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자를 위한 아찔한 화학책 - 건강에 진심인 화학자가 찾은 독 탈출 가이드 60
이광렬 지음 / 블랙피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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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에 진심인 화학자가 찾은 독 탈출 가이드'라는 소제목에 끌려서 읽게 된 책이다. 띠지 속 "건강 챙긴다고 했을 뿐인데... 독이 쌓이고 있었다고?!"라는 문장은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게 하였다. 이 책은 일상 속 무심코 사용하는 제품과 음식들 속에 숨은 화학 성분들을 날카롭게 짚어내며 우리가 꼭 알아야 할 필수 생존 화학 지식을 흥미진진하게 담아내고 있다. 화학 교수이자 '화학썰 장인'으로 불리는 이광렬 교수는 복잡하고 어려운 화학을 쉽고 현실감 있게 전달해주며 화학에 대한 눈을 뜨이게 만든다.


이 책의 프롤로그는 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음식 속 화합물부터 시작해 의도치 않게 몸속으로 들어오는 유해 물질들까지 다루며 독의 실체에 대해 알기 쉽게 풀어낸다. 뱀의 독, 오존, 수은처럼 명확히 해로운 물질 뿐 아니라 몸에 좋은 음식과 약이 잘못된 방식으로 만나 해를 끼칠 수 있다는 경고는 꽤 현실적이다. 세상은 독으로 가득 찬 무서운 곳일 수 있지만, 무엇이 위험한 지를 제대로 알게 된다면 불필요한 공포에 휘둘리지 않고 오히려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저자는 독을 정확히 인식하고 피할 수 있도록 돕는 지식을 ‘나침반’에 비유하며, 공포 마케팅에 현혹되지 않는 힘을 키워주는 책의 역할을 강조한다. 이처럼 이 책은 우리 일상 속 ‘보이지 않는 독’에 대한 감각을 일깨워주는 생존형 화학 입문서라 할 수 있다.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구성되어 있다. 1부 ‘독과 음식’에서는 조개, 감자, 꿀, 치즈 등 우리가 자주 접하는 식품에 숨어 있는 위험을 다룬 ‘독이 있는 음식’, 영양을 과하게 혹은 부족하게 섭취해 생기는 문제를 짚은 ‘많이 먹어서, 안 먹어서 생기는 병’, 특정 음식이 약의 효과를 방해하거나 상호작용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약을 죽이는 음식’, 그리고 식품 성분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건강한 식습관을 위한 정보를 담은 ‘독 잡는 건강 상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어지는 2부 ‘독이란 무엇인가’에서는 독이 몸속에 침투해 작용하는 방식과 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한 ‘독개론’, DNA와 효소 등 생명의 기본 단위를 중심으로 독의 본질을 파헤친 ‘세포 속 비밀’이 담겨 있어,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실용성과 화학적 이해를 함께 갖춘 균형 잡힌 구성이 돋보인다.


책의 제일 처음 실린 조개에 대한 설명을 보자면, 이 책이 얼마나 일상 속 화학 지식에 근거해 실질적인 조언을 주는지를 단번에 알 수 있다. 바지락 칼국수나 홍합탕처럼 시원한 국물의 주역인 조개는 누구나 즐기는 식재료지만, 이 책은 그런 조개류가 적조 이후에 독을 품을 수 있다는 경고로 시작한다. 적조가 발생하면 조개는 평소처럼 플랑크톤을 걸러 먹지만, 이때 삭시톡신(saxitoxin) 같은 강력한 신경독이 함께 체내에 축적될 수 있다. 특히 삭시톡신은 고온에서도 분해되지 않는 열안정성 독소라, 삶거나 구워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화학적 특성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익히면 괜찮다는 막연한 믿음을 갖고 있지만, 이 책은 그 믿음이 과학적으로 잘못되었음을 분명히 짚어낸다.


