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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키
D. M. 풀리 지음, 하현길 옮김 / 노블마인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왜 데드키라고 부르는 거죠?" 아이리스가 끝까지 물었다.

"대여금고가 여러 해 동안 열리지 않고 잠겨 있으면, 우린 '죽었다'고 말해요. 대여금고가 죽으면, 그걸 비우고 다른 대여자를 받아야 하죠. 우린 데드키로 죽어버린 대여금고를 열고 자물쇠를 바꾸곤 했어요. 지금은 드릴로 틀에 구멍을 뚫고, 틀 전체를 몽땅 갈아치우지만. 짐작하겠지만 금전적으로는 엄청난 낭비죠."

"대여 금고가 자주 죽나요?"

"깜짝 놀랄 정도로 자주요."

 

<데드키>를 받은 지는 꽤 되었다. 처음 소설을 받았을 때는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었는데 이 정도 두께의 소설을 읽어본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내 인생 최고로 긴 소설이라고 해 봤자, <까라마조프의 형제들>, <안나 카레니나>들 인데, (어쩌다 보니 둘 다 러시아 소설이다.) 그 땐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사명감에 읽었던 것이다. 하지만 미스테리 스릴러로서 600p라니. 읽기 전 부터 피곤해지는 기분이었으나, 아무튼 간에 가끔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하루 종일 책 한 권 읽는 것도 재미 있는 게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1978년 은행 파산 직전, 비서로 고용된 십 대 소녀 베아트리스

1998년 은행의 설계도를 담당하게 된 건축공학기술자 아이리스

소설의 구성은 78년의 베아트리스와 98년의 아이리스를 넘나들며 진행된다. 두 사람은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데, 20년 동안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사진을 찍어논 듯한 비슷한 상황, 비슷한 공포를 이끌어간다. 20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음에도 은행을 둘러싼 여러가지 미스테리와 알 수 없는 기이한 사건들이 독자들을 600p 동안 매료시킨다. 내가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베아트리스와 아이리스 두 인물이 한 사건과 공간을 지켜보며 나타내는 심리였다. 두 사람 다 은행에 얽힌 여러가지 진실들을 향해 가지만 그 뒤에 숨겨진 여러 욕망들을 지켜보는 시선이 눈에 띄었다.

베아트리스는 은행과 인물들이 가진 욕망에 대해 두려워 하면서도 다가서고자 한다. 초반에는 두 사람의 여러 정보와 배경, 인물들의 관계를 강조하느라 약간 지체되는 면지 없지 않았으나 중간부를 넘어가서부터는 공포를 넘어 슬픔과 분노와 실망, 호기심이 뒤얽힌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많은 미스테리 소설이 그러하듯 상세한 인용을 하기엔 너무 대량 스포들이 많다. 하지만 책을 한 번 펼쳤을 때 부터 쭉 읽어나가는 게 어렵지 않다. 어떤 작가가 그랬는데, 소설은 100p이상 읽어야 재미있어지는 거라고.

세상이 항상 이런 식으로 나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베아트리스는 양초 하나를 들고 성가를 부르는 아이들을 돌아보았다. 작은 종이 쪽지가 바닥에 붙어 있었다. 기도문이었다.

마음이 온유한 사람은 복이 있다.

그들이 땅을 상속받을 것이다.

 

 

