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공통점
안성훈 지음, 모예진 그림 / 창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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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따뜻하고 유쾌한 표지 그림에 끌려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초등학생 5학년인 주인공인 주변 사람들과 자신 사이의 공통점을 발견해 가는 과정을 담고 있다. 주인공은 일상 속에서 전혀 접점이 없을 것 같은 사람들과 예상치 못한 닮은 점을 찾아내며 관계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게 된다. 무서워하던 치과 의사에게 인사를 건너게 된 장면이나 먼나라에 사는 친구와 마음을 나누게 된 계기가 모두 그런 예에 속한다. 이처럼 책은 단순한 사건의 나열로 진행되는 게 아니라 공통점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인물의 시선이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이야기의 흐름을 간결하게 구성하면서도 아이의 내면을 조용히 따라가며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있다. 인물 간의 극적인 갈등이나 큰 사건은 없지만 대신 독자는 주인공의 변화 과정을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 그리고 모예진 작가의 그림은 이야기의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잘 보안하며, 특히 공통점을 발견하는 순간을 부드럽게 표현해 내용의 흐름을 돕는다. 이 책은 새로운 관계를 시작할 때 다름보다는 닮음에 주목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를 깨닫게 만든다. 게다가 이 모든 이야기는 일상의 장면을 통해 자연스럽게 전해지며 누구라도 이 책을 읽으면 공감할 수 있게끔 만든다.


책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닮은 점을 찾아보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지만 단순히 공통점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차이점을 먼저 드러내며 이야기의 몰입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진행한다. 제일 처음 실린 엄마와의 이야기를 보면 다음과 같다. 주인공은 엄마가 퇴근한 뒤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들려주며 일상의 대화를 시작한다. 평범한 대화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상상과 질문, 웃음과 공감이 녹아 있다. 예를 들어, 박물관 견학 이야기를 하던 중 엄마는 “딱 하루만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어떻게 할래?”라는 질문을 던진다. 주인공은 과거로 가고 싶어 하고, 엄마는 100년 뒤 미래로 가고 싶어 한다. 생각의 방향은 달라도 ‘상상하기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그 둘을 연결해 준다. 그렇기에 이러한 이야기들은 단순히 닮은 점을 찾는 것을 넘어서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누며 공감대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머리 위에 생각이 구름처럼 떠오른다면 어떨까?’와 같은 상상은 아이의 창의력을 자극하면서도 가족 간 대화의 즐거움을 잘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아이는 상상하고, 엄마는 그 상상에 더 기발한 상상을 얹는다. 이처럼 책은 아이의 생각을 존중하고 그것을 확장해 주는 어른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그려낸다. 이야기의 마무리는 앞으로도 재미난 생각이 떠오르면 제일 먼저 엄마한테 말할 거야라는 다짐으로 끝나는데 이는 아이가 엄마와의 대화를 통해 느낀 신뢰와 즐거움, 그리고 연결감을 보여주어 참 따뜻하고 좋다.


그리고 이 책은 겉보기엔 단순해 보이는 "공통점 찾기"라는 활동을 통해 아이가 세상과 관계를 맺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주인공 현서는 처음엔 가족이나 친구처럼 가까운 사람들과의 닮은 점을 찾는 데 집중하지만 점차 눈을 넓혀 다양한 사람들과 사물, 심지어 동식물에게까지 관심을 확장해 나간다. 이 흐름은 공통점을 찾는 것이 단순한 놀이를 넘어서, ‘관심 갖기’와 ‘이해하기’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책이 흥미로운 지점은 현서가 처음부터 열린 태도를 가진 아이로만 그려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는 때때로 편견이나 오해에 사로잡히고, 사람을 성급히 판단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계기를 통해 상대와의 예기치 못한 닮은 점을 발견하면서 조금씩 자신의 생각을 되돌아보고 태도를 바꿔나간다.


예를 들어 현서는 매일 저녁 윗집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점점 예민해진다. 개구지고 고집 센 윗층집 아이 민호는 자신과 전혀 닮지 않은 아이처럼 느껴졌고, 배려심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붙은 층간소음 안내문 아래 민호가 쓴 사과 메시지를 보게 된다. 삐뚤빼뚤한 글씨체가 어릴 적 자신의 글씨와 닮아 있다는 걸 깨달은 순간 현서의 시선이 달라진다. 민호가 귀찮은 존재에서 친숙한 아이로 느껴지고, 발소리마저 “기분 좋은 일이 있나 보다”라는 따뜻한 상상으로 이어진다. 소리는 그대로지만 감정은 전혀 달라진 것이다. 이렇듯 공통점을 발견하는 일이 단순한 닮음 찾기를 넘어서 마음의 거리를 좁히고 갈등을 이해로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만든다.


이렇게 이 책은 ‘공통점 찾기’를 통해 관계의 시작점을 발견하게 하고, 나아가 타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은 강점이나 특별한 재능이 아니라 실수와 허술함, 익숙한 감정들 속에서도 연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그리고 현서는 때로는 자신의 관점에서 타인을 관찰하고 때로는 제3자의 입장에서 두 사람 사이의 닮은 점을 발견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혀 간다. 이러한 관찰과 발견은 어린이 독자가 인간관계 속에서 ‘나’와 ‘너’를 보다 깊이 이해하고, 서로 다른 사람들과 건강하게 어울리는 방법을 익히게 하는 데 큰 의미가 있다. 결국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 관계 속 갈등이나 거리감을 좁힐 수 있는 실질적인 실마리를 제공한다. 타인의 다름을 두려워하기보다 그 속에서 나와 이어지는 작은 점 하나를 찾아보게 만드는 이 책은 모든 어린이가 꼭 한번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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