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손님들 마티니클럽 2
테스 게리첸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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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폭 빠져 읽었던 <스파이 코스트>, 마티니 클럽의 두번째 이야기라 하여 읽게 된 책이다. 이번에도 역시나 시작부터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만든다. 수면 아래 숨겨딘 섬뜩한 진실이 한 여름 해변 마을의 평온안 일상을 흔들고 십 대 소녀의 실종이라는 사건을 통해 수십 년전의 어두운 과거가 서서히 드러나는 과정은 숨막히게 몰입감을 끌어올린다. 은퇴한 CIA 요원들의 독서모임인 '마티니 클럽'이 다시 등장하고 유력한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사건에 뛰어들면서 이야기는 단순한 스릴러 이상의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책의 시작은 1972년 메인주 퓨리티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으로 시작되며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조용한 마을의 일상을 지키는 경찰관 랜디 펠레티에는 평소처럼 아침 근무를 마치고 메리골드 카페에서 커피와 머핀으로 여유로운 아침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평화는 갑작스러운 자동차 사고와 함께 산산이 무너진다. 연이어 발생한 세 건의 사망 사고, 피범벅이 된 거리, 그리고 그 중심에 선 흰색 밴. 문제는 그것이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는 점이다. 랜디는 운전자 샘 타킨을 구조하려 하지만 그가 본 것은 더 이상 그가 알던 샘이 아니었다. 마치 이성을 잃은 듯한 그의 눈동자와 비인간적인 행동은 평범한 목수였던 샘에게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변화가 생겼음을 드러낸다. 두 사람 사이의 몸싸움은 점점 격렬해지고 랜디는 경찰관으로서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려 애쓰지만, 이미 상황은 걷잡을 수 없다. 샘은 결국 랜디의 권총을 빼앗아 들이대고 그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이렇게 시작부터 이 책은 단순한 폭력의 충돌을 넘어 의문과 긴장감을 극도로 끌어올리는 미스터리로 시작하며 이야기에 폭 빠지게 만든다. 평소 조용하고 성실했던 이웃 샘 타킨이 갑자기 이성을 잃은 듯한 행동을 보이며 랜디에게 폭력을 가하고 끝내 그의 권총을 빼앗아 방아쇠를 당기기까지의 급격한 변화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공포로 다가온다. 특히 그의 눈동자에 비친 비인간적인 광기와 더 이상 샘이 아닌 무엇인가처럼 느껴지는 존재감은 이 인물이 왜 그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강렬한 궁금증을 남긴다. 샘은 왜 갑자기 사고를 냈는가? 그는 무엇에 의해 변화된 것인가? 라는 질문을 안은 채 이야기의 다음 장으로 끌려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어지는 2장은 현재 시점으로 전환되며 반가운 얼굴인 마티니 클럽의 매기와 그녀의 동료들을 다시 소개한다. 매끄럽게 이어지는 이 장면은 첫 장의 충격적인 과거 사건과는 대조적으로 완벽한 여름 저녁의 평화로운 풍경 속에서 시작된다. 매기와 친구들은 들판의 피크닉 테이블에 둘러앉아 마티니를 나누고 쌍안경으로 제비를 관찰하며 독서 모임을 즐기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단순한 은퇴자들의 모임이 아니라는 점은 곧 드러난다. 바로 이들이 모두 전직 CIA 요원이며 수십 년 전 함께 혹독한 훈련을 견뎌낸 사총사라는 사실이다. ‘마티니 클럽’은 겉보기엔 여느 시골 마을의 소박한 독서 모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은퇴한 요원들이 지적 도전과 유대감을 유지하며 비밀을 공유하는 특별한 모임이다. 매기, 벤, 잉그리드, 데클란은 각각 다른 전문성과 개성을 가진 이들은 여전히 날카로운 감각과 결속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들이 다시 수면 아래 감춰진 사건에 휘말리게 될 것이라는 암시가 분위기 곳곳에 흐른다. 