쓰는 루호의 생각이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지아는 루호의 정체가 호랑이라는 걸 알면서도 친구가 되어줬지만 문득문득 놀라는 모습이나 슬퍼 보이는 표정들이 루호는 신경쓰였다. 친해졌기에 오히려 더 어려워진 관계와 마음을 건네는 일이 조심스러워진 상황에서 루호는 갈팡질팡한다. 지아의 눈에 자신이 여전히 신비롭고 아름다운 존재일까, 아니면 무섭고 두려운 모습으로 변해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루호를 흔든다.
"지아는 분명 널 좋아해. 그냥 잘 지내면 된다고." 친구 달수의 말에 루호는 일부러 힘을 내며 고개를 끄덕인다. 등 뒤에 커다란 물음표가 달린 듯 불안하던 마음도 잠시 누그러진다. 좋은 모습만 보여주면 괜찮을 거야라는 스스로의 다짐과 낯선 감정에 조금씩 익숙해져 가는 루호의 모습은 이 이야기가 단순한 판타지를 넘어 관계 속에서 성장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듯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야영장으로 돌아온 루호와 친구들은 잠시 평온한 시간을 보내지만 숲속에서 들려온 낯선 울음소리는 새로운 긴장을 예고한다. 이야기 속 전설 같은 존재인 창귀가 등장하며 아이들 사이엔 무서운 이야기와 함께 불안한 기류가 흐른다. 지아가 무심코 꺼낸 “호랑이는 너무 강해서 창귀까지 부리는 건 너무하다”는 말은 루호에게 큰 상처가 되고 둘 사이엔 미묘한 거리가 생긴 듯 하다. 지아의 진심을 오해한 루호는 ‘호랑이와 사람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빠진 채 숲을 헤매다가 슬픔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을 알아본 한 할아버지를 만난다. 할아버지는 루호에게 “네 자리를 스스로 찾아야 한다”고 조언하며 루호가 지닌 감정의 섬세함이 호랑이의 강함과는 다른 의미의 힘임을 일깨워 준다. 과연 이 할아버지의 정체는 무엇일까? 할아버지의 정체와 그의 조언이 앞으로의 이야기에서 어떻게 이어질지 궁금증을 자아내며 점점 더 깊이 루호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책은 루호와 지아가 서로의 마음속 질문과 불안을 마주하며 진정한 우정을 다시 쌓아 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호랑이라는 자신의 본모습이 지아에게 위협으로 보일까 두려워하는 루호, 그리고 그런 루호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해 혼란스러워하는 지아. 이들의 갈등은 ‘다름’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되지만 결국 서로를 이해하려는 시도를 통해 성장으로 나아간다. 이 이야기의 중심에는 앞서 말한 초고리가 있다. 한때 호랑이와 가족을 이루었지만 사람들의 오해와 두려움 속에 버려져 창귀가 되어 나타난 초고리는 루호와 지아의 관계를 비추는 거울과도 같다. 그의 상처와 외로움은 두 주인공에게도 오해와 거리감, 외로움을 극복해야 할 필요성을 일깨우고, ‘서로 다르다는 것’이 이해와 화해의 시작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또한, 초고리의 사연은 산신 금강과의 갈등, 그리고 친구들 사이의 흔들림 속에서 자신의 선택을 지키는 용기와 진심으로 연결되고 싶은 마음의 소중함을 다시 묻게 만든다.
그리고 루호는 누군가의 기대에 맞추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이 진짜 용기임을 깨닫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간다. 그렇기에 이 책은 관계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으면서도 타인을 이해하려는 마음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 지를 보여준다. 결국 이 책은 독자에게 상처와 오해 속에서도 자신을 긍정하고 진심을 나누면 진짜 우정을 이룰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루호와 초고리, 지아와 친구들은 모두 ‘나다움’과 타인의 시선 사이에서 흔들리며 산신 금강의 방해와 갈등 속에서 자기 긍정과 성장의 의미를 배운다. 동시에 오해를 마주하고 진심을 나누며 화해하는 과정을 통해 다름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진짜 관계를 만든다는 믿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