뿐만 아니라 조개는 여름철 고온 다습한 바닷물에서 잘 자라는 비브리오균도 품고 있을 수 있으며, 이 균은 치명적인 감염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조개를 날것으로 먹는 습관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경고한다. 다만 이 균은 고온에서 사멸하기 때문에 충분한 가열 조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처럼 이 책은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음식 속에도 숨겨진 화학적 위험 요소들을 쉽고도 명확하게 풀어내며,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생존형 건강 상식을 전해주는 책이다. 하지만 단순히 무섭고 경고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원리로 위험이 생기고 어떻게 피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실용적인 화학 안내서라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실린 부록 ‘게으른 자가 건강해지는 독 탈출 Q&A’ 역시 이 책이 얼마나 친절하고 실용적인 안내서인 지를 보여준다. 앞서 다룬 내용 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 할 만한 질문들을 모아 간결하고 명확하게 정리한 이 Q&A 코너는 독자 입장에서 놓치기 쉬운 핵심을 다시 한 번 짚어주며 책의 내용을 더 쉽게 소화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이야기 중 하나는 자몽주스와 약을 함께 먹지 말아야 한다는 거다. 자몽주스는 비타민과 항산화 성분이 풍부하고 항암과 항염 효과도 있어 건강에 좋은 과일로 알려져 있지만, 의외로 몇몇 약과는 치명적인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그 이유는 자몽주스에 들어 있는 푸라노쿠마린(furanocoumarins)이라는 화합물 때문이다. 이 성분은 약물 대사를 담당하는 CYP3A4라는 효소의 작용을 억제하는데, 이 효소는 우리가 복용한 약을 무해한 작은 분자로 분해해 체외로 배출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몽주스를 마시면 이 효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약물이 분해되지 않고, 평소보다 훨씬 많은 양이 세포에 흡수된다. 결과적으로 정해진 용량보다 훨씬 강한 약효가 나타나거나, 부작용이 심해질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콜레스테롤 약(스타틴 계열), 고혈압약, 항불안제, 스테로이드제, 부정맥 치료제 등 생명과 직결된 약물 다수가 자몽주스와의 병용 섭취 시 위험할 수 있다. 더 복잡한 것은 자몽주스가 어떤 약에는 약효를 지나치게 높이고, 다른 약에는 오히려 효과를 없애버리기도 한다는 점이다. 알레르기약처럼 자몽주스가 세포 내 약물 흡수를 막아 약효를 무력화시키는 경우도 있어 그 상호작용은 더욱 예측하기 어렵다. 결국 저자가 강조하는 핵심은 간단하다. 바로 약은 물과 함께 복용해야 한다는 거다. 이렇게 평소 건강식이라 여긴 자몽주스도 화학적 관점에서는 약과 충돌할 수 있는 복잡한 물질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음식과 약의 관계를 ‘몸에 좋다 vs 나쁘다’의 단순 구도에서 벗어나, 맥락과 조합까지 고려해야 함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독이 무엇이며, 그것이 우리 몸에서 어떤 작용을 하고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이해하게 만든다. 저자는 독은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피하는 것’이며, 잘못된 상식과 무심한 습관이야말로 진짜 위험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약을 먹을 때 피해야 하는 음식, 평소 건강식이라 믿었던 것들의 위험성, 알코올과 설탕, 니코틴 같은 우리 주변의 명백한 독들에 대한 경각심까지, 이 책은 독을 둘러싼 수많은 오해를 과학적 시선으로 짚어준다.


특히 이 책은 우리 몸에 들어오는 것들을 더 잘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생활 밀착형 화학 안내서로 일상에서 마주치는 음식, 약, 영양제 등 다양한 요소들이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현실적으로 다루고 있다. 복잡한 화학 지식을 전공자가 아니어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고 실용적으로 풀어내어 누구나 자신의 건강을 주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이끈다. 화학을 잘 몰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책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무엇을 언제, 어떻게 섭취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인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힘이 기르게 하며 과잉 정보 속에서도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따라서 이 책은 디톡스 열풍과 건강 마케팅에 흔들리지 않고 진짜 나와 가족을 위한 건강한 선택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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