워낙 미스테리 소설을 읽지 않는 편이라 큰 애정이 가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이 소설을 계속해서 읽고 이끄는 매력은 아이리스와 베아트리스가 가진 '비밀을 파헤치고자 하는 욕망'을 보는데에 있다. 멈추면 안전할 수 있는 것. 모른 체 덮어두면 상관 없는 것들을 끊임없이 발견하고자 하고 공포를 두려워하지 않고, 슬픔을 감내하는 그 인물들의 저돌적인 캐릭터성은 소설을 길게 읽어도 지치지 않게 한다. 무엇보다 두 시간대가 평행우주처럼 같이 일어나는 부분에서 나오는 이 구성적 긴장감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사건이 일어나 파국에 이르려고 하면 시간대를 옮기고, 또 그 시간대에서 긴장이 솟아 오르면 또 시간대가 옮겨지는데, 독자가 어떻게 다음 페이지를 넘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D.M 풀리의 데뷔작인 <데드키>는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구조공학자로 일했던 작가 자신의 직업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버려진 건물을 조사하는 동안 그녀는 소유자가 분명하지 않은 대여금고들로 꽉 찬, 지하의 금고실을 발견했다. 그 중 특별해 보이는 금고에 얽힌 미스터리는 그녀가 계산기를 내려놓고 글을 쓰기 시작할 때까지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 ... ... 작가는 지금도 건물의 구조 문제를 조사하고 리모델링을 진행하는 사설컨설턴트 일을 계속하고 있다.

<데드키>가 600P를 넘기는 긴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2014년 아마존 브레이크스루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부문 우수상을 수상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결국 작가 자신이 직접 경험했던 그 기이함과 미스터리함을 안고 소설을 써내려갔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작가 스스로도 느꼈던 이 이상한 사건들을 직접 파헤치고, 베아트리스와 아이리스라는 인물을 앞세워 서사를 진행시켰기 때문에 많은 독자들도 그 감정에 매료된 것이 아닐까.

긴 소설이지만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영화가 아닌 텍스트가 주는 공포적 매력은, 인물들의 심리를 계단 밟듯 하나 하나 천천히 느낀다는 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데드키 #심리스릴러 #아마존베스트셀러 #은행 #범죄 #열쇠 #노블마인 #수상작 #영미소설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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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도 일기 (리커버 에디션)
롤랑 바르트 지음, 김진영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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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10월 25일 어머니가 돌아가신 다음 날부터
롤랑바르트는 <애도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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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들은 완결된, 저자가 손수 마무리한 책이 아니다.
이 글들은 바르트가 쓰고자 했을 어떤 책의 가정들, 그 작품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었고, 그래서 그 작품에게 빛을 던져주고 있는 텍스트이다.


어제 목욕을 하는데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았다. 보일러를 틀고, 찬 물을 아무리 빼내도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는 바람에, 나는 나체로 욕실에 서서 내내 기다려야 했다. 찬 물이 손에 줄줄 흐르며, 나는 어떤 생각들을 했는데, 그건 이별과 죽음에 대한 것이었다. 이별과 죽음의 가장 커다란 차이점은, 무의식적으로든 아니든 타인을 결코 만날 수 없다는 확신에 있다. 죽으면 끝, 이니까. 사후세계가 있어도 아무튼 우리는 현생에 살고, 죽으면 영영 보지 못하니까.

나는 수 없이 많은 이별은 겪어봤어도, 죽음은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인지 꽤 머리가 자란 지금 시점에서 겪을 타인의 죽음이 아주 두렵다. 이별도 두려운데, 죽음은. 거대하다.

바르트를 처음 만난 건 <현대의 신화>였다. 그 책 같은 경우는, 바르트라는 인간이 꽤나 깜찍한 사람이구나 싶은 문장이나 발상이 좋았는데, <애도 일기>는 사뭇 무겁고, 직접적으로 작가와 닿아 있어서 읽는데 힘들었다. 나도 최근에 이별을 겪은 사람으로서, 내 마음과 겹쳐지는 그 문장들이 참기 어려웠고. 워낙 일기라는 게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센티메탈을 불러일으키지만, 바르트라는, (특히 내가 <현대의 신화>에서 보았던 그 재기로운 인간이) 사람이 이런 글을 쓰는 게 슬펐다. 누구라도, 자신의 마음을 가장 잘 돌아볼 수 있는 철학가라도, 죽음에 대한 슬픔 앞에서는 감정에 무너진다. 어찌할 수가 없다.

