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발가락 사이로
이광이 지음 / 삐삐북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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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행복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은 참 많은데, '발가락 사이라니', 왠지 냄새 풀풀 나는 이야기가 가득할 것 같기도 하고, 내용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이 책은 한겨레의 <삶의 창>에 연재하며 인기를 끌었던 저자의 글과 10여 년 동안 써 놓은 글들을 모아 담았다고 한다. 삶의 희노애략을 종일 열심히 뛰어다닌 양말 속 발가락의 구릿한 냄새로 승화시키고 '탱탱하던 삶의 테두리가 서서히 오그라드는 그 궁한 틈'을 중년의 마음을 담아 유쾌하면서도 통찰력 넘치게 담아내고 있다.


이 책에는 중년이 되면서 겪게 되는 삶의 한 단면을 정말 유쾌하면서도 맛깔나게 풀어낸 글들이 많다. 제일 처음 눈길을 사로잡은 글은 바로 '헤어 소수자의 길'이다. 어느 해 부터 한 올 한 올 빠지기 시작한 머리카락은 저자를 헤어 소수자로 만들었고, 가르마를 잃고 살아가던 중년의 어느 날, 어린이집에 다니는 늦둥이 아이를 위해 가발회사를 찾은 에피소드는 왠지 웃기면서도 슬픈, 딱 중년의 삶의 이야기다. 이보다 더 솔직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의 솔직함과 능청스러움, 특유의 유쾌함은 읽는 내내 웃음과 공감을 마구 유발시킨다.


저자의 어머님이 스마트폰으로 인해 두가지 문제에 봉착한 문제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 사회가 노인들에게 얼마나 높은 문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아주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다. 광주 고려인 마을에 가기 위해 어떤 버스를 타야 하는지와 영화 <노무현입니다>가 어느 극장에서 하느냐를 알고 싶지만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노모가 알아내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늦게서야 귀가한 저자가 함참을 헤매서 버스 몇 번을 타야 하는지, 영화가 어디서 하는 지를 알아냈지만 무엇을 타고 극장에 가야 할지 검색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무리 편리한 스마트폰이라고 하지만 노인들이 이를 이용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저자 역시 이 상황에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영화가 떠올랐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우리가 스마트폰에서 넘치는 정보들에서 헤엄치는 동안 거기에 미쳐 합류조차 못하는 우리 앞세대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다. 최근에서야 노인들을 위한 스마트폰 교육이 노인복지관과 여기저기서 행해지고 있다지만 이 역시 일부를 위한 대책일 뿐이다. 게다가 요즘 세상은 길을 가다가 누군가에게 묻고 싶어도 사람조차 없는 세상이니 어르신들을 위한 문턱을 우리가 얼마나 높여 놓았는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무엇부터 해야할까?


누구나 나이를 먹는다. 모두가 언젠가는 중년이 되며 노인이 되어간다. 이 과정을 대부분은 서글프다고 표현하곤 하는데 저자는 이 책에서 인생의 늦가을이라 불리는 중년의 마음을 정말 유쾌하면서도 능청스럽게 그리고 솔직하면서도 통찰력을 담아 풀어내고 있다. 아주 짧은 글들 속에는 삶의 많은 순간들 중 우리가 놓치고 지나간 순간들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다. 한 편 한 편 읽다보면 뭐랄까. 우리가 놓친 것들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에 놀라게 되고, 이 책을 통해 무심코 지나친 삶의 단면들을 다시 들여다 보면서 우리가 그토록 원하고 바라는 행복이 그리 멀지 않은 곳, 삶의 곳곳에 숨겨져 있음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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