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의 쇼핑몰 3 -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 원작 소설 새소설 21
강지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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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쇼핑몰> 1권과 2권은 독특한 설정과 긴박한 전개, 그리고 인물 간의 긴장감 있는 구도로 이야기 자체가 주는 몰입감이 아주 컸다. 전작에서 이미 강지영 작가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미스터리와 액션, 스릴러가 성공적으로 결합된 서사를 경험했기에 시리즈의 완결편인 이 책에 대한 기대는 클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은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킬러들의 쇼핑몰〉의 원작 소설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이야기로 피로 물든 조직 머더헬프를 중심으로 한 마지막 국면을 다루고 있다. 전편에서 축적된 반전과 스펙터클을 기반으로 한층 더 정교해진 서사와 감정적 밀도를 통해 시리즈의 정점을 찍는다고 할까. 주인공은 삼촌의 실종 이후, 인터넷 쇼핑몰 창고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조직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은 단순한 액션 이상의 무게를 가지며 몰입감을 더한다. 그리고 책 전반에 깔린 느와르적 분위기와 다층적인 복선, 예측 불가능한 인물의 등장과 전개는 이번 첵에서도 여전히 유효하게 작동하며 마지막 이야기로서의 완결성과 몰입도를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고 본다.


책의 시작은 주인공 정지안의 중학교 시절에 대한 회상으로 시작된다. 교복을 맞추던 날, 삼촌 정진만과 나눈 짧은 대화는 일상적인 장면 속에서도 이들이 살아온 세계의 비범함이 드러난다. 지안이 자신이 운이 좋다고 말하던 과거는 이미 어딘가 어긋난 세계에 그녀가 발을 딛고 있었음을 암시하며 이후 벌어질 혼란과 불확실성에 대한 예고로 보인다. 그리고 이 회상은 곧 현재로 전환되며 이 책의 중심 서사는 본격적인 위기 상황으로 진입한다.


지안이 외출한 사이 삼촌 정진만은 총성과 함께 실종되고, 비밀조직 ‘머더헬프’의 시스템은 마비 상태에 빠진다. 이 공백 속에서 새로이 등장하는 예사롭지 않은 두 인물은 눈길을 잡아 끈다. 이번 책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수전과 그림책은 사건의 성격을 단순한 실종이나 범죄를 넘어, 정보 통제, 정체성의 혼란, 조직 내부의 균열로 확장시킨다. 특히 ‘그림책’이 제작 중인 웹툰에 머더헬프의 현재 상황이 예고되어 있었다는 설정은 이야기의 현실과 허구 사이의 경계를 흐리며 서사에 독특한 긴장감을 부여하는 듯하다. 이렇듯 이야기의 시작에 과거의 평범한 일상과 현재의 극단적 비상상황을 교차시켜 배치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인물 간의 관계, 세계관의 규칙, 사건의 전조를 직관적으로 감지하게 만든다. 또한 기존 시리즈에서 축적된 인물 서사와 독자 경험을 전제로 정보의 공백과 단서의 누적, 긴장과 불신, 신뢰와 배신이라는 내세우며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시킨다.


삼촌 정진만이 사라졌다. 편의점 전투 후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정지안은 삼촌의 실종과 함께 피로 물든 작업실, 총성과 탄환만을 마주한다. 조직 '머더헬프'는 마비됐고, 갑작스레 나타난 옐로코드 수장 수전과 웹툰 작가 지망생 ‘그림책’은 지안을 중심으로 사건의 실체를 파고든다. 문제는 그림책이 이미 이 모든 상황을 예견하듯 웹툰으로 만들어왔고, 정진만이 그 대본 작업에 수년간 협력해왔다는 사실이다. 지안은 혼란과 배신감 속에서 삼촌의 자리를 대신해 머더헬프를 지키며 조직을 노리는 내부 혹은 외부 세력과 맞서야 한다.


그러나 결정적인 이야기의 전환점은 지안에게만 전달되어야 할 선물에서 시작된다. 폭발 직전의 위기 상황, 그림책의 돌발 행동, 민혜의 재등장, 그리고 진만이 남긴 은신처의 열쇠가 하나씩 나타난다. 이렇게 각종 퍼즐 같은 단서들이 드러날수록 지안은 자신이 알고 있던 삼촌과 조직의 진실이 얼마나 거대한 비밀로 둘러싸여 있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시리즈의 마지막 권답게 전편에서 쌓아온 서사의 긴장과 복선을 하나씩 회수하며 진실에 다가간다. 동시에 정지안이라는 인물이 외부의 위협은 물론 내부의 불신까지 넘어서 성장해가는 과정을 중심에 두고 누아르적 세계와 심리 스릴러의 밀도를 동시에 구현해내고 있다. 과연 지안은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책에 새로이 등장한 수전과 그림책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은 인간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한 어둠, 그리고 그로부터 파생되는 욕망과 생존의 본능, 가족이라는 유대 사이의 긴장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있다. 이야기는 주인공 정지안이 삼촌 정진만이 남긴 비밀스러운 쇼핑몰, 겉으로는 평범한 상점이지만 실상은 살인 도구와 서비스가 거래되는 조직의 핵심 거점을 지키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혼돈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지안은 도덕과 범죄, 현실과 허구가 얽힌 세계 속에서 끊임없이 선택을 강요받는다. 그리고 그 선택의 반복은 단순한 생존을 넘어 스스로의 역할과 책임을 자각해나가는 성장의 서사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녀는 위협과 불신 속에서도 주체성을 잃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간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강인함이란 단순한 ‘강한 캐릭터’가 아니라 불완전한 세계를 견디는 태도와 방향성을 가진 인간상이어야 함을 깨닫게 만든다.


특히 이 작품은 폭력과 부조리가 일상화된 사회를 배경으로 인물들이 그 안에서 어떻게 감정을 통제하고, 또 어떤 방식으로 현실에 맞서 싸우는지를 날카롭게 그려내었다. 그리고 주인공이 마주하는 선택의 순간들은 삶과 죽음, 윤리와 생존의 경계를 가르며 독자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결국 이 책이 우리에게 전하는 핵심 주제는 생존과 선택, 인간 내면의 어둠, 그리고 책임과 성장이라고 생각한다. 위기의 상황에서도 자신이 감당해야 할 몫을 외면하지 않고 내면의 혼란을 뚫고 나아가는 주인공의 여정은 무너진 세계 속에서도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를 조명한다. 그렇기에 어둠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서사의 밀도는 이 책이 단순한 액션 스릴러를 넘어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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