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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 도사 고미호 1 - 전설의 은하수 열차 ㅣ 구슬 도사 고미호 1
다영 지음, 모차 그림 / 창비 / 2025년 5월
평점 :
제목과 표지만 보아도 재미가 있을 것 같아 읽게 된 책이다. 귀엽고 당찬 여우 캐릭터의 고미호와 신비로운 구슬, 그리고 은하수 열차라는 신박한 설정들의 조합은 왠지 지금의 과학 동화와는 다른 재미를 선사할 듯한 기대를 가지게 한다. 이 책은 단순한 판타지 동화가 아니라 과학과 퀴즈가 어울어진 독창적인 이야기 구성을 가지고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현직 초등교사이자 <달콤 짭잘 코파츄>로 이미 어린이 과학 동화 팬들에게 신뢰를 얻은 다영 작가는 이번 책에서도 아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과학 개념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주인공인 고미호와 햄도사가 불개의 부활을 막기 위해 은하수 열차를 타고 시공간을 넘나드는 여정을 떠나는 동안,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과학적 탐구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습득하게 된다. 특히, 퀴즈를 풀어야 다음 장면으로 넘어갈 수 있는 독특한 이야기 진행 방식은 어린이 독자들의 몰입력을 높이고 단순히 책을 읽기만 하는 독서가 아니라 참여형 읽기를 경험하게 한다. 백두산에서 출발하여 신생대까지 달리는 열차 속에서 펼쳐지는 상상력 가득한 모험은 지루할 틈이 없으며 과학 지식도 덤으로 가질 수 있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지지 전, 제일 먼저 나오는 이 책의 프롤로그는 강렬한 서사와 시각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장면으로 독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지옥 불의 요괴 ‘불개’를 봉인하기 위해 아홉 명의 현자가 파란 구슬을 들고 나선 의식 장면은 마치 한 편의 애니메이션처럼 생생하고 박진감 넘친다. 불꽃과 물결, 용암과 구슬이 맞부딪히는 장대한 전투의 끝에서 불개는 땅속 깊은 곳으로 잠들고, 그로부터 천 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불개의 부활을 막기 위해 그 마지막 후손인 ‘햄도사’가 다시 등장하고, 위험에 처한 여우 고미호와의 운명적 만남이 펼쳐진다. 과연 햄도사와 고미호의 앞에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백두산 절벽 끝 오두막에서 세계 최고의 여우가 되기 위해 수련 중이던 고미호. 간식에만 관심 있는 줄 알았던 스승 햄도사는 어느 날 하늘 위로 일렬로 늘어선 행성과 붉게 빛나는 불의 별을 보며 불길한 기운을 감지한다. 그리고 마침내 고미호에게 천 년 전 불개의 봉인에 얽힌 진실을 들려준다. 아홉 명의 현자들이 파란 구슬로 불개의 힘을 잠재웠던 이야기, 그리고 그 마지막 후손인 햄도사가 지금도 요괴들을 막고 있다는 사실까지 말이다.
불개의 부활이 현실이 된 지금, 고미호와 햄도사는 물의 구슬을 찾아야만 한다. 그리고 마침내, 천 년에 한 번 나타난다는 전설의 ‘은하수 열차’에 올르며 구슬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 시작된다. 과연 고미호는 아홉 개의 신비한 구슬을 모두 모아, 세상을 위협하는 불개를 다시 봉인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주인공인 고미호는 꼬리 아홉 개를 가진 희귀한 여우로, 태생부터 남들과 달랐다. 그러나 그 특별함은 곧 위협이 되었다. 어둠귀라 불리는 잔혹한 요괴 군대가 여우를 사냥 대상으로 삼으면서, 고미호는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었다. 사람들은 여우와 엮이면 어둠귀의 표적이 된다는 두려움에 점점 그를 외면했다. 고미호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건 앞서 고미호와 햄도사의 만남에서 나타나 있듯이 백두산에서 어둠귀에게 쫓기던 순간 햄도사의 도움을 받아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이후 그는 햄도사의 제자가 되어 수련을 쌓고, 자신만의 힘을 키워 나간다. 그리고 그런 고미호가 은하수 열차에 올라 타락한 요괴들과 맞서 싸우며 성장하는 여정은 독자에게 깊은 몰입을 선사한다. 고미호는 식물계 칸에서 만난 ‘무화과나무’와는 투닥거리면서도 진심을 나누는 친구가 되고, 처음엔 맹수라 오해했던 ‘라이거’와는 생사를 오가는 순간 진한 우정을 나눈다. 이들은 모두 고미호처럼 외로움과 편견 속에 살아온 존재들이다. 고미호는 이들과 아픈 기억을 공유하고, 서로에게 용기를 주며 점점 더 강해진다.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커다란 악에 맞서게 되는 고미호의 모습은 독자로 하여금 그를 자연스럽게 응원하게 만든다. 수련을 거듭하고, 관계 속에서 성장하며, 주류 사회의 경계 밖에서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고미호의 여정은 몰입감을 전하며 이야기 자체에 완전히 빠져들게 만든다.
그리고 고미호가 은하수 열차 식물계 칸에서 무화과나무를 처음 만나 친구가 되는 장면에선 이 책만이 가진 특징이 돋보인다. 도둑으로 몰릴 위기에서 고미호는 식물계에 속하지 않는 생물들을 과학적으로 지적하며 위기를 모면하고 그 과정에서 두 존재는 티격태격 끝에 손을 맞잡는다. 이 장면처럼 이 책은 이야기 속에 과학 지식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며 독자가 퀴즈를 풀어야 다음 장으로 넘어갈 수 있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단순한 동화를 넘어 읽고 생각하며 배우는 즐거움까지 전하고 있다.
그리고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부록으로 수록된 '햄도사의 수련비법'에서는 과학지식을 아주 쉽고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어서 이야기에서 사용된 용어나 개념에 대하여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히 돕고 있다.
이 책은 첫 권부터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 다채로운 과학 지식을 절묘하게 엮어내며 어린이 독자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고미호는 이 책에서 세 개의 구슬을 모으며 단순한 모험을 넘어선 성장의 여정을 보여주고 앞으로 남은 여섯 개의 구슬과 더 강력해질 요괴들의 등장은 다음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높인다. 햄도사의 가르침과 친구들과의 우정을 발판 삼아 점점 더 단단해지는 고미호. 과연 고미호는 끝까지 자신의 믿음을 지키며 불개의 위협으로부터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다음 권에서는 어떤 퀴즈와 어떤 지식, 그리고 어떤 감동이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