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널 살아 볼게 - 그림 그리는 여자, 노래하는 남자의 생활공감 동거 이야기
이만수.감명진 지음 / 고유명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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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에 이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12년째 함께 살고 있는 두 남녀의 솔직하면서도 담백하고 너무나 따스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어찌보면 너무나 소소하고 소박하지만 담백하게 담아낸 그들의 동거이야기와 그림들은 이제는 가물가물해져버린 남편과의 신혼 시절을 떠올리게 하면서 간만에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든다. 


사랑하는 이와 맞이하는 아침도 일상이 되어버리면 너무 소소하고 평범해진다. 하지만 '진이와 등을 맞대고 커피를 갈다보면 하루의 시작이 커피향처럼 조용하고 차분하게 우리 주위로 퍼져나가는 느낌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처럼 어제와 똑같은 아침일지라도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기에 조용하고 차분하지만 기분 좋은 커피향과 함께 다가올 오늘에 대한 기대를 하며 아침을 맞이하게 된다. 하루의 순간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이 책을 통해 다시 깨달아본다.


파에도 꽃이 핀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꽃을 '총화'라고 부른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정말 소소한 어릴 적 추억이지만 나만 알고 있다면 그 건 정말 특별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남들이 모르는 나만 알고 있는 그 사람만의 특별한 이야기. 이런 이야기들이 쌓이고 쌓여 둘만의 이야기가 되고 추억이 되며 사랑이 되는 거지. 그래서 더더욱 소중한 너무나 소소한 그만의 이야기들. 나만 알고 있어서 더 특별했던 남편의 이야기를 다시 떠올려본다. 나도 모르게 슬며시 미소가 나오네.


이 책 속 두 사람의 이야기는 풋풋하면서도 소박하고 담백하면서도 따스하다. '적어도 처음 만났을 때의 그 모습 그대로 변치 않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설거지만큼은 언제까지나 자신이 해야 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은 참 보기 좋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에게 콤플렉스였던 사투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고, 사람들 사이로만 가면 왠지 주눅이 들었던 이에게 그 사람이 옆에 있어서 든든하고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었다. 처음으로 시장에 가서 함께 덮고 잘 이불을 고르고, 처음으로 누군가의 베개를 공들여 사보고, 부모님 말고는 처음으로 그 사람의 팬티를 사보는 등등. 함께 살면서 경험하게 되는 그 수많은 일들이 처음에는 굉장히 설레이고 의미있는 일이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달아본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생활에, 일상에 쫓겨서 이제는 가물가물해진 그 시절의 풋풋하고 설레이며 좋았던 그 감정들을 이 책은 하나씩 떠올리게 만든다.


나와 전혀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모든 것이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맞추며 일상의 속도를 함께하는 일은 서로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서로에게 맞춰가면서 삶을 함께 공유하는 일은 그렇기에 더더 소중하고 행복한 일이다. 함께 살면서 겪게 되는 일들은 그래서 더더 특별한 일이기에 '동거'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이 책은 특별할 수 밖에 없다. 아직도 동거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면 이 책을 보면 그 날카롭게 날선 마음들이 누그러트려지지 않을까 싶다. 그림도 글도 몽글몽글하게 만들어 주니 쌀쌀해진 가을날이 왠지 따스해지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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