이렇게 2장에서는 마티니 클럽의 일상 속 유쾌함과 과거의 흔적, 그리고 이들이 가진 잠재된 힘을 함께 보여주며 이 조용한 저녁이 곧 찾아올 사건의 서막임을 예고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3장의 이야기. 3장은 수잔과 가족이 시아버지 조지 코너버의 유골을 싣고 메인주 북쪽의 여름 별장으로 향하는 여정을 다룬다. 수잔은 유골함을 다른 짐과 함께 트렁크에 넣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느끼지만 시어머니 엘리자베스는 담담하게 유골을 짐 사이에 넣고 아무렇지 않게 행동한다. 수잔은 시아버지를 잘 알지 못했고, 특별한 애착도 느끼지 않는다. 함께 차에 탄 수잔, 남편 에단, 딸 조이, 시어머니 엘리자베스는 메인주의 해안가 도로를 따라 여름 별장으로 이동하면서 조용한 대화를 나눈다. 조이는 휴대폰을 보며 ‘메이든 호수’의 유래에 대해 질문하고 가족들은 오래전 익사 사고와 관련된 전설을 이야기하며 가볍게 반응한다. 에단은 조이에게 메인주의 호수는 독사도 없고 안전하다고 설명하고 조이는 다이빙을 하고 싶다며 들뜬 모습을 보인다.

수잔은 여정을 통해 오랜만에 웃음을 되찾은 남편 에단의 모습을 지켜보며 기분이 좋아진다. 그는 첫 번째 책 출간 이후 글이 써지지 않아 고민해 왔지만, 이번 여행이 그에게는 한동안의 휴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수잔은 생각한다. 도착 후에는 조지의 추도식이 열릴 예정이며 별장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모일 계획이다. 이렇듯 평온해 보이는 수잔에게 곧 큰 사건이 닥쳐온다. 바로 딸 조이의 실종이다. 여름 별장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던 중, 조이가 갑자기 사라지면서 수잔의 일상은 한순간에 뒤흔들린다.


평화롭던 휴양지는 긴장감에 휩싸이고, 지역 경찰과 함께 전직 CIA 요원들로 구성된 마티니 클럽도 수사에 나서게 된다. 이들은 매기의 오랜 이웃, 루터(1권에서도 나온 바로 그 루터다)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된다. 급기야 루터의 차에서 조이의 혈흔까지 발견되면서 루터는 구속되기까지 하는데.. 과연 루터가 진범인걸까? 친구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사건에 깊이 관여하게 되고, 수사가 진행될수록 과거의 오래된 비밀과 이 사건 사이에 예상치 못한 연결 고리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과연 수잔은 무사히 조이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리고 조이의 실종에 대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만나게 되는 수면 아래 감추어진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이 책이 맨 처음 샘의 이야기로 시작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샘은 어떤 진실의 시작인 것일까? 뒷 이야기와 이 책이 가리키는 진실이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은 평화롭던 여름 별장에서 벌어진 십 대 소녀의 실종을 중심으로 수십 년 전 과거의 비밀과 얽힌 현재의 사건을 정교하게 연결해낸 본격 미스터리 스릴러다. 무엇보다 전편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마티니 클럽의 활약은 이번 이야기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한다. 전직 CIA 요원이라는 과거를 가진 이들은 단순한 은퇴자가 아니라 예리한 통찰과 팀워크로 사건의 본질에 다가서는 핵심 인물들로서 이야기의 재미를 더한다. 전작에서처럼 매기와 동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실종 사건을 추적하며 복잡하게 얽힌 퍼즐 조각을 하나씩 맞춰간다. 이들의 노련함과 인간적인 매력은 단순한 추리 요소를 넘어 독자로 하여금 이 세계에 완전히 빠져들게 만든다. 빠른 전개와 예상치 못한 반전, 그리고 다층적인 인물 서사는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감을 놓지 않게 하며 동시에 마티니 클럽이라는 독특한 존재가 중심축으로 활약함으로써 여느 스릴러물과는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이 책은 미스터리의 쾌감은 물론 관계와 기억, 진실의 무게까지 함께 짚어내며 마지막까지 깊은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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