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와 효율, 멸균과 풍족의 시대가 우리에게 앗아간 것들에 관하여’라는 부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게다가 운 좋게도 ‘가제본 서평단’에 선정되어 정식 출간본보다 조금 먼저 이 책을 접할 수 있었기에, 그 기대는 더욱 컸다. 이 책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편안함이 어떻게 우리 삶의 활력을 갉아먹고 있는지를 날카롭게 진단하고 있다. 저자는 알래스카의 극한 환경 속에서의 체험과 다양한 사회적, 과학적 연구 사례들을 통해, 편리함과 안락함이 반드시 행복을 보장하지 않으며, 오히려 인간의 성장, 창의성, 회복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편안함의 역설’을 설득력 있게 풀어내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피하려 하는 불편함이야말로 자기 성찰과 내면적 성숙, 진정한 회복의 출발점임을 일깨워 준다. 저자는 이론에 머무르지 않고, 일상 속에서 어떻게 ‘의도적 불편함’을 실천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하며 우리가 직접 삶에 적용해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너무 편해서 오히려 무기력해진 건 아닌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은 반드시 읽어 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본다.


이 책은 저자 마이클 이스터가 알래스카주 코체부 활주로에서 북극 원정을 떠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북극권 위쪽, 인구 3,000명의 작은 마을에서 출발하는 이 여정은 단순한 탐험이 아니라, 현대인이 상실한 ‘불편함’을 몸소 마주하고 되찾는 실천의 시작이기도 하다. 저자는 극한의 자연환경 속으로 향하면서 인간이 본능적으로 피하고자 하는 공포, 불안, 불편함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낡은 경비행기, 예측할 수 없는 기후, 맹수들과의 조우, 생존을 위한 걷기, 이 모든 것은 ‘편안함’이라는 현대적 조건이 얼마나 인간을 약화시켰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장치가 된다. 그렇기에 이 장면은 단지 극지방으로 떠나는 한 모험가의 여행기가 아니라, 우리가 잊고 지낸 본능적 회복력과 내면의 힘을 다시 발견하는 실험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편안함과 편리함은 분명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요소다. 누구나 누리고 싶어 하는 기본적인 욕구이며, 스트레스를 줄이고 몸과 마음의 회복을 가능하게 하는 긍정적인 힘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이 ‘편안함’에 대해 다시금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되었다. 책은 우리가 지금의 시대에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편안함과 풍족함이 사실은 인간의 본능적 성장, 회복력, 그리고 깊이 있는 삶의 경험을 갉아먹고 있다고 경고한다. '행복하고 건강한 삶'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목표를 놓고 봤을 때, 우리는 진보만을 거듭해온 것이 아니며,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서서히 변해왔다는 것이다. 저자는 인간이 본래 겪어야 할 불편함과 도전의 경험들이 이제는 점점 우리의 삶에서 사라졌고, 그 결과 우리는 점점 더 얕고 피상적인 존재로 변화했다고 지적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편안함’은 이중적이다. 일상에 필수적인 안정과 만족을 제공하는 요소인 동시에 그것만을 추구할 경우 도전 의식, 창의성, 회복력 같은 인간의 핵심 능력을 약화시켜버리는 양날의 검이다. 지속적인 안락함 속에 사는 삶은 마치 무균실 속의 식물처럼 외관상으론 멀쩡해 보여도 실제로는 내면의 생명력을 잃어가는 과정일 수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단순히 불편함을 감수하라고만 말하진 않는다. 저자는 진정한 웰빙과 성장은 편안함과 불편함, 안정과 도전 사이의 균형 속에 있다고 강조하고 있고 이는 우리 삶의 방향을 돌아보게 만든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따분함’에 관한 부분이다. 과학기술과 디지털 미디어에 둘러싸인 채 하루 대부분을 스마트폰과 스크린에 빼앗긴 삶 속에서 우리는 어느새 따분함이라는 감정을 거의 느끼지 않고 살아간다. 그런데 이 책은 우리가 잊고 지내온 바로 그 ‘따분함의 결핍’이 현대인의 정신을 고갈시키고 있다는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게 만든다. 저자는 따분함을 그저 지루한 감정이 아니라 우리 삶의 방향을 재조정하게 만드는 신호로 정의한다. 그는 신경과학자 제임스 댄커트의 연구를 인용하며 따분함이야말로 우리의 뇌가 내적 동기와 창의성을 회복하기 위한 자극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로 비집중 상태, 즉 따분함의 순간에 인간의 뇌는 ‘기본 모드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며 미래를 계획하고 자기를 성찰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러나 우리는 이 귀중한 시간을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 유튜브, SNS 같은 즉각적 자극으로 대체해 버렸다. 이로 인해 우리의 뇌는 지칠 대로 지치고 사고의 깊이는 점점 얕아지고 있는 것이다.


책은 단순히 “불편함도 때로는 필요하다”는 당연한 말로 마무리 짓진 않는다. 저자는 현대 사회에 깊숙이 스며든 편안함이 오히려 인간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성장과 회복의 기회를 빼앗고 있다는 점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그리고 우리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편안한 환경과 습관들이 실은 우리 삶을 제한하고 내면의 잠재력을 잠식하고 있음을 깨닫게 만든다. 그리고 이 책은 문제 제기에 그치지 않고 그 해법까지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불편함’이라는 감정과 경험이야말로 인간이 진정한 성장을 이루는 데 반드시 필요한 자극이며 그 불편함을 의도적으로 마주하고 실천하는 습관을 삶 속에 들이는 것이 현대인이 회복력을 되찾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지금 우리가 느끼는 정체감, 무기력, 집중력 저하, 정신적 소진은 어쩌면 너무 많은 편안함 속에서 길을 잃은 결과일지도 모른다. 이 책은 우리에게 "지금 이대로의 편안함이 정말 나를 살리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불편함을 외면하지 말고, 오히려 그 안으로 한 걸음 들어가야 하며 그 불편함 속에야말로 진정한 회복과 변화, 그리고 삶의 깊이가 기다리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 가제본 서평단으로 당첨되어 책을 받고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


ps. 이 서평은 가제본 책을 바탕으로 쓰여진 것으로 6월에 출간될 도서와 내용이 조금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