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마르탱네 사람들입니다
다비드 포앙키노스 지음, 윤미연 옮김 / 망고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특하면서도 색감 좋은 표지의 그림이 눈길을 끈다. 이 책은 매너리즘에 빠진 작가가 상상하기 위해 현실로 뛰어들게 되면서 만나게 된 평범한 듯 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파리의 한 골목길, 영감을 잃어버린 작가인 주인공 '나'는 심장을 떨리게 하고 가슴을 설레게 할 놀라운 사건을 만나기 위해 우연을 기획한다. 하지만 다음에 만나는 사람을 자신이 쓸 소설의 주인공으로 삼겠다는 '소설적인 만남'은 길을 지나가는 한 할머니를 만나는 것으로 급격하게 일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렇지만 할머니의 가족, 프랑스에서 너무나 흔한 성인 마르탱네 가족의 이야기들을 하나씩 들으며 자극적인 소재만을 추구하였던 주인공 나는 마르탱네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 그동안 뒤틀리고 억눌러있던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문득 자신이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상황에 들어와 있음을 깨닫게 된다. 소설이지만 비소설 같은 매력적인 이 책을 통해 무료하고 지루하며 반복적인 일상의 소중함을 우리는 깨닫게 될 듯 하다.



이 책의 이야기는 작가인 주인공 '나'가 자신이 매너리즘에 빠져 있음을 고백하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자신의 사인회 때 한 독자의 말을 회상하며 거리로 나가서 맨 처음 마주치는 사람을 멈춰 세우고 당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몇마디를 들려 달라고 하기로 하는 게 자신이 새롭게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보다 훨씬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영감을 잃어버린 나는 파리의 한 골목길에 서서 미지의 여인을 만나는 소설적인 만남을 꿈꾸지만 그의 앞에 나타난 인물은 보라색 쇼핑카트를 끌면서 길을 건너고 있는 나이 지긋한 여인이었다. 



거리에서 처음 마주한 할머니에게 자신이 작가이며 그녀의 이야기를 책으로 쓰고 싶다고 말하며 커피 한잔을 청하자 그녀는 지금 냉동실에 넣어야 할 물건이 있어 집으로 빨리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몇 분 뒤, 나는 그녀의 거실에 있게 된다. 그렇게 마주하게 된 주인공 나와 '마들렌 트리코'. 그리고 시작된 그녀의 이야기. 그리고 얼마 후, 마들렌의 집을 찾아온 딸 발레리의 이야기를 통해 마들렌에게 약한 알츠하이머 증세가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발레리의 집에 저녁 식사에 초대되면서 나는 프랑스에서 너무나 흔한 성인 '마르탱'네 가족의 중심으로 들어가 이야기를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 책의 재미는 바로 작가인 나가 인물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이 쓸 책에 대해 고민하며 이야기를 이어가는 형식이다. 작가인 나의 시선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서술하고 나의 생각과 고민들이 함께 담겨 이야기를 진행해가는 방식으로 인해 독자 역시 그들의 이야기에 주인공 나와 마찬가지로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건 마르탱네.사람들은 자기 자신과 마주하게 되고 이는 그들의 일상에 변화를 가져오게 한다. 이러한 그들의 모습은 주인공 나에게도 영향을 미쳐 나 또한 자신을 마주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약한 알츠하이머 증세가 있는 할머니 마들렌, 남편과의 매너리즘에 빠져 권태를 느끼는 딸 발레리, 가족 간의 부족한 대화와 직장 상사의 압박을 힘겨워하고 있는 발레리의 남편 파트릭, SNS와 스포츠에만 관심이 있는 손자 제레미, 학교에 신경 쓰이는 남자가 있지만 말을 꺼낼 용기가 없는 손녀 룰라. 너무나 평범하기 그지 없는 그들은 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그렇게 서로 조금씩 변화할 용기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마들렌의 이야기를 듣다 그녀의 첫사랑에 대해 알게 된 나는 그를 검색하고 그에게 연락을 취하여 마들렌이 그를 다시 만나고 싶어함을 전한다. 그리고 돌아온 마들렌의 첫사랑 제레미의 답장. 그리고 그저 평범한 가족들의 평범한 일상 이야기었던 그들의 이야기는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이야기로 변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마들렌뿐만 아니라 그녀의 딸 발레리와 사위 파트릭, 손자와 손녀에게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일생이 그러하듯 말이다. 이들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은 가족과 개인의 삶, 일상과 추억, 사랑과 같은 주제 뿐만 아니라 주인공이 작가이다 보니 글쓰기와 문학에 대한 고뇌에 이르기까지 아주 폭넓지만 한번쯤은 생각해보면 좋을 듯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연령층도 다양하다 보니 남녀노소 많은 이들이 이 책의 이야기에 공감하게 될 듯 싶다. 매너리즘에 빠져 근사한 표현을 생각할 수 없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엄살처럼 들릴 정도로 이 책의 이야기에는 우리의 인생에 대해 생생하면서도 세밀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어쩌면 너무나 평범해서 지루하고 반복적인 일상 속의 우리네 삶이 소설보다 더 소설적인 반짝이는 순간을 가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너무나 평범하기 짝이 없는 우리의 인생도 한 편의 책,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너무나 사소한 존재들의 아름다움과 감사함을 깨닫게 해주는 이 책, 굉장히 매력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