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인간에 대하여 - 라틴어 수업, 두 번째 시간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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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라틴어 수업>의 저자 한동일 작가님의 신간이다. 책 표지의 띠지를 통해  "우리에게 "믿음이 사라져가는 시대,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책은 저자가 공부하는 학자로서 예루살렘에서 보낸 한 달의 경험과 자신의 삶을 바탕으로 오늘날 종교 공동체와 인간이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들여다 보고 있다. 저자는 유럽 역사를 들여다 보며 지금과 같이 혼란한 시기가 과거에도 있었음을 짚어내고, 고통과 환란의 시대에 신을 찾았던 사람들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지금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가 종교가 있든 없든 각자 마주한 삶의 문제에 대해 어떻게 답을 찾아야 하는지,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 지 함께 생각해보기를 제안하고 있다. 

저자의 말처럼 종교는 인간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뗄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다. 또한 저자는 법과 정치가 종교와 분리된 것은 불과 몇 세기에 지나지 않았고, 10세기 초반 유럽의 혼란한 시대적 상황에 불안에 떨던 민중은 교회로 몰려와 신의 보호와 자비를 청하기도 하였다고 말하고 있다. 역사 속에 종교와 인간이 걸어온 흔적은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한때 '멘토'의 열풍이 불던 때가 있었다. 멘토라 불리는 사람 중에는 종교계 인사들이 참 많았었다. 과거 우리는 저자의 말처럼 우리 사회에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종교계에서 헌신하던 분들 가운데서 생각의 어른들을 찾아 조언을 듣고 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들 다같이 우리 사회에 '어른이 없다'고 말하곤 한다. 여기서 우리가 말하는 어른이란 생물학적으로 다 자라거나 나이든 사람, 혹은 지위나 항렬이 높은 사람을 말하지는 않는다. 생각의 어른이란 마음을 열고 다가갈 수 있는 사람, 기댈 수 있는 사람을 뜻한다. 그런데, 저자는 우리에게 생각의 어른을 밖에서  찾고 바라기만 하지 말고, 우리가 생각의 어른이 되어 줄 수는 없는지를 되돌아봐야 하지 않겠냐고 말한다. 우리가 바라는, 혼란산 삶 속에서 누군가를 이끌어주고 기댈 수 있는 '생각의 어른'이 되기 위해 애쓰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삶의 태도로 살아가기. 이 책을 통해 저자의 말씀에 귀기울이면서 하나씩 배워간다. 

이 책을 통해 저자가 하는 말씀 하나 하나가 참 좋아서 되새기고 싶다. 특히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할 유산은 돈이나 재산이 아니라 실패의 시간을 버티고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한 태도와 정서라는 저자의 말씀은 부모로서 살아가야할 태도에 대하여서도 깨닫게 한다. 똑같이 스승 예수를 배신한 베드로와 유다의 삶을 보며 누가 의인인지 악인인지를 판단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실패를 마주하는 태도와 그것을 마주하는 힘이 무엇인지에 대하 알려주는 말씀이 참 와닿았다. 우리는 보통 실패 앞에서는 좌절하고, 고통스러워서 마주서고 싶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실패에 마주함으로써 더 강해지고, 더 멀리 나아갈 수 있음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저자는 특히 흑사평과 기근 등으로 고통의 시기를 겪었던 중세의 모습에서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오늘날의 모습을 비춰보며, 과거 인류가 중세 를 거쳐 어떻게 오늘날에 이르렀고,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 생각해보고자 한다. 예를 틀어 흑사병으로 인해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사라졌으나 그것을 계기로 의학이 어떻게 종교로부터 독립된 학문이 되었고, 역사 속에서 종교가 어떻게 정치적으로 이용되어 왔으며, 정치로부터 분리될 수 있었는지, 그것이 사회적으로 미친 영향이 무엇인지를 살핀다. 또한 그 과정 속에서 끊임없이 주장되었던 종교의 자유를 언급하며, 오늘날 팬데믹으로 인해 대면 종교 행사나 각종 집회가 금지되고 있는 중에 몇몇 종교 공동체가 내세운 종교의 자유는 과연 합당한가하는 문제를 짚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과거 한국 사회는 경제 발전을 위해 나머지 가치를 무시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다양한 가치가 불균형적으로 성장하였고, 그리고 대화와 타협의 가능성이 차단되어왔음을 말하고 있다. 현재는 그래도 그때보다 많은 것이 풍요로워졌고, 대화나 타협의 시도도 점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기는 하나, 상처만큼은 치유되지 않고 남아있으며 그결과 성별간의 논쟁, 종교간 마찰, 정치적 대립 등의 문제가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 모든 것이 '어느 한쪽이 오랫동안 강하게 억눌러왔고, 침묵을 강요당해왔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고 지적하며 지금과 같은 마찰은 양쪽 모두가 자신의 목소리를 강력하게 내고 있다는 의미에서 변화의 씨앗은 있다고 믿는다고 말한다. 그렇게 어찌보면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듯한 모든 것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나 또한 믿고 싶다. 

서문에서 저자는 '오늘의 아픔과 절망을 바꿀 수 있는 내일이 있다면 인간은 그 아픔과 고통이 아무리 크더라도 그것을 견디고 넘어설 수 있는 힘을 얻게 됩니다. 마치 기록적 폭염을 맞고 있다고 해도 곧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과 함께 청명한 가을이 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혹독하게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고 해도 봄은 어김없이 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우리가 그 시간을 버티고 견딜 수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수많은 역사 속 종교와 신앙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삶에 대한 이야기며, 이는 우리의 현재와 미래한 이야기이기에 더 많은 공감과 깊은 깨달음을 가져다 준다. 고백하자면 나는 저자와는 다른 종교를 가진 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 속의 주옥 같은 그의 말씀 하나 하나를 되새기며 살아가고 싶고 우리는 결국에는 다같이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할 꺼라는 믿음을 잃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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