11.21
한편으로는 별 어려움 없이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이런저런 일에 관여를 하고, 그런 내 모습을 관찰하면서 전처럼 살아가는 나. 다른 한편으로는 갑자기 아프게 찌르고 들어오는 슬픔. 이 둘 사이의 고통스러운 (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 같아서 더 고통스러운) 파열 속에 나는 늘 머물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지는 또 하나의 괴로움이 있다. : 나는 아직도 '더 많이 망가져 있지 못하다' 라는 사실이 가져다주는 괴로움.

 


그래서 바르트는 이 일기를 쓰며, 나름의 애도의 방식을 지나쳐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는가. 실은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사람의 슬픔이 늘 그러하듯 일상으로 돌아왔다 싶어도 다시 솟아오르지 않는가. 바르트는 마지막 일기에서까지 '슬픔'이라는 단어를 말한다. 그의 슬픔은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괴로워하고, 여전히 그녀를 애도한다.

소설이라는 장르는 끝이 존재한다. (루카치가 언급했던 것 처럼, 여행은 끝났지만 길은 계속된다는 형식으로) 하지만 일기는 끝이 없다. 내가 살아 있는 한, 내 감정, 육체는 지속된다. 일기를 지속의 장르라고 보아도 되는 것일까? 때문에 바르트의 <애도 일기>는 슬픔이 지속될 걸 알기에 더 슬프다. 누군가를 잃은 슬픔, 그것을 껴 안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 지속된다. 그 기억과, 애도가.

지금 당장 이별과 죽음을 겪은 사람에게는 어느 면에서는 추천하지만, 어느 면에서는 읽지 말라고 하고 싶다. 이별이라는 게 모두가 겪는 것이고, 이별의 대단한 슬픔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는 위로. 동시에, 내 이별을 훑는 듯 한 문장들이 나를 굉장히 서럽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따금 펼쳐, 밤에 손가락을 대듯 읽어보길.

1979. 9. 15.
슬프기만 한 수많은 아침들 ... ... .



(사족 1. 해설을 보니 바르트는 이 일기를 통해, 어머니의 죽음을 기호화했다는 문장이 눈에 띄었다. 딱히 그것을 목적으로 두지는 않았겠지만, 나 또한 마찬가지로 거대한 슬픔을 겪었을 때 일기를 정말 많이 적는다. 슬프고, 어쩌고, 하는 일기들. 그 모든 행위가, 내 슬픔을 기호화 하려는 몸부림이었을까?)

(사족 2. 과거에 다자이 오사무의 모든 낙서와 일기와 푸념이 공개되었던 것 처럼, 바르트도 이 일기가 공개되는 것에 동의를 했을까? 기존 바르트의 저서에 비해 심각히 개인적이라, 그의 마음이 우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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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잠시 멈춤 - 나를 위해 살아가기로 결심한 여자들을 위하여
마리나 벤저민 지음, 이은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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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중년기에 접어든 내 몸 또한 놀랍게 변하고 있다. 피부는 주글주글해지고 관절은 삐거덕거린다. 딸의 몸에는 호로몬이 격렬하게 밀려드는 반면, 내 몸에는 호로몬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딸은 잠이 많아졌고, 나는 갑자기 불면증 환자가 되었다. 딸은 세세한 것까지 기억해내는데 나는 까맣게 잊는 일이 다반사다.
....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시나리오는 딸과 내가 계속 서로를 미러링하면서 함께 미지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딸은 익숙한 청사진에서 벗어나 많은 걸 배우고 모험해야 하고, 나는 안개 자욱한 오십 대 속으로 과감하게 들어가 한 겹 한겹 안개를 걷어내야 한다.


최근에, '내 인생에 있어 감사한 사람들.'에 대한 목록을 적으려 한 적이 있다. 나에게 담배와 술을 나누어 주었던 사람. 쓴 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사람. 내가 소설을 쓸 수 있도록 격려해준 사람들. 통화를 해주고 편지를 써주고 식사를 보태주었던 나의 고마운 사람들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그 목록의 마지막은 어떤 고민도 없이 우리 엄마와 아빠가 들이찼는데, 나는 그들의 노고와 희생이 언제나 말도 안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건 정말 말이 안된다. 겨우 자식한테 그렇게 노력을 쏟는다는 건. 단순히 모성애, 부성애로 그들이 내게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는데. 언제나 감사하고, 미안하며, 존경스럽다.

