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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지 마! 왕재미 3 - 인공 지능과 지구 최후의 날 ㅣ 속지 마! 왕재미 3
다영 지음, 유영근 그림 / 창비 / 2025년 2월
평점 :
인공 지능(AI)는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으며, 앞으로 그 활용 범위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하지만 AI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해야 하는 지는 어른 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고민해야 할 중요한 문제다. 무분별한 신뢰는 위험할 수 있으며, 비판적 사고 없이 AI를 맹목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잘못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러한 중요한 주제를 아주 흥미롭게 풀어낸 것이 바로 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속지 마! 왕재미 3 : 인공 지능과 지구 최후의 날>은 우주 경찰 와재미가 AI를 둘러싼 가짜 뉴스와 싸우며, 잘못된 정보에 휘둘리는 지구 동물을 돕는 과정을 담아낸 과학 동화다.
현직 초등학교 선생님이자 EBS 교재 집필진인 다영 작가는 다양한 사례와 자료를 활용하여 AI에 대한 맹신이 초래할 수 있는 위험성을 설득력있게 전달하고 있다.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왕재미와 개구라 세력의 흥미진진한 대결을 통해 아이들이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게 바로 이 책이 가지는 가장 큰 매력이라 하겠다. 책을 읽다 보면 AI에 대한 핵심 개념을 익히고,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속에서 가짜 뉴스에 흔들리지 않는 비판적 사고를 키울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 과학적 탐구력과 올바른 판단력까지 길러주는 이 책은 AI 시대를 살아갈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책이라 하겠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책은 '우주일보'의 한 장면을 보여주며 독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한다. 사라진 왕재미 총장에 대한 뉴스와 교도소에 갇혀 있던 치타의 탈옥 소식은 아프로 펼쳐질 흥미로운 사건들을 암시하며 독자들의 호기심을 한층 높이고 있다.
그리고 본격적인 이야기는 왕재미가 개구라가 세상을 지배할 '알고리즘 괴물'을 만든다는 악몽을 꾸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꿈 속에서 본 끔찍한 광경이 잊히지 않아, 왕재미는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한다. 과연 왕재미를 이토록 불안하게 만든 알고리즘 괴물의 정체는 무엇일까? 개구라가 만들어 낸 이 괴물은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AI 기술이 무분별하게 오용도리 경우 현실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본 이야기가 끝난 후 책 속 부록 '개구라의 사기 특강'에서는 인공 지능이 어떻게 학습하고 작동하는 지에 대한 상세할 설명을 담고 있다. 인공 지능은 인간의 뇌 속 신경세포처럼 작동하는 인공 신경망을 이용하여 학습하고 문제를 해결한다. 하지만 인간과 달리, 인공 지능은 시간이 지나도 배운 것을 잊지 않고 그대로 기억한다. 방대한 정보를 축적할 수 있어 마치 천재처럼 보이지만, 잘못된 정보를 학습할 경우 이를 그대로 전달하는 위험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인공지능을 사용할 때는 정보의 출처와 정확성을 꼼꼼히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AI가 학습한 데이터가 항상 옳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개구라는 이를 이용해 인공 지능을 교묘한 거짓말쟁이로 만들겠다는 계호기을 드러내며 독자들에게 AI의 한계를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과연 개구라는 어떠한 음모를 드러낼까?
악당 개구라는 번번이 자신의 음모를 막아서는 왕재미를 따돌리기 위해 자신의 뜻대로 조작된 '알고리즘 괴물'을 만들어낸다. 한 번 배운 것은 좀처럼 잊지 않고, 엄청난 속도로 정보를 처리하는 인공지능의 특성을 악용하여 동물들이 AI를 맹신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개구라는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복권 당첨을 예측할 수 있다거나, AI 점술가가 모든 운명을 알아맞힐 수 있다 등의 거짓 정보를 퍼뜨리며 사기를 벌인다. 하지만 AI가 모든 것을 알고 실수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은 단순한 착각일 뿐이다. 책 속 다양한 이야기들은 인공지능이 전 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른 오늘날 이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만든다.
저자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무지에 호소하는 오류, 부적합한 권위에 호소하는 오류 등 인공지능을 다룰 때 빠지기 쉬운 논리적 오류들을 흥미로운 사례와 함께 정말 상세하게 설명한다. 이 책 속 왕재미의 생생한 추리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도 AI를 현명하게 활용할 수 잇는 비판적 사고력과 논리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도록 말이다.
그리고 사실 '속지마 ! 왕재미' 시리즈의 배경인 라이어 시티는 몸집이 큰 동물들이 우대받고, 조그마한 곤충들은 하찮게 여겨지는 사회다. 하지만 왕재미, 예반디, 짱센 풍뎅이, 이 세 곤충은 크기로 평가받는 세상 속에서도 진정한 힘이 무엇인지를 증명해 낸다. 힘이란 단순한 물리적인 강함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서로를 배려하며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힘, 자신을 믿고 끝까지 나아가는 힘, 그리고 동료를 위해 기꺼이 희생하는 용기. 이들이 가진 힘은 그 어떤 것보다 강했다.
이야기의 마지막에 왕재미와 이별 후 예반디와 짱센 풍뎅이는 라이어 시티 최초의 곤충 경찰이 되어 새로운 출발을 한다. 작은 곤충들이 편견을 뛰어넘고 연대하며 함께 성장하는 모습은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작은 존재도 충분히 강하고 빛날 수 잇음을 깨닫게 만든다. 이 책은 크기나 힘으로 정의되는 세상에서 진정한 용기와 가치를 일깨우며, 우리들의 마음 속에 작은 꿈을 더욱 단단하게 키워준다. 그렇기에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우리는 작고, 강하며, 빛나는 존재니까요."라는 말은 깊은 울림을 남기며 오래오래 마음 속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