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니? Dear 그림책
소복이 지음 / 사계절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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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 표지 가득 내리는 비와 빗방울이 가득한 곳에 우산 아래 곧이라도 눈물을 떨어뜨릴 것 같은 한 소년과 우산을 든 고양이의 모습에서 소년이 왜 그러는 지 궁금해지게 만든다. 소복이 작가 특유이 동글동글한 그림과 평범한 일상에서 특별한 공감이 돋보이는 책이다. 소복이 작가의 신작 <왜 우니?>에서는 '왜 우니?'라고 묻는 말에 얽힌 여러가지 눈물과 관련된 스물 다섯가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겪을 법한 소소한 소재들과 흔히 볼 수 있는 가까운 누군가를 닮은 친근한 캐릭터가 더욱 이 책에 공감하게 만든다. 

표지를 넘기면 표지 속 소년은 결국 눈물을 쏟고야 만다. 한참을 울고 나서 일어난 소년은 어디론가를 향한다. 책장을 한 장 넘기면 잠옷을 입은 꼬마가 울고 있다. 표지 속 소년은 꼬마에게 '왜 우니?'라고 물으면서 그렇게 이 책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먼저 잠옷을 입은 꼬마가 우는 이유는 '엄마가 있는 줄 알았는데, 엄마가 없어서'이다. 아마도 꼬마는 이제 잠자리 독립을 하게 되었나 보다. 잠을 재워 주던 엄마가 사라진 것을 잠결에 확인하고서 엄마를 찾아 울는 꼬마의 모습은 우리 아이들이 어릴 적 모습을 연상시킨다. 이제는 다 커서 재워줄 필요도 없지만 말이다. ^^

그런데, 꼬마 다음으로 나타난 다른 소년이 우는  이유는 '엄마가 없는 줄 알았는데, 엄마가 있어서'라서 이 책을 읽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유도한다. 엄마가 없는 줄 알고 아빠와 신나게 간식거리를 사온 소년은 집에 돌아온 엄마와 마주치고, 간식거리들을 빼앗긴다. 엄마 몰래 아빠와 맛있게 먹을 것을 예상했는데, 간식을 다 빼앗겼으니 눈물이 나올 수 밖에 없었을 거다. 우리집 2호는 이 장면에서 무지 분개했다. 맛난 감자 스낵을 왜 엄마가 빼앗아가냐고 말이다. ㅋㅋㅋ

우리집 2호가 이 책에서 가장 슬프다고 뽑은 장면이다. 할머니의 엄마가 점점 작아져서 사라진다는 게 너무 슬펐다고. 아무래도 몇 달전 돌아가신 할아버지 생각이 나서 그런 것 같다고 말이다. 이 장면을 두고 아이랑 늙음과 죽음에 대해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책에서 표지 속 소년은 이 책에서 스물 다섯명의 사람들을 만나 한결 같이 '왜 우니?'라고 묻는다. 다양한 공간에서 우는 이들을 찾아가 같은 말을 건네고 돌아오는 대답은 제각각의 눈물의 이유들이 담겨 있다. 사실, 말로만 듣는 다면 와닿지 않을 눈물의 사연의 내막은 두 장의 그림 안에서 들어나게 된다. 우는 상황을 보여주는 펼침면과 자초지종을 말하는 만화 칸은 같은 색감으로 이야기를 흘러가게 만들어 그냥 말로 들었을 때보다 훨씬 더 깊은 공감을 끌어낸다. 그리고 저마다의 개성 넘치는 상황 묘사에는 짠한 유머가 담겨 있어서 그 안에 웃음과 울음을 같이 유발하게 한다. 

 모든 이들의 이야기가 끝나면 표지 속 소년을 시작으로 주인공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행렬이 이어진다.  다른 이들의 눈물을 닦아 주는 이들의 모습들은 이들의 사연 속에서 비슷한 이유로 울었거나 눈물을 참았던 자신을 발견하고 같이 공감하고 위로받게 된다. 그리고 뒷표지는 눈물이 그치고 함께 앉아 있는 고양이와 소년을 통해 이들의 눈물은 이제 그치고, 이와 함께 비도 그쳐 왠지 해가 쨍하게 뜰 것만 같은 희망을 품게 만든다. 

우리는 누군가의 앞에서 우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왜 우는 지를 물어보는 사람보다 '울지마!'라는 말을 더 많이 듣으며 자랐다. 아마 지금의 아이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이 책을 보면서 누군가가 눈물을 흘리다면 '울지마!'가 아니라 표지 속 소년처럼 '왜 우니?'라고 다정히 물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이들에게 눈물을 삼키는 것보다 흘려내는 것이 더 큰 위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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