어린 시절 나와 꽃놀이를 가서  솜사탕 따위를 사서 함께 걷던 엄마 아빠. 그들도 젊었던 때가 있었다. 사진 속의 엄마는 특히 옷을 잘 입고 화장도 잘 했다. 엄마는 어렸을 적 옷을 만드는 강의를 들으며 자랐다고 했는데, 왜인지 요즘 엄마의 옷차림은 몹시 단조롭다. 아빠도 마찬가지다. 호걸이었다. 거칠고 두려운게 없는 사람이었는데, 요즘은 풀이 죽고 많이 지쳐 보인다.

쉰을 바라보면서 나이 듦에 대한 진솔한 생각을 담아낸 <중년, 잠시 멈춤>은 젊음, 에너지, 성욕, 외모, 부모님, 미래에 대한 자신의 경험담을 풀어놓는다. 쉰을 앞둔 나이에 잃게 된 것들과 중년의 고민을 그리는 한편, 인생의 전환기에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오롯이 담아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다.

<중년 잠시 멈춤>은, 그런 중년들에 대한 이야기다. 특히 중년 여성으로 포커싱 되어 있긴 하지만, 몇가지 문장들이 분명 많은 중년들의 마음을 찌를 것이다. 책에서 나오는 것 처럼 직접적으로 외모나 체형, 체력 등에서 신체적 노화가 찾아온다. 또한 감정적인 변화도 극심해지는데, 이런 실제적인 이야기를 작가 '마리나 벤저민'이 사실적으로 적어놓은 것이 이 책이다. 책에서는 단순히 중년 여성들을 위로하고 공감하며 이해하는 것을 넘어 실질적인 조언도 놓치지 않는다. 호로몬 요법이나, 딸과의 대화법, 늙어가는 자신을 대하는 태도 같은 것.

재미있게도 나는 그렇게 떠밀리는 것을 꺼리지 않는다. 나는 이제 더는 예전에 원했던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제는 나이 듦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냈으므로, 물 위를 걸어가려고 헛되이 힘을 빼지는 않을 것이다. 승산 없는 싸움을 하려고 시간에 덤벼들지도 않을 것이다. 거울을 앞서려고 애쓰지도 않을 것이다.

솔직한 마음으로, 이 책 자체가 나에게 공감을 주지는 않았다. 당연한 것이, 나는 너무도 젊은 스물 네살이고, 나는 늙어가는 것 보다 되레 젊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니. 호로몬이나 체형의 변화 같은 것은 내가 아직 느낄 바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선물'하고 싶었다.

<중년, 잠시 멈춤>은, 과격하지 않은 방법으로 중년들을 토닥인다. '꼭 이걸 해야 해.', '이걸 하면 젊어질 수 있어.'가 아닌, 다만 늙어감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지나가는 이 시간들을 받아들이는 방법에 대해 말한다. 똑같이 늙어감을 경험하는 작가의 입장에서, 그저 하나의 이야기를 말해줄 뿐인. 

나는 좀 더 뚜렷하고 좀 더 여유로워진 공원에서 서서히 익숙해져가고 있다. 나도 이제 좀 더 부드럽고 온화해진 새 모습으로 공원을 찾고 있다.

