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지 블루 창비교육 성장소설 1
이희영 지음 / 창비교육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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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즈 블루'라는 제목과 표지 속 불꽃과 색감이 너무 잘 어울려서 왠지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이 책은 <페인트>, <나나>의 저자 이희영 작가의 신작이다. 학업과 꿈, 미래에 대한 압박으로 상처받고 힘겨운 아이들에게 갈등하고 고민하고 선택하고 후회하는 것, 모두 대단한 도전이라는 메세지를 우리에게 전한다.


이 책의 이야기는 이제 곧 고3으로 올라가는 주인공 바람의 꿈 이야기로 시작된다. 늘 꿈 속에서 만나곤 했던 아이와의 이야기에서 바림이 앞으로 자신의 진로와 미래에 대한 고민이 얼마나 깊은지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이번 겨울 방학만 지나면 고3이 되는 바림은 학원에서 그림을 그리다 쉬는 시간에 단짝 친구 해미와 편의점에 간식을 사러 갔다가 눈길에서 넘어져 오른쪽 손가락 인대가 늘어나 2주간 손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그림을 그리는 바림에게 2주간 오른손을 사용하지 못하는 건 어쩌면 치명적인 일일 듯 싶다. 그래서 바림의 엄마도, 해미도 걱정이 깊어져 가지만 어쩐지 바림은 그렇지 않은 듯 싶다.


주인공 바림은 그림 그리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던 아이였다. 그런데, 언제가부터 그림 그리는 것이 싫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입시를 목표로 하여 그리는 것이 바림에게는 너무나 큰 부담이었을까. 그 중압감을 견디다 견디다 손을 다치기 2주 전쯤 학원 선생님께 바림은 자신의 속마음을 이야기 했지만, 선생님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바림의 마음은 풀리지 않았다. 손 다친 김에 잠시 쉬어가자는 엄마의 말에 갑자기 이모가 있는 경진으로 가기로 한 바림. 그렇게 바림은 몇 년만에 경진에 가게 된다.


이 책은 특징은 제목부터 특정 색을 나타나는 말로 시작해 모든 목차가 색을 나타내는 단어로 이루어졌다는 거다. 그 색이 가지는 느낌을 토대로 바림과 등장인물의 마음과 생각을 유추하여 생각하다보면 어느 새 등장인물들이 지금 어떤 마음인지를 공감하게 되고, 이해할 수 있게 되며 이야기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 경진으로 온 바림은 홀로 백오산에 갔다 한 아이를 만나게 된다. 신기하게도 그 아이는 바림을 너무 잘 알고 있는데, 과연 이 아이의 정체는 무엇일까? 뒷 부분에 가서 밝혀지는 아이의 정체는 완전 반전의 반전을 이룬다.


산에서 만난 아이, 수를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서 이 책의 제목인 '챌린지 블루'의 의미를 알 수 있다. 바림이 수가 밤에서 새벽으로 가는 하늘 빛의 새로운 이름으로 챌린지 블루를 이야기 했을 때 바림의 미간은 찌푸린다. 이제 곧 고3이 되는 바림에게 도전과 성취라는 단어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숨이 막혔기 때문이다. 새로운 하루를 시작한다는 의미의 챌린지 블루가 누군가에게는 희망의 메세지처럼 느껴질 단어가 누군가에게는 바림처럼 도전과 성취를 해야 한다는 중압감으로 다가올 수도 있음을 이야기 함으로써 우리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솔직한 마음을 공감하게 되고 알아가게 된다.


사실 바림은 자신이 다칠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바닥이 미끄러운 슬리퍼를 신고 나갔고, 넘어질 때 일부러 오른손으로 땅을 짚었다. 심리적 부담감으로 인한 월요병이나 새학기 증후군이 있는 것을 생각해 볼 때 바림이 한 행동을 과연 자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러한 바림의 행동이 무모하다고, 혹은 잘못이라고 나무랄 수 있을까. 이러한 마음은 비단 청소년만이 겪는 것은 아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수많은 청춘들은 '오늘의 행복'보다는 '행복할 미래'를 위해 오늘을 저당잡힌 채 살아가고 있다. 과연 그러한 우리가 미래에 도달했을 때 과연 정말 행복을 누릴 수 있을까.


그리고 주인공 바림의 이름인 바림의 사전적 의미는 색깔을 칠할 때 한쪽은 짙게 하고 다른 쪽으로 갈수록 차츰 엷게 나타나도록 하는 일로 비슷한 말은 그라데이션이 있다. 그리고 엄마 너울, 이모 여울, 절친 해미, 이모의 전 남친 우금, 그리고 수까지 이 책의 등장인물들의 이름들은 모두 물과 관련된 단어로 지어져있다. 책의 초반부에 나온 바림의 꿈에서 한 아이와 나눈 대화도 그렇고,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그렇고 이 책은 우리의 삶이 물처럼 어느 한 곳에 도달할 지를 그 누구도 알지 못하고, 특정한 목표에 머무르지 않으며, 그라데이션처럼 다양하게 변하는 거라는 것을 말하는 듯 싶다.


이 책은 우리에게 도전을 하면 꼭 나아가야 하는 거냐고 묻는다. 때로는 제자리에 멈춰 서는 것 역시 다른 의미의 도전이 아니냐고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바림의 선택은 참으로 용기 있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대부분의 청소년 소설은 역경을 이겨내고, 무언가를 이루어냄으로써 성장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하지만 이 책은 바림이 어떤 역경을 이겨내고 성취하는 모습으로 결론 짓지 않아서 더 좋다. 꼭 도전하고 성취해야 하는 것만이 아이들에게 살아가는 데 있어 성장하는 일이라고 알려주지 않아서, 가끔은 멈춰 서서 현재를 돌아 보는 것도 도전이라고 말해줘서 이 책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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