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그라운드 - 여자 운동선수 인터뷰집
임보미 지음, 52스튜디오 사진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보니 지난 여름 올림픽 덕분에 온 가족이 더욱 뜨거운 여름을 보냈던 기억이 났다. 구지 올림픽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경기들에 임하는 순간의 선수들의 얼굴을 보면 그들이 이 경기를 위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지를 짐작하게 된다. 그들이 매 경기에 진심을 다하며 경기 결과나 승패에 상관없이 변함없는 땀을 흘리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들을 매일 최선을 다해 꾸준히 운동할 수 있도록 하며, 무섭도록 집중하게 만드는 원천은 또 무엇일까? 이 책이 그 질문들에 대한 답이 될 듯 싶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우리나라 스포츠계가 여자 선수를 위한 그라운드가 얼마나 협소하고 제약적이 많은지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여러 종목의 탑티어 여자 선수들을 만나 인터뷰를 한 이야기과 사진을 담아낸 책이다. 김단비, 김라경, 김선우, 박혜정, 최유리, 윤현지, 김희진, 한수진, 김은별, 김자인, 이나현, 나아름까지 총 12명의 선수들은 종목도, 훈련방법도, 뛰어야 할 경기 시간도, 처지와 환경이 제각각 다르다. 하지만 이 열두명의 선수들에게는 공통점이 많이 있었다. 그들은 경기장에 오르기 전까지 자기만의 그라운드에서 온종일 땀과 노력을 그 누구보다 더 많이 쏟아냈고, 그 누구보다 자신의 종목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선수라는 점이다.


우리 집 식구들 모두가 야구 광팬이라서 그런지 김라경 선수에게 저절로 관심이 갔다. 이 책의 저자는 김라경 선수의 야구는 투쟁의 역사라 칭하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리틀리그' 선수로 야구를 처음 시작했지만 1년 후 대한민국에 김라경 선수가 갈 곳은 없었다. 여자야구부가 있는 중학교가 우리나라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가 야구를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야구가 하고 싶어 리틀리그를 기웃거린 그녀로 인해 '김라경 룰'이 생기면서 여자 선수도 중학교 3학년까지는 리틀리그 선수에서 뛸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가 얻어낸 것은 늘 유효기간이 있었고, 여자 야구가 존재하지 않는 한국 땅에서 여자야구선수를 꿈꾸는 김라경 선수의 길을 꾸만 끊어졌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고, 고등학교에 가선 성인 야구를 그리고 대학생이 되어서는 재수 끝에 서울대에 가서 야구를 계속 했다. 그리고 일본 실업팀에 2년 전에 입성했지만 부상 때문에 실전에선 공 한개도 던지지 못한채 돌아와 팔꿈치 인대수술을 받았다. 꿈을 이뤘다고 생각한 순간 추락했지만 김라경 선수는 다시 날기 위해 준비중이다. 이런 김라경 선수에게 왜 야구가 좋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마음을 웅장하게 만든다. 야구를 할 때 가장 자기답기 때문에 야구를 한다는 그 진심을 누가 말릴 수 있을까. 부디 김라경 선수의 앞길이 더이상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길 야구를 사랑하는 1인으로서 응원해 본다.


지난 올림픽 마지막날 온국민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박혜정 선수의 말들을 하나씩 곱씹어 보면 그녀가 얼마나 운동을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오로지 역도만을 바라보고 훈련하고 또 훈련하는 그녀의 일상을 들여다 보면 운동선수의 삶이 얼마나 녹록치 않은 지를 다시 깨닫게 된다. 그리고 자신을 믿고서 노력하고 또 노력하고 훈련하고 정말 매순간 최선을 다했기에 그녀에게 좋은 결과가 돌아온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책에 담긴 열 두명의 선수들 이야기들을 하나씩 보다 보면 이들이 삶 전체를 얼마나 큰 노력하고 있는지, 얼마나 처절하게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는지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자신만의 그라운드에서 오늘도 뜨거운 땀방울을 흘려며 진심을 다해 운동을 하는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삶을 어떠한 자세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깨닫게 한다. 그 뿐만이 아니라 그들이 이렇게 진심을 다해 노력한 만큼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이 되어 오로지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그라운드가 그들에게 제공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여자 선수라는 이유로 운동을 너무나 하고 싶어도 설 수 있는 곳이 없다니. 이 얼마나 큰 장벽인가. 부디 그들과 모든 운동선수의 앞길이 끊이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길이 펼쳐질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