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박한 수학 사전 - 외계어 같던 개념이 이야기처럼 술술 읽힌다
벤 올린 지음, 노승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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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표지만 보아도 재미가 있을 것 같은 책이다. 이 책은 수학을 언어로 해석한다는 독창적인 발상에서 출발하여 기존 수학 입문서의 깨는 그야말로 신박한 수학책이다. 단순한 공식의 암기나 문제 풀이 방식에서 벗어나 숫자는 명사, 연산은 동사, 공식은 문법이라는 언어학적 관점으로 재구성하여 더욱 신박하다. 이렇게 이 책은 수학을 단순한 계산의 기술이 아니라 하나의 언어로 제시하며 새로운 해석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 벤 올린은 전작 <이상한 수학책>에서부터 독특한 유머와 일러스트, 그리고 탁월한 비유로 쉬학을 쉽게 풀어내는 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이번 책에서는 더 나아가 수학을 '말처럼 배우자'는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하며 특히 수포자나 문과생, 수학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이 직관적으로 개념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은 단순히 수학 개념을 사전식으로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장은 짧고 재미난 에피소드, 익살맞고 귀여운 일러스트와 실생활 사례 등을 통해 수학 개념을 아주 쉽고 자연스럽게 익히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수학자들의 관용어, 수학적 유행어까지 소개함으로써 교과서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수학의 문화적 맥락까지 담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초등학생부터 성인 독자까지 두루두루 즐길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다. 수학을 처음 접하거나 기존 수학 교육 방식에 어려움을 느꼈던 이들에게 특히 이 책은 유익하며 수학적 사고력과 언어적 감각을 동시에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이 백과사전식 정보 전달이 아니라 수학을 언어로 이해하는 방식에 대한 탐구임을 강조하고 있다. 수학을 숫자(명사), 연산(동사), 공식(문법)으로 구성된 하나의 언어 체계로 바라보는 그의 접근은 기존의 암기 중심 수학 교육과는 분명히 다르다. 저자는 수학을 처음 접하는 이들이 흔히 겪는 혼란을 소개하며 그것이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수학 언어에 대한 교육적 전달의 부재에서 비롯된 구조적 문제임을 지적한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을 지적하며 독자들이 수학을 ‘읽고 쓰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자 한다. 특히 저자는 수학에 대한 오래된 질문인 “수학은 발견되었는가, 발명되었는가?”를 이야기한다. 그는 수학을 자연 속에서 ‘발견된 나무’를 둘러싼 ‘설계된 집’에 비유하며, 수학은 발명을 통해 구조화된 발견의 언어라고 말한다. 이 비유는 수학이 세계의 진리를 반영하는 동시에 인간 이성이 만들어낸 정교한 언어 체계라는 저자의 관점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이렇게 이 책은 수학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들고자 한다. 이는 단지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기 위한 수학이 아니라, 수학이라는 언어가 어떻게 세계를 이해하고 설명하는지를 깨닫게 만들기 위함이다.


그리고 책은 수학을 새롭게 보는 시각을 제시하지만 결코 지루하거나 따분하지 않다. 저자 특유의 유머러스한 문장과 재치 있는 일러스트는 수학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고 개념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만든다. 그 중에서도 음수에 대한 설명은 특히 흥미롭다. 저자는 음수를 단순한 수가 아니라 수학의 체계를 정돈하고 통합하는 열쇠로 소개한다. 해발과 해저를 하나의 개념인 ‘고도’로, 덧셈과 뺄셈을 하나의 연산으로, 과거의 복잡한 방정식을 하나의 깔끔한 공식으로 통합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가 바로 음수다. 그리고 이러한 음수의 역할을 그는 재치 있는 농담으로 비유한다. 부정적인 성격의 사람이 파티에 오자 “누가 방금 나갔지?”라고 묻는 상황처럼 음수는 존재를 부정하지만 체계를 완성하는 요소라는 점을 유쾌하게 강조한다. 이처럼 이 책은 수학을 언어처럼 다루며 개념을 단순히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의미와 기능을 직관적으로 풀어내어 책에 대한 몰입과 재미를 더한다.


그리고 이 책은 백과사전식 개념 나열이 아니라, 주제 중심으로 조직된 구성 속에서 수학의 핵심을 직관적으로 풀어낸다. 각 장은 수학의 언어적 요소에 초점을 맞추어 명확한 흐름을 갖추고 있으며, 구성 면에서도 체계적이다. 예를 들어 1장에서는 숫자를 ‘명사’에 비유하며, 숫자가 단순한 수치를 넘어 세상의 대상을 지칭하는 언어적 단위임을 설명한다. 2장에서는 연산을 ‘동사’로 보아, 수 사이의 관계와 작용을 드러낸다. 3장에서는 공식이 문장을 만드는 ‘문법’처럼 작동한다는 점을 통해 수학적 문장의 구조와 의미를 밝힌다. 4장에서는 쿠키 더미, 동전, 들통 등 일상적인 사례를 활용해 개념을 스토리로 풀어내고, 5장에서는 수학자들의 표현 방식과 역사적 맥락을 통해 수학이 단지 계산의 언어가 아니라 문화적 언어이기도 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처럼 각 챕터는 수학을 언어처럼 배우고 이해할 수 있도록 구조적이며 유기적인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독자는 수학을 처음 접하든, 다시 도전하든 관계없이 수학의 개념들을 보다 쉽게 받아들이고, 나아가 수학적 사고를 표현하는 방법까지 익힐 수 있다. 결국 이 책은 수학을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니라 ‘쓸 수 있는 것’으로 바라보도록 만든다. 친근한 비유와 유머, 그리고 잘 구성된 설명은 수학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수학이라는 언어를 자유롭게 읽고 쓰는 출발점이 되어줄 것이다.


결국 이 책은 수학을 단순히 계산의 기술이 아닌, 생각하고 표현하는 언어로 바라보게 만든다. 저자는 숫자와 기호를 문장처럼 해석하고, 연산을 관계의 동사로 읽으며, 공식을 문법으로 풀어내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문제를 풀기 전에 무엇이 문제인지부터 묻는 자세, 그리고 개념의 본질과 맥락을 읽어내는 능력이야말로 진짜 수학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외워야 할 공식 대신, 말처럼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생각할 수 있는 수학의 세계에 한층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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