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여우 꼬리 6 - 검은 꼬리의 마법 위풍당당 여우 꼬리 6
손원평 지음, 만물상 그림 / 창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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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출간 직후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도록 일깨우는 이야기'라는 호평을 받으며 베스트셀러에 오른 <위풍당당 여우꼬리> 시리즈의 여섯 번째 책이다. 앞서 다섯 권에서 '방향의 꼬리', '우정의 꼬리', '용기의 꼬리', '불의 꼬리' 그리고 '멋의 꼬리'와 함께 한 뼘씩 성장해 온 주인공 손단비는 이번 책에서는 새카만 머리카락을 지닌 여섯 번째 꼬리, 즉 '검은 꼬리'를 마주하게 된다. 장편 소설 <아몬드>와 <튜브> 등을 통해 100만 독자를 사로잡은 손원평 작가는 이번 책에서 '우울'이라는 감정으로 '검은 꼬리'로 형상화하며, 모든 것을 잃고 위기에 빠질 뻔 했던 단미의 극적인 활양을 환상적인 이야기로 풀어 담았다. 여기에 만물상 작가 만의 섬세하고 독창적인 일러스트가 더해져 단미의 혼란스러운 내면과 그녀를 뒤흔드는 존재인 도래와의 숨 막히는 대결을 더욱 생생하겨 그려내고 있다.


삶은 때때로 우리를 깊은 슬픔의 늪으로 밀어 넣곤 한다. 특히 사랑하는 존재를 잃었을 때, 감당할 수 없는 상실과 무력감이 마음을 짓누를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소중한 존재를 잃었을 때 닥치는 우울과 무기력이라는 감정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이야기는 조용하고 쓸쓸해진 단미네 집을 비추며 '이 모든 게 니나의 죽음 이후 생기 일이다'라는 무거운 문장으로 시작되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해 온 반려동물 니나의 죽음. 그 상실 앞에서 단미의 아빠는 눈물을 흘리고, 단미 역시 깊은 허무감에 빠지게 된다. '언젠가 모든 게 사라져 버리는 거라면, 이 세상에 의미 있는 일은 한 가지도 없는 게 아닐까?' 단미의 이 질문은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삶의 의미에 대하 근본적이 회의로 이어진다. 니나의 죽음 이후 단미네 가족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변해버리고, 단미 또한 우울과 무기력에 휩싸인채 점점 자신을 잃어간다.


그리고 한편 단미네 학교에서는 11월 마지막 주에 바자회를 열기로 하는데 이번에는 특별히 무인 바자회 콘셉트로 열기로 한다. 다른 아이들은 바자회 이야기로 떠들썩하지만 단미의 기분은 가라앉아 있을 뿐이다. 그리고 래아는 단미에게 바자회에 내놓을 만한 물건이 있을꺼라는 말을 하고 웃는데 왠지 소름이 돋는다. 하교 후 집으로 가는 길 아빠를 마주친 단미는 반가운 마음에 아빠를 크게 불러보지만 듣지 못했는지 단미의 아빠는 어두운 얼굴로 땅만 보고 천천히 걸어갔다. 그런 아빠를 보며 단미는 자신의 존재가 아빠에게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무기력과 우울감에 휩싸이는 데 그 순간 여섯 번째 꼬리가 나타났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새롭게 나타난 여섯 번째 꼬리는 단미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마치 세상의 모든 근심을 머금은 듯 우울하고 소심해 보이는 꼬리는 지금 단미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처럼 느껴졌다. 이미 방황하는 아빠를 위로해 주지도 못하고, 친구들에게 구미호라는 사실을 떳떳하게 밝히지도 못하는 상황 속에서는 단미는 점점 옥죄이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결국, 도래아의 교묘한 속삭임에 넘어거 여우 구술을 몸에서 떼어내서는 안된다는 엄마와의 약속 마져 어기게 된다. 과연 단미는 괜찮은 것일까?


하지만 단미의 엄마는 단미를 질책하는 대신,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지에 집중한다. 단미의 걱정을 간파하고 믿어주는 엄마의 조언 덕분에 단미는 스스로를 탓하며 방황하는 대신 여우 구술을 되찾는 목표로 곧장 나아갈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절체절명의 순간, 단미가 기대하지 않았던 여섯 번째 꼬리가 마침내 움직인다. 그것은 세상의 색과 소리를 지어 단미가 본질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한편 반려동물 니나를 잃고서 한동안 말도 웃음도 잃어버렸던 단미의 아빠 역시, 충분한 애도의 시간을 보낸 후 다시 사랑하는 가족에게로 돌아온다. 그는 단미에게 단단하고 든든한 양육자의 모델이 되어 주며 상실의 아픔을 딛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모습들은 이 책을 읽는 어른들 역시 단미의 아빠와 엄마처럼 아이의 일상과 고민을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나누며 따뜻한 지지자가 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깨닫게 만든다.


이 책은 우울과 상실을 극복해가는 과정 속에서 단미가 자신의 진정한 힘을 찾고 나아가 타인을 위로하는 존재로 성장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단순한 마법 판타지를 넘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며 깊은 감동을 느끼게 만든다. 이번 책 역시나 참 좋다. 다음 일곱번째 이야기에서 단미와 단미의 가족들은 또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까? 벌써 너무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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