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은재 사계절 아동문고 100
강경수 외 지음, 모예진 그림 / 사계절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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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월 이후 평범하고 매일 똑같았던 일상에 아주 큰 변화가 일어났다. 전국의 아이들이 새학기가 되어도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입학과 개학이 미뤄졌다. 그리고 마스크를 쓰고 체온과 개인정보 체크를 해야 사람들이 있는 장소에 입장이 가능해졌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모임은 무기한으로 연기되거나 인원을 제한하여 모였다. 그리고 아이들은 학교에 가는 날보다 온라인으로 수업하는 날이 더 많았다. 그렇게 코로나 19로 인해 변화된 일상을 1년을 지나 2년째 맞이하여 살아가고 있다. 전세계가 팬데믹의 한가운데에서 달라진 일상에서 힘들어하고 있는 요즘, 우리 아이들은 어떠할까? 친구들과 열심히 뛰어 놀던 아이들의 대부분은 집에서 머물었다. 코로나 19 이전과 이후의 변화가 너무 커서 우리는 매일 똑같아서 지루하였던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되었다.


팬데믹의 한가운데에서 사계절아동문고 100권과 101권을 준비하며, 어린이문학계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작가님들께 물었습니다.

'지금, 오늘의 어린이들에게 어떤 사람, 어떤 시간, 어떤 시공간이 자신을 이전과 다른 '나'로 만드는 계기가 될까요?'

그에 대한 응답으로 사계절아동문고 100권과 101권을 내놓았습니다. 이 두 권에 모인 열세 편의 동화를 통해 ,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을 돌아보고 나아가야 할 내일을 가늠해 보면 좋겠습니다.

p2~p3

 사계절아동문고 100권을 기념하여 두 권의 작품집 <정의로운 은재>와 <다이너마이트>이 발간되었다. 두 권의 책에는 총 13명의 어린이문학 작가들이 바라본, 어린이의 삶을 변화시키는 결정적인 순간들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 것으로는 사건, 공간,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존재들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지금 전세계가 고통받고 있는 코로나 19가 아닐까 싶다. 사계절 출판사는 팬데믹의 한 가운데에서 오늘날 어린이문학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이 <정의로운 은재>와 <다이터마이트>에 실린 작품들을 통해 답을 하고 있다. 불안하고 막막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보내는 공감과 위로의 메세지를 보낸다.


 <정의로운 은재>는 이 책의 표제작이자 제일 먼저 수록된 작품으로 하루 세 번, 나쁜 아이들에게 투명 양동이로 물을 끼얹을 수 있는 모임 '정의의 양동이' 회원이 된 은재와 승연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세상에 착하고 좋은 사람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는 착한 사람, 좋은 사람들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내 눈 앞에서 저건 아닌데 싶은 행위를 한다고 해서 나에게 정의를 어긴 사람에게 벌을 내릴 만큼 힘이 있거나 신비로운 능력이 있지 않는 한, 내 눈 앞에서 나쁜 짓을 하거나 누군가를 괴롭혀도 말로써 그러지 말라고 하는 수밖에 없다. 이 작품 속 은재도 마찬가지다.


 어느 쉬는 시간 아이 둘이 몸싸움을 하고 아주 심한 욕을 주고 받았다. 은재는 그냥 무시하고 자기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부반장인 은재가 아이들을 말리지 않았다고 혼이 났다. 자기보다 덩치도 훨씬 큰 아이들을 무슨 수로 말릴 건지 답답한 은재에게 은재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태명 언니가 양동이 모임의 가입을 권유한다. 양동이 모임은 일명 정의의 양동이로 하루 세번, 나쁜 짓을 하는 아이에게 투명 양동이로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남을 밀치고 위협하는 아이, 악담을 하는 아이, 시비 거는 아이... 남을 괴롭히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지만 은재는 나쁜 아이들로 정의를 내리고 그 아이들을 단호하게 응징한다. 그런 은재가 친구의 옷차림에 대해 진심으로 '충고'를 한 순간, 정의의 양동이는 은재를 향한다. <정의로운 은재>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정의란 과연 무엇인지를 묻는다. 남의 물건을 빼앗는 것과 외모를 평가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양동이를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해 보지도 않은 은재처럼 스스로 자신만이 정의롭다고 자신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묻는다. 은재가 투명 양동이를 맞고서야 정의의 양동이가 불공평하다고 느낀 것처럼 우리는 스스로를 정의롭다고 자부하며 사는 것은 아닌지 이 작품은 묻는다.