우리 아빠는 자신의 나이를 말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심지어 화를 낼 때도 있는데, 자신이 늙어가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그 뒷면에는 분명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을 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있던 것 같다. 언젠가 아빠와 대화를 했을 때, 아빠는 내 자식의 등록금 까지 내고 싶다고 말했다. 우리 아빠는 나의 아이가 보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까지 제발 자신이 건강하게 살고 싶다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내가 아이를 낳고, 나도 똑같이 쉰이 될 때 까지 엄마와 아빠가 자신만의 공간, 자신만의 시간을 돌려 받았으면 좋겠다. 엄마는 여전히 옷을 만들고, 아빠는 열심히 호걸처럼 행동하는. 그 때의 자신들을 찾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 내내, 어서 빨리 부모님이 이 책을 내게서 건네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곧 연말이다. 부모님을 찾아 뵐 때가 되었다. 몰래 한 타투도 들키게 되겠지. 그 때 이 책을 꼭 건네 주리라. 따뜻한 옷과 양말을 함께 주며, 언제까지고 나와 있자고. 동시에, 언제까지고 엄마 아빠가 자신만의 삶을 찾아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이 책을 빌어 이야기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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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임수의 심리학 -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김영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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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가 실제 공짜인 경우는 거의 없다.
백화점 전단을 보면 선착순 100명에게 사은품을 준다고
적힌 경우가 종종 있다.
.
.
공짜는 정상적인 마케팅 방법이든 속임수든 간에
숨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삶 속에서 여러가지 유혹적인 문구를 볼 수 있다. '무료 항공권 지급!' 이라든가, '마감 임박. 오늘 만 있을 기회.' 같은 문구를 우리는 우리 삶에서 자주 마주한다. 그 때 마다 내가 했던 생각은, '저 사람들이 뭐하러 저럴까?', '한 번 속는셈 치고 해 볼까?' 였다. 물론 나의 유규한 게으름 덕분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더군다나 나의 의심병 때문인지, 나는 그런 마케팅에 잘 넘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정말로 교묘한 수법이 뒤에 숨어 있다면? 지금이야 내가 여유가 있고, 정신적으로도 안정적이지만, 내가 더욱 불안하고 힘들어 질 때가 온다면 모르는 일이다. 사기꾼은 인간의 '불안'을 지배한다. 인간은 불안을 빠르고 쉬운 방법으로 제거하고 싶어 한다. 모두가 그 심리를 알고 있다. 하지만 넘어가는 것은 그 '불안'의 주체인 '나' 일 수도 있는 걸 언제나 명심해야 한다.

 

 

 

<속임수의 심리학>의 저자 김영헌은 25년차 배테랑 검찰 수사관이다. 현직 검찰청 수사과장으로 재직하며 사기, 횡령 등 각족 형사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그 만큼 세상의 여러가지 사건을 직접 마주하고, 느낀 장본인이 적은 것이다.

이 책을 보며 느낀 것은, '대체 왜 저렇게 뻔히 보이는 수법에 당할까?' 였다. 하지만 위에서 서술했듯, 사람은 불안해지고 가난해지고 고달파 질 때 타인에게 의지하고 새로운 탈출구에 쉽게 넘어가는 법이다. 때문에, 우리가 지금 여기서는 '뻔 한 수법'이라 여길 지라도, 실제로 마주하면 분명 까무룩 넘어갈 수도 있는 노릇이다.

예를 들어 모 이단 종교인 ooo의 전도 수법을 생각해보자. 나의 학교는 미션스쿨이다. 그 만큼 학교 내에서 전도를 하는 사람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그 사이에 있는 이단 ooo은, 이런 사람의 '불안'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한다. 나도 그들에게 몇 번 전도를 권유당한 적이 있는데, 처음에는 내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시작한다. '혼자 사는 데 외롭지 않아요?' 라든가, '여기에 와서 우울증도 치료하고 친구도 많이 사귀는 사람들이 있어요.' 같이, 나의 울적함과 무료함을 도와주려고 한다. 심지어 반찬을 해 나에게 준 적도 있으니, 그들의 갸륵함에 눈물이 다 날 지경이다. 하지만, 그들은 절대로 무료 봉사단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뒤에 숨은 '속임수'를 생각해보면, 그들은 단지 나를 전도시킬 목적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여기, 이 '공짜'에 대한 부분이다. 나도 이런 공짜를 보면 혹 하기는 하다. 예를 들면 인터넷 사이트의 무료 포인트라든가, 길을 걷다 보면 '상담만 해도 무료 증정' 같은 것들. 우리는 공짜를 좋아하긴 한다. 공짜라고 하면, 별 것도 아닌데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 들기도 하다.

