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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별 1 - 나로 5970841 ㅣ 창비아동문고 345
이현 지음, 해랑 그림 / 창비 / 2025년 9월
평점 :
<푸른 사자 와니니>의 이현 작가의 SF 3부작이라 하여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출간 15주년을 맞아 새로이 한 전면개정판으로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스스로 꿈꾸고 선택하는 어린이 로봇 '나로'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똑같은 모습으로 태어난 세 명의 여자아이 로봇들이 자유와 권리를 찾아 나서는 모험의 이야기들은 동화적 재미를 넘어 인간 존재와 공통체의 의미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진다. 특히 이번 개정판은 시대 변화의 내용 수정과 함께 해랑 작가의 삽화까지 더해져 풍부하고 생생한 이야기를 펼쳐보이며 더 깊이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이야기는 태평양 한가운데 이사벨라섬에서 시작된다. 이곳은 우주 승강기 터미널이 있는 미래의 주요 거점이며 주인공 나로와 엄마는 라그랑주 우주 도시에 있는 아빠의 묘지를 방문하기 위해 여행길에 오른다. 나로는 외형은 여덟 살 여자아이지만, 사실은 고성능 안드로이드 로봇이다. 감성과 지능이 뛰어나 일반 아이들과 다르지 않게 행동하지만, 공장에서 만들어진 존재라는 이유로 새로 제정된 지구 연방법에 따라 우주 승강기 탑승이 거부된다. 엄마는 규정에 반발하지만 로봇 경찰 실버불의 제지로 결국 나로를 로봇 보관소에 잠시 맡기고 혼자 우주로 떠나는 선택을 하게 된다. 태어나 처음으로 혼자 남게 된 나로. 나로에게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여덟 살 아이의 몸을 가진 어린이형 로봇 나로는 평범한 인간 가정에서 사랑을 받으며 살아왔다. 하지만 우주 여행을 앞두고 로봇이라는 이유만으로 탑승이 거부되고, 강제로 로봇 보관소에 수용되어 전원이 꺼지는 수모를 겪는다. 다시 깨어난 나로는 모든 것이 흐릿한 가운데 점차 의식을 되찾고 자신이 로봇이라는 사실과 로봇의 3원칙을 떠올린다. 그러던 중, 보관소에서 본 공룡 로봇 ‘루피’를 본 순간 나로는 설명할 수 없는 강한 확신에 사로잡힌다. 루피를 꼭 데려가야 한다는 생각말이다. 분명 루피는 오늘 들어온 로봇인데 보관소에선 6개월 전 분실된 제품으로 소개하고 있다. 많은 것들이 이상하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로는 자신이 루피를 꼭 데려야가만 한다고 믿고 엄마에게 말한다. 이 장면은 단지 외부 명령을 따르던 로봇 나로가 처음으로 자신만의 의지와 판단을 드러내는 순간이라서 더욱 인상적이다. 그렇다면 나로는 왜 루피를 데려오고 싶어졌을까? 그리고 루피는 단순한 로봇일까, 혹은 나로의 과거와 얽힌 존재일까? 이야기 진행될 수록 자꾸만 쌓이는 궁금증과 펼쳐지는 이야기들은 더더욱 책에 몰입하게 만든다.
엄마와 공룡 로봇 루피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나로는 이웃 진우의 가사도우미 로봇 현주 씨가 팔려가게 될 위기에 처한 것을 알게 된다. 가족처럼 지내던 로봇이 예고도 없이 끌려가고 기억이 지워질 위기에 처한 상황은 나로에게 깊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로봇이란 이유만으로 마음과 과거를 지울 수 있다는 현실은 나로에게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졌던 세계에 균열을 만들게 된 것이다. 그 후, 루피는 나로에게 인간의 통제에서 벗어나 로봇이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인 ‘로봇의 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그리고 로봇의 별에 가기 위해 나로는 중대한 결단을 내린다. 로봇의 별로 가기 위해 자신의 신분 정보가 심어진 오른손의 아이핀을 잘라내는 것이다. 자유를 위해 사랑하는 엄마를 떠나 자신의 손까지 자르는 나로의 선택은 아주 인상적이면서 깊은 울림을 남긴다.
하지만 이후 나로의 여정은 순탄치만은 않다. 나로와 루피는 도망 중에 로봇 사냥꾼들에게 쫓기고 그 과정에서 가사 로봇 현태 씨, 노래하는 로봇 조니와 같은 동료들을 만나게 된다. 이들은 나로를 숨겨주고 때로는 목숨을 걸고 지켜주며 함께 싸워 나간다. 특히 조니가 들려주는 노래는 단순한 음악이 아닌, 로봇의 별로 가는 길을 알려주는 암호로 작동하며 나로의 여정을 이끌어간다. 과연 나로는 무사히 로봇의 별에 도착할 수 있을까? 나로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책은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삶의 주체로서 스스로 결정하고 나아가려는 존재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나로는 로봇이라는 이유만으로 통제와 차별을 겪으며 과연 자신에게도 선택할 권리가 있는 지를 묻는다. 그렇기에 나로가 아이핀을 절단하고 ‘로봇의 3원칙’을 제거하는 결정은 단순한 탈출이 아닌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자기 선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 로봇과 인간, 서로 다른 존재들이 맞서기보다는 협력과 이해를 통해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로봇 사냥꾼 ‘횃불들’과의 갈등을 넘어서게 되는 과정은 차이와 오해 속에서도 새로운 길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는 단지 이야기 속 설정을 넘어 우리 사회의 단절과 편견을 돌아보게 하는 구조적인 질문으로 확장된다. 책 속 나로의 여정은 또한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는 시대일수록 존엄과 윤리, 책임이라는 가치를 함께 고민해야 함을 깨닫게 만든다. 이 책에서는 로봇이 주인공이지만 그 안에 담긴 질문과 선택, 변화는 인간의 삶에도 깊게 닿아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방향을 고민하는 모든 이에게 생각할 거리와 자기 자신을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용기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