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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x4의 세계 - 제2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 수상작(고학년) ㅣ 창비아동문고 341
조우리 지음, 노인경 그림 / 창비 / 2025년 3월
평점 :
" 우리가 만든 세계 안에서 난 잘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우린 꼭 다시 만날 거다."
<4*4의 세계>라는 독특한 제목과 표지 그림 속 두 아이의 모습, 그리고 띠지 속 문구에 마음이 끌려 읽게 된 책이다. 그 문장의 의미가 무엇을 뜻하는 궁금했다. 두 아이가 만들어가는 '세계'란 과연 어떤 모습이며, 희망과 다시 일어섬을 이야기 하는 띠지 속 문구는 무슨 의미인지 알고 싶었다. 그렇게 읽기 시작한 이 책은 희망으로 일어나는 두 아이의 아름다운 성장이야기를 담고 있다. 겨울이 지나고 피어난 노란빛 봄꽃처럼 따스하게 물들게 만드는 이 책은 감동 그 자체였다.
창비 '좋은 어린이책' 공모에서 고학년 동화 부문 대사을 수상한 이 책은 예상보다 더 좋았고 마음을 지릿하게 흔들어 놓았다. 이 책은 하반신 마비로 병원 생활을 이어가는 소년과 그와 교감하며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소녀의 이야기를 섬세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려내었다. 현실의 아픔을 너무나 담담하게 직시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두 아이의 성장은 더 깊은 울림을 주었다.
이 책의 이야기는 주인공 호가 자신이 사는 곳에 대한 소개로 시작된다. 하반신 마비 장애로 병원에 장기 입원 중인 열두 살 호에게 병동 생활은 일상이자 현실이다. 호가 침대에 누워 천장으로 바라보면 가로 네 개, 세로 네 개의 온전한 정사각형 열여섯 개다 눈에 들어온다. 천장을 가득 채운 가로세로 약 50센티미터 크기의 네모 판때기들은 할아버지 말로는 '패널'이라고 한다. 공사판에서 일했던 할아버지가 알려준 이름을 떠올리며 호는 이 패널들을 빙고 판 삼아 빙고 게임을 하며 무료한 시간을 보낸다.
이처럼 하반신 마비라는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병원생활을 견뎌 나가는 호의 모습은 애잔하면서도 담담하다. 천장의 정사각형 패널 열 여섯개를 빙고 판 삼아 시간을 보내는 모습과 할아버지와 단둘이 보내는 병원에서의 생활에 너무나 적응된 호의 모습은 가슴 한구석을 저리게 만든다. 이렇듯 이 책은 아이의 시선으로 이어지는 담담한 어투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담담하고 천진한 어투가 더 가슴을 파고들며 이야기 속에 빠져들게 만든다.
특히 호가 그동안 자신을 억눌렀던 슬픔과 절망을 깨고 세상을 향해 나아갈 용기를 품으며 '걷지 못하더라도 다른 종류의 희망들이 남아 있을지 모른다.'라고 생각하는 장면은 호가 새롬이와의 관계를 통해 얼마나 성장하였고, 두 아이가 함께 만들어갈 새로운 세상에 대해 희망을 품게 만드는 이 책에서 가장 감동적인 부분이라 생각된다. 이 과정을 통해 호는 비록 걸을 수 없더라도 자신의 삶을 스스로 그려 나가며 세상에 발을 내딛는 법을 배우게 되고 이러한 호가 너무 기특해서 진심을 다해 응원할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삶의 무게를 견디게 해주는 사랑과 사람, 느긋한 유머의 힘을 이야기한다. 이 책 속 호와 새롬이가 서로에게 다가가고 소통하며 함께 만들어가는 세상은 완벽하지 않아서 더 아름다고 더 특별하다. 병원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삶을 다시 바라보는 법을 배우게 되는 두 아이의 성장 이야기는 그 어떤 이야기보다 따스하며 감동적이고, 위로와 희망을 함께 선사한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집으로 돌아온 호가 새롬이와 주고받은 메모지를 벽에 붙이는 장면은 애틋하면서도 아름답다. 두 아이가 나눈 소중한 추억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살아가는 힘이자 서로에게 건네는 용기임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이 장면을 보는 순간 이 두 아이의 이야기는 서로를 잊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만들며 그들의 미래를 가슴 속에 품어보게 만든다.
그리고 이야기의 중심에는 호와 새롬이가 있지만 그들을 감싸는 주변의 어른들의 따뜻한 사랑과 유머 또한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병실에서 함께 생활하는 보호자들, 어린이 병동의 의사와 간호사, 물리치료사들, 그리고 호의 가족까지. 무거운 현실 속에서도 웃음과 유머를 잃지 않고 아이들을 지켜주려는 모습은 호와 새롬이의 성장에 중요한 밑바탕이 된다. 결국 이 책은 살아가는 것 자체가 때로는 힘들고 버거울지라도,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희망이 있음을 말하고 있다. 삶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게 만드는 이 책은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깊은 울림과 따스한 여운을 남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때로는 불완전하고 고단할 지라도 그 속에서 곁을 지키며 함께 걸어가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는 여전히 살아갈 가치가 있음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달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