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나잇 - 아직 잠들지 못하는 당신에게
박근호 지음 / 히읏 / 2022년 1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쩌면 최고의 불면증 치료제는

사랑하는 사람의 체온일지도 모른다.

 커다란 띠지 안에 적힌 문구가 마음에 콕 박힌다. 이 책은 생각과 걱정이 너무 많은 이들을 위한 박근호 작가의 신작이다. 모두가 잠든 밤에 홀로 깨어있다는 게 얼마나 괴롭고 외로운 일인지를 단 하루라도 잠을 이루지 못한 적이 있는 사람은 알 것이다. 이 책은 그렇게 아직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이불 같은 문장들'을 담고 있다. 이 책을 읽는다고 이루지 못하는 잠이 오지는 않을지라도 지금 당신만이 홀로 깨어있는 것은 아니라고, 당신 혼자만 괴롭고 힘든 것은 아니라고 따뜻한 문장으로 어깨를 다독여주는 듯하다.


 저자는 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불면증을 앓고 있다고 고백하고 있다. 아파본 사람이 그 아픔을 잘 아는 것처럼 저자 역시 오랫동안 쉽게 잠들지 못하였기 때문에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한 사람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우리 같은 사람들이 밤에 잘 자기 위해서는 평소에 마음을 잘 보살펴주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라는 말을 몇번이고 건넨다. 마음을 보살피기 위한 저자의 진심을 담은 잠들지 못하게 만드는 마음을 다스리는 문장들은 그렇기에 이불 같이 포근하며 따사로운 것이다.


 사실 나자신에게 가장 엄격한 것은 바로 나자신이다. 그렇기에 나의 기대에 충족하지 못해서, 나 스스로에 대한 가치와 재능과 잠재력이 의심스러워서, 깊은 자기 혐오에 빠지기도 한다. 그런데, 실은 저자의 말처럼 자기 자신을 미워한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그 누구보다 사랑하고 있다는 것과 같은 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난 잘 할거야, 난 최고야라며 스스로를 쓰다듬는 것보다 못해도 괜찮다, 실수해도 괜찮다며 자신을 믿어주는 게 어떨까 싶다. 좀 못한다고 해서, 실수를 했다고 해서 지구가 멸망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나 자신에게 좀 너그러워지자.


 

 예고도 없이 비가 엄청 내리고 나서는 무지개가 뜨는 것처럼, 옷을 몇 겹을 껴입어도 몸이 시릴 만큼 춥고 나서야 함박눈이 내리는 것처럼 슬프고 힘들고 괴로운 시간들이 일어나야 우리에게 아름다운 일도 찾아온다. 그러니 너무 슬프하고 너무 힘들게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무나 힘든 이 시간이 지나가고 나면 반드시 당신에게도 나에게도 선물 같은 시간이 올 차례인 것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무모함과 낭만이 점점 사라져간다. 하루 하루 똑같은 일상에 치여서라고 변명하기에는 많이 아쉽다. 낭만이 밥을 먹여주거나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낭만만은 잃고 싶지 않다. 그리고 아직 남아 있는 동심도 같이. 가끔은 무모하게, 가끔은 천진난만하게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이 책에는 구교환이라는 배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나 또한 구교환이라는 배우를 응원하고 있었던 터라 저자의 이야기가 무척이나 반가웠다. 청룡영화제에서 구교환님이 인기스타상을 받았을 때 그는 정말 대상이라도 받은 것처럼 기뻐했다. 그리고 그의 옆에 배우 조인성님이 구교환님의 이름이 불리자 자신이 수상한 것보다 더 기뻐하는 표정으로 구교환님을 껴안았다. 나 또한 그 장면이 너무 예뻐서 인상 깊었는데, 이 책의 저자에게도 똑같이 멋있어 보였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자신이 친구의 잘 된일에 진심으로 기뻐한 적이 있었는지, 그리고 자신의 기쁜 일에 진심으로 축하한 친구가 있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우리는 사실 남의 잘 된일에 진심으로 축하하는 일을 잘 못하는 것 같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다는 속담처럼, 정말 진심어린 축하를 전해는 일을 잘 못하는 게 참 안타깝다. 그렇기에 나는 내가 진정으로 아끼는 이들의 잘된 일에 그 누구보다 진심어린 축하를 전하면서 살고 싶다. 저자의 말처럼 친구의 불행에 기쁨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불행에 같이 슬퍼하고 기쁨에 같이 기뻐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책의 문장들은 정말 솔직하다. 그리고 진심이 듬뿍 담겨져 있다. 그렇기에 모두가 잘 자기를, 잘 지내기를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와닿는 듯하다. 저자가 전하는 진심이 듬뿍 담긴 따뜻한 굿나잇이라는 인사가 참 좋다. 나도 바래본다. 나도, 당신도, 우리 모두 굿나잇하기를. 잘 지내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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