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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 수학 4컷 만화 - 수학사를 뒤흔든 결정적 한마디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수학과학 6
이인진 지음, 주영휘 그림 / 자음과모음 / 2025년 8월
평점 :
제목 그 자체로 강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이다. 이 책의 단 한 줄로 수학을 설명하고 4컷 만화로 전달하는 구조는 복잡하고 어렵게만 여겨지던 수학을 쉽고 흥미롭게 접근하게끔 한다. 그리고 이 책은 단순한 만화만 있는 게 아니라 수학 교육과 대중적인 흥미를 동시에 고려하여 만들어내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이 책은 수학을 즐길 수 있는 것으로 바꾸기 위한 한 수학 교사의 고민에서 시작되었고 그 결과 수학을 어렵게 느끼는 독자들을 위해 역사 속 수학자 26명의 명언을 중심으로 수학 개념과 그 배경이 된 사건들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었다. 그리고 단순한 수학에 대한 이론 설명을 넘어 고대부터 현대까지 수학사의 결정적인 장면들만을 선별하여 4컷 만화 형식으로 구성하였다. 각 에피소드는 하나의 명언에서 출발하여 그 속에 숨겨진 수학적 의미와 역사적 맥락을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피타고라스의 무리수 발견, 뉴턴의 만유 인력의 법칙,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와 같은 이야기를 통해 수학이 단지 계산의 도구만은 아님을 깨닫게 만든다.
책의 첫 장은 뉴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전염병으로 모두의 일상이 멈춘 혼란의 시대, 뉴턴은 고립 속에서도 사유와 탐구를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 시간은 인류 과학의 역사를 바꾸는 전환점이 되었다. 뉴턴이 방 안에서 홀로 탐구하고 써내려간 수학과 물리학의 아이디어들은 훗날 만유인력의 법칙과 미적분학으로 완성되었고, 지금의 우리가 우주를 탐구할 수 있는 기초가 되었다. 그리고 이 책은 이 이야기를 토대로 단순히 수학 개념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뉴턴의 이야기처럼 위기의 순간에도 지적 탐구를 멈추지 않은 이들의 태도와 생각법을 통해 독자 스스로 ‘나는 어떤 생각을 품고 살아가고 있는가’를 돌아보게 만든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은 우리가 느낀 단절과 혼란, 그리고 그 안에서도 발전해 나간 기술과 아이디어들처럼 어쩌면 가장 위태로운 순간이 새로운 가능성을 향한 시작점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그렇게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수학 개념에 대한 안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학이라는 언어로 세상을 다시 바라보게 만든다. 뉴턴처럼 외부 세계가 멈추었을 때 내면의 질문과 사유를 이어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태도가 아닐까.
그리고 이어지는 데카르트의 이야기도 꽤 인상적이다. 데카르트는 병약한 체질로 인해 종종 혼자 있는 시간을 가졌고 홀로 가진 그 사유의 공간에서 놀라운 아이디어가 탄생했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던 어느 날, 무심코 쫓던 파리의 움직임을 통해 그는 ‘좌표 평면’이라는 혁신적인 개념을 떠올린다. 이는 기하학과 대수학을 연결시키는 새로운 사고의 틀이 되었고 도형을 방정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현대 수학의 기반이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이 책은 단지 수학 개념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세상의 모든 것이 수학으로 설명된다.” 데카르트가 남긴 이 문장은 그런 의미에서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다. 세계를 수학이라는 구조로 해석하고자 했던 그는 파리의 움직임조차 수치로 환원하려 했고 이는 좌표 평면이라는 개념으로 구체화되며 이후 수학과 과학, 기술의 구조적 토대를 형성했다.
이렇게 이 책은 이처럼 익숙한 일상에서 추상적 사고로 이행하는 과정에 주목한다. 데카르트가 보여준 사유의 방식은 관찰에서 출발해 개념으로 전환하고 그것을 수학이라는 언어로 정밀하게 표현하는 사고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그 과정을 단순한 설명이 아닌 4컷 만화라는 구조를 통해 시각화하며 독자 스스로 사고의 경로를 따라가도록 유도한다. 현대 사회는 끊임없이 주어지는 자극 속에서 생각의 지속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데카르트의 일화는 자극이 제거된 고요한 시간 속에서 사고의 밀도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고는 정보의 양이 아니라, 그 결핍 속에서 오히려 정제되고 구조화될 수 있다. 이렇듯 이 책은 수학적 사고가 어떻게 형성되는 지를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이는 수학이 단순한 계산이 아닌 관점의 전환이며 숫자가 아닌 세계를 해석하는 틀을 다루는 작업임을 깨닫게 만든다.
결국 이 책은 단순히 수학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학자들의 삶과 생각을 통해 창의적 사고의 중요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위대한 수학적 발견은 기존과는 다른 질문, 익숙하지 않은 관점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책은 수학을 잘하거나 좋아하지 않아도 누구나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짧은 4컷 만화 속에 담긴 깊이 있는 개념과 유쾌한 스토리텔링은 독자들에게 수학은 암기할 공식이 아니라 사고의 도구이며, 세상을 해석하는 언어라는 사실을 깨닫게 만든다. 그렇기에 이 책은 수학을 멀게만 느껴온 이들에게는 흥미로운 첫걸음이 될 것이고 이미 수학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지적 즐거움을 더해주는 책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보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어보기를 희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