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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일 수 있다면 - 제1회 현대문학*미래엔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임고을 지음 / 현대문학 / 2024년 11월
평점 :
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현대문학과 미래엔의 제 1회 청소년 수상작이며, 불가사의한 외부의 힘에 의해 온 지구가 영하 200도로 급속하게 냉각된 세상에 얼어붙은 인간을 녹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10대 두 자매이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목 그대로 모두가 얼어붙은 세상에서 얼어붙은 누군가를 '녹일 수 있다면', 이 책은 과연 누구를 녹일 것인가를 질문하며 더 깊은 여운과 울림을 남긴다.
이 책의 이야기는 모든 것이 200도 이하로 얼어붙은 세상에서 주인공 태서진이제멋대로 집을 나간 동생 태서리를 찾아 나서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괴짜 천재 과학자인 할머니의 예언대로 지구는 어느 날 나타난 외계 생명체의 의해 갑자기 꽁꽁 얼어버렸다. 지구에 난리가 두달 전, 자매는 지금의 주택으로 이사했다. 주택의 지하에는 순식간에 살아있는 모든 것이 얼어붙는 재난 상황에도 대비할 수 있는 체온 유지 슈트, 채소가 재배되는 유리온실, 영양소를 다 갖춘 에너지바, 로봇 진료실, 튜브나 해동기 같은 장치들과 같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풍족하고 섬세하게 갖춰 있었다. 그곳에서 둘이서 보낸 일상의 평온은 서리가 편지 한 통을 남기고 사라져버린 것으로 깨져 버렸다. 서리가 남긴 편지에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날 꼭 녹여줘. 빨리 와! 기다릴게'로 끝났다. 서진은 서리를 녹이기 위해 장비를 챙겨 길을 나섰고, 가는 길에 서리가 녹이고 싶어하는 남자애는 빼고 서리만 녹일 거라는 다짐을 하였다.
서리가 남긴 편지대로 놀이터에 가 서리라고 생각한 얼어붙은 아이를 해동시켜놓고 나니 서리가 아니라 왠 남자애였다. 그렇다면 서리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서진은 자신의 바람대로 서리만 녹여서 돌아오진 못하고 서리의 남자친구인 혜성만을 녹여 서리가 아닌 혜성과 함께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혜성과 함께 서리을 찾아 나서게 된 서진. 이 책에서 얼음 인간을 녹일 수 있는 능력은 오직 서진과 서리에게만 있다. 그리고 한편 서리는 학교 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에 갖혀 있는 서진을 위해 가해자인 유진을 녹이고 혜성을 위해 혜성의 형인 태양도 녹인다. 그 사실을 알지 못했던 서진은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유진과 마주하고 너무나 놀라 유진을 피해 텐트 밖을 나갔다가 얼어붙고야 마는데... 과연 얼어붙은 서진은 어떻게 될까? 모든 것이 얼어붙은 세상에서 누군가를 녹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서진과 서리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은 모든 것이 얼어붙은 세상에서 서진과 서리의 두자매와 서진이 서리인 줄 알고 녹인 혜성, 서리가 녹인 유진과 태양의 다섯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렇게 한 집에 모인 다섯 아이들은 누구를 녹이고 누구를 얼릴 것인가라는 질문에 맞닥뜨리게 되며 이 질문은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향하고 있다. 서진은 약하고 선한 사람들을 녹이고 싶었다 하지만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기도 힘든 얼음 인간들 사이에서 반드시 선량하고 올바른 사람만을 골라 녹일 수는 없었다. 모든 것이 완벽할 수 없고 어떤 선택이든 후회와 실수를 가져올 수 있음이 이 책을 통해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완벽하지 않고, 어른들도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것들이 다 얼어 붙은 세상에서 아이들은 어떤 답을 찾아야 하는 것일까? 결코 끝나지 않고 끝낼 수도 없는 다섯 아이들의 이야기는 깊은 여운과 묵직한 질문을 함께 우리에게 던진다. 당신이라면 누구를 선택하여 녹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