 그리고 옛이야기를 어린이의 현실에 절묘하게 투영시킨 <그날 밤, 홍이와 길동이>. 선녀의 딸인 홍이는 함께 하늘 나라로 가자는 엄마의 제안을 마다하고 친구 길동이를 찾아간다. 그런데 길동이 아버지는 툭하면 길동이를 구박하고 이번에는 광에 가두었다고 한다. 홍이와 선녀 엄마가 홍이를 보호주라고 하여 홍이 곁에 머무는 잔소리 쟁이 사슴과 떡을 너무나 좋아하는 호랑이는 과연 길동이를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엄마를 따라 하늘 나라로 가지 않고 홀로 남은 홍이와 사슴, 호랑이의 도움으로 과연 길동이는 아버지의 구박과 횡포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을까.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시길. ^^


황선미의 작가의 <골목이 열리는 순간>은 주인공 리나가 두발로 걷는 고양이와 마주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친구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리나는 그 마법 같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단 한 명의 친구가 생기길 바라게 된다. 오늘을 살아가는 어린이에게 왜 이야기가 필요한지를 너무나 매력적으로 풀어내고 있는데, 과연 리나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줄 친구를 만날 수 있을까.


코로나로 인해 집 안에만 머물러야 하는 현실을 너무 잘 녹여낸 전성현 작가의 <살아있는 맛>. 신종 바이러스 때문에 아이들은 학교도 놀이터도 갈 수 없게 되었다. TV에서는 바이러스의 숙주가 어떤 동물인지 추측하고, 온라인 수업에서는 식용 동물들은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는 인터뷰가 나왔다. 주인공 민재는 형을 찾으러 나왔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파트에 있는 사람들을 보니 층층이 갇힌 공간에 갇혀 있는 사람들 모습이 사육장의 동물들과 별반 다를 바 없이 보이다. 사람들이 동물들을 우리에 가두니 거꾸로 동물들이 사람들을 집에 가둔 게 아닐까하는 의문이 생긴다.


장년층과 노년층의 갈등을 편견없는 어린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야기, 최나미 작가의 <손톱 끝만큼의 이해>. 늘 투닥거리는 아빠와 할머니는 할머니가 나라를 위해 집회에 나가면서 더욱 나빠졌다. 그러다 할머니가 집회에 나가서 다치고 돌아오자, 아빠는 할머니 친구분들께 따지겠다고 집을 나간다. 한치도 양보하지 않는 아빠와 할머니 사이에서 주인공 주홍은 너무 답답하다. 이해를 해 보려고 애를 쓰지만 어느 누구도 주홍을 도와주지 않는다. 손톱 끝만큼도 서로를 이해하려 들지 않는 집에서 주홍은 더이상 애쓰고 싶어지지 않는다. 편견없는 아이의 시선에 서로를 이해하기는 커녕 자신의 의견만 말하고 날을 세우는 어른인 게 부끄러워진다.


마지막은 어느날 좀비가 된 소년의 이야기를 담은 강경수 작가의 <바이, 바이>. 아침에 학교를 가기 위해 집을 나섰던 나는 어느 순간 폐허가 된 도시를 헤매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러다 강아지 한마리와 친구가 되지만, 금세 이 강아지가 왜 자신의 곁에 있는 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말과 행동은 점점 더 느려지고, 강렬한 배고픔만이 느껴져서 단 하나의 친구인 강아지마져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나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좀비가 된 소년이 다시는 인간이 될 수 없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소년이 지켜주고 싶었던 것은 과연 무엇일까. 궁금하신 분은 책을 통해서 확인해 보시길. 조금 슬픈 이야기지만 강경수 작가 작품 답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 책에 실린 6편의 작품 각각은 우리가 익숙하고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온 세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과연 정의는 무엇인지, 새로운 세계로 떠날 용기가 있는지, 인간이 동물을 가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잘못으로 우리가 가두어진 것은 아닌지, 좀비가 되어서라도 끝까지 지키고 싶은 무엇이 있는지.. 등등을 묻는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음으로써 익숙한 세계가 아닌 새로운 세계로 떠날 용기를 주며 새롭게 다가올 미래의 변화에 대해 어떻게 맞이할 것인지에 대한 메세지를 준다. 사계절아동문고 100권을 기념하여 각각의 세계관이 뚜렷한 6명의 작가들이 이 책을 통해 전하는 그 공감 가득한 위로의 이야기들이 그래서 더 가깝게 다가오는 듯하다.

* 사계절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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