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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초의 여성 여행가 김금원 ㅣ 여성 인물 도서관 4
강민경 지음, 파이 그림 / 청어람주니어 / 2023년 10월
평점 :

'조선 최초의 여성 여행가'라는 제목에 호기심이 생겨 읽게 된 책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야 여행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조선시대에는 모두가 여행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특히 조선 시대에는 여성에 대한 제약이 아주 심했던 터라 조선 시대에 열네 살 소녀가 혼자 여행을 했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이 책은 여자는 아무리 글을 잘 읽고 총명해도 바느질 한 땀 잘하는 것보다 쓸모없다고 생각하던 조선 시대에 몸이 약해 바느질이나 부엌일도 하기 힘들었던 열다섯 살 소녀 김금원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넓은 세상이 보고 싶어 홀로 여행을 떠났던 김금원의 여행 이야기와 삶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제약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바를 실행에 옮기고 그 과정 속에서 깨달음을 얻고 성장해가는 모습들이 감동적이다.
금원은 양반 아버지와 소실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서녀였다. 그랬기에 열 다섯이 되면 어머니처럼 양반집 소실이 되거나 기생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금원은 어릴 적부터 몸이 약해 집안일은 배우지 않고 책을 읽거나 글을 지으며 자랐고, 그랬기에 여자들이 해야 하는 바느질이나 부엌일을 잘하지 못했다. 열 네살이 된 금원은 열다섯이 되면 정해진 운명처럼 기생 혹은 소실이 되어야만 하는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금원은 여자로서 소양을 갖추어가는 동생과 친구들이 부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남들처럼 정해진 대로 살아야만 하는 삶에 대한 답답함을 느꼈다.
그리고 어느 날, 금원은 넓은 세상을 보고 싶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넓은 세상에 나가 금강산을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가족들을 설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고민 끝에 금원은 남장을 하고서 부모님 앞에 서게 된다. 남장을 하고 여행을 하면 가족들이 걱정하는 부분도 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남장한 금원을 보고서 어머니는 깜짝 놀라 주변을 살폈고, 아버지는 엄한 얼굴로 금원을 꾸짖었다. 그렇지만 금원은 굳은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고, 결국 금원은 가족들의 배웅을 받으며 열네 살 봄에 남장을 하고서 홀로 여행길에 오르게 된다.
원주를 나서 금원이 제일 먼저 목적지로 삼은 곳은 바로 제천의 '의림지'였다. 며칠이 걸려 도착한 의림지의 모습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맑은 물가에는 푸른 수초가 자라나 있었는데, 연꽃잎과 비슷하지만 더 작은 풀마져 금원의 눈에는 신기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하늘과 무의 구분이 없는 의림지도 보고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새들을 따라 두 팔을 벌려 보기도 했다. 그리고 금원의 눈에 들어온 낚시하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꼭 그림과 같았다. 시원한 공기 덕분에 걱정과 불안도 사라지고 아픈 것도 다 나은 것 같았다. 그리고 금원은 낚시하는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눈 뒤 할아버지가 썰어준 회를 태어나 처음으로 맛보기도 하였다. 그리고 난 뒤 할아버지 댁에 하룻밤 머물었다. 그렇게 시작된 금원의 여행 이야기들. 단양의 선산에서는 신선의 놀이를 구경하다 도낏자루 썩는 줄 몰랐다는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여행의 고단함과 낯선 잠자리 때문에 뒤척이는 밤도 많았지만 그럴 때면 여행의 풍경과 느낌을 시로 남기는 즐거움에 푹 빠지곤 했다.
그리고 드디어 그림으로도 다 담을 수 없었던 금강산 1만 2천 봉을 내려다 보게 된 금원. 순조로웠던 여행길이었지만 쌀쌀한 봄기운에 그동안의 피로가 누적되어서였을까. 금원의 몸은 자꾸만 무거워지고 설상가상으로 산짐승과 마주하게 되는데.. 과연 금원은 무사히 금강산 유람을 마쳤을까? 금원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조선 최초 여성 여행가 금원의 금강산 유람에 관한 여행기다. 금원이 유람을 하며 맞주한 그림과 같은 풍경들과 금원 유람 과정 속에 만난 다정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여행이 주는 행복들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렇기에 비록 조선시대에 한 여행이지만 지금 읽어도 여행 속에서 마주한 행복과 즐거움을 고스란히 느끼게 된다.
그리고 금원이 세상 사람들의 모습이 궁금하여 오르게 된 여행인만큼 금원의 여행 속에는 깨달음이 아주 많은 데 그 중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바로 지장암 주지 스님의 말씀이다. 지장암에 있는 온갖 진귀한 보물들 중 가장 귀한 것은 바로 보살님들, 즉 사람이라는 말씀은 오래 오래 기억에 남을 듯 싶다.
사실 조선시대에는 여자가 유람을 하는 것이 불법이었다고 한다. 조선시대 법전인 <경국대전>에는 산천으로 놀러간 여자는 벌로 곤장 1백 대를 때린다고 나와 있다고 한다. 여자는 남편이나 자식과 함께 할 때에만 유람을 할 수 있었기에 유람할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런 세상에서 열네 살에 혼자 여행을 떠난 김금원의 이야기가 얼마나 대단한 지를 깨닫게 되는 순간 금원의 유람기는 더욱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혼자서 여행을 다녀온 후 <호동서락기>라는 기행문까지 남겼다고 하니 그녀의 대단함은 놀라울 따름이다.
이태껏 잘 알지도 못했던 조선시대 최초의 여성 여행가 김금원에 대해 이 책을 통해 부디 좀 더 많은 아이들이 알아갔으면 좋겠다. 그렇게 이 책을 통해 자기만의 길을 찾아가며 당차게 성장한 조선 최초의 여성 여행가 김금원의 여정을 아이들도 함께 따라가며 성장할 수 있기를 바래본다.
그리고 이 책은 뒤에 부록으로 '그때 그 시절'에서 서얼 제도 등 조선시대의 신분 제도에 대하여 쉽게 설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물 키워드'를 통해 여성 여행가로서의 김금원을 알아보고 조선시대의 또 다른 여성 여행가를 소개하기도 한다. 그리고 '인물 그리고 현재'에서는 <호동서락기>와 삼호정 시사, 삼호정 터를 소개하고 있어 김금원에 대한 이해를 폭넓게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리고 청어람 주니어 블로그(http://blog.naver.com/juniorbook)에서 <조선 최초의 여성 여행가 김금원> 독후 활동지를 내려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아이들이 이 책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인물 관계도, 낱말 퍼즐, 독서 퀴즈, 독서 토의 및 토론 등 다채로운 내용이 담긴 독후 활동지는 아이들로 하여금 책읽기의 즐거움을 오래 간직하게 하여 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