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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교시에 너를 기다려 ㅣ 보름달문고 94
성욱현 지음, 모루토리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11월
평점 :
표지 그림 속 아이가 너무 행복해 보여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아이들의 일상공간인 학교 곳곳에서 벌어지는 기묘하면서도 신비한 이야기로 몰입감을 선사하는 여섯 가지 이야기를 담은 동화집이다.
책의 넘기자마자 만나게 되는 책 날개 한 편에 적힌 저자의 글은 6교시가 끝난 후 홀로 교실에 남아 상상하는 즐거움이 얼마나 크고 행복한 것인지를 깨닫게 만든다. 이야기는 어디에나 있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이끌려 이 책 속 기묘한 여섯 이야기를 통해 잠시 상상의 즐거움과 행복에 빠져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표지 그림으로 시작되는 '커튼 뒤편에서'는 교실안의 커튼이 바람에 부풀 때 나풀거리는 소리와 햇살과 커튼 그림자가 만나 만들어지는 멋진 물결무늬가 주는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주인공 채린이는 커튼을 보며 상상을 하곤 했는데, 나의 눈길을 사로 잡았던 표지 그림은 바로 커튼이 만든 물결무늬를 보며 기분 좋은 상상에 빠진 채린이의 모습이었다. 커튼을 보며 기분 좋은 상상을 하던 채린이는 반 아이들과 함께 들키지 않을 수 있는 커튼 뒤에 신나게 잠자리 낙서를 했다
다음 날 채린이와 아이들은 잠자리에 대해 까맣게 잊어버렸다. 낙서란 게 원래 그릴 때만 재미있으면 되었지, 어디에 어떤 걸 그렸는 지 계속 생각하지 않듯이 말이다. 그런데 수업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파르륵 파르륵. 처음에는 창가 자리에 있는 아이들만 들을 수 있던 그 소리는 점점 커지더니 어느새 교실 안 모두가 들을 수 있게 되었다. 과연 소리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커튼 속에서 잠자리 수십 마리가 날아오르는 날개 소리였다. 하늘을 가득 메운 세때처럼 날아오는 잠자리는 바로 전날 채린이와 아이들이 그렸던 낙서잠자리였다. 다음날 커튼 속에서 날아오른 낙서잠자리는 커튼 끝에서 끝으로 날아올랐고, 그 바람에 커튼이 교실 밖으로 날아오르게 되었다. 커튼을 잃고 싶지 않았던 채린이는 커튼 끝을 잡았고, 결국 채린이는 커튼과 함께 교실 밖으로 날아오르게 된 것이다. 낙서 잠자리의 날개짓과 함께 위로 위로 날아오르게 된 채린. 과연 채린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채린이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시길 추천해본다. 선생님께 혼나지 않으려고 커튼 뒤에 한 낙서 잠자리가 다음날 날아올라 커튼과 함께 하늘로 날아오르게 되었다는 설정 자체가 신박하면서도 재미난 '커튼 뒤편에서'를 시작하여 이 책은 아이들이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학교에서 일어나는 기묘한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다. 그 이야기 속에서는 교문 가운데 둔 소원 지팡이가 자라나 커다란 나무가 되어 학교를 막아버리기도 하고, 아무도 없는 빈 교실에서 누군가는 칠판에 자기 이름을 적어 미지의 세계를 엿보기도 한다. 그렇게 상상의 상상이 이어져 이야기는 신박하면서도 기묘하며 환상적인 이야기들을 만들어 낸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나씩 읽다보면 학교라는 공간이 더이상 지겨운 일상이 벌어지는 장소가 아니라 새롭고 신비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내는 설레이는 장소로 느껴지게 된다. 지루한 일상에 지쳐가는 아이가 곁에 있다면 이 책을 통해 '학교'라는 공간이 설레임과 두근거림으로 바뀌게 되는 마법의 순간을 경험해보도록 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