공짜 속임수에 많은 사람이 걸려드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손실을 입고 싶어 하지 않는 인간의 성향 때문이다. 이것을 '손실 기피 현상'이라고 한다.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수많은 마케팅이, 이런 심리를 파고드는 데에 있다니. 이 책을 보며, '마케팅,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 라고 생각 들 많큼, 무수히 많은 '속임수'가 우리 삶 속에 숨어 있었다.

욕망에 압도되었을 때 이상적인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다. 수사 현장에서 만나는 사기 피해자 대부분은 부유한 사람보다는 돈이 궁한 사람들이다. 특히 처음부터 가난했던 사람보다는 예전에 잘나갔던 사람이 더 쉽게 속임수에 걸려든다. 배고픔은 상대적이다. 배고플 때는 몸에 안좋은 음식에도 손이 가듯이 돈에 굶주린 경우 리를 만회하기 위해 잘못된 석택을 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 책이 나에게 가장 큰 위로로 다가왔던 점은, 내가 당하고 내가 익히 겪은 일이 '다만 나만 겪는 게 아닌,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로 말해준다는 점이다. 내가 속고, 속아온 것들이 결코 나만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지점에서 통쾌하고 훈훈하다. 나도 언젠가는 궁핍했고, 때문에 많은 실수를 저질렀었다. 다른 사람한테 괜히 기대어 속고, 말도 안되는 마케팅에 넘어가고 . .. . 하지만, 이 책을 잃고 나면 그 모든 게 나만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더 이상 속고 살 수는 없다. 사기꾼들의 속임수가 비록 우리의 심리를 꿰뚫어 보며 진행되고 있지만, 이 책을 본 이상 그 '진행'에 더 이상 넘어가서는 안된다. 불안 뒤에 또 다른 고통이 있다면, 그것 만큼 괴로운 일이 어디 있는가?

이제 주변을 돌아보자. 수 많은 나를 유혹하는 문구의 뒷면을 알고 싶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 <속임수의 심리학>을 강력히 추천한다. 내가 여지껏 얼마나 많은 것에 넘어가고 있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속임수 #속임수의심리학 #심리학 #낚이지않는법 #일상심리학필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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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과 결과의 경제학 - 넘치는 데이터 속에서 진짜 의미를 찾아내는 법
나카무로 마키코.쓰가와 유스케 지음, 윤지나 옮김 / 리더스북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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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을 받으면 오래 살 수 있다?
남성 의사가 여성 의사보다 뛰어나다?
명문대를 졸업하면 연봉이 높을까?


여러분들은 세상의 통계와 원인과 결과를 어느정도로 바라보고 있나요?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원인과 결과가 존재합니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시험을 잘 보지 못하고, 과식을 자주 하면 살이 찌고, 쇼핑을 많이 하면 통장이 텅텅 비게 되고. 이 모든 게 원인에서 비롯된 결과입니다. 그렇다면 그보다 더 깊숙히 들어가 본다면? 제가 만약 공부 대신 매일 같이 만화만 보면서 시험을 망쳤다면, 그것은 '만화를 많이 보면 시험을 잘 못 본다.'라는 명제가 맞아 떨어지게 되는 걸까요?

조작 변수란, '결과에는 직접 영향을 주지 않지만 원인에 영향음 줌으로써 간접적으로 결과에 영향을 주는 제 3의 변수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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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 변수는 원인에 영향을 주지만 결과에는 직접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한다.
텔레비전을 보기 때문에 성적이 떨어지는 것일까? 아니면 성적이 낮은 아이일수록 텔레비전을 자주 보는 것 뿐일까?

 

 

다음과 같은 예시만 들어도 이 책이 지향하는 것이 슬슬 감이 잡시히나요? 이 책은 우리 삶 속에 숨어 있는 여러가지 인과관계와 통계, 그리고 우리를 은밀하게 속이는 '속임수'들에 대해 낱낱히 파해칩니다. 세상은 무수히 많은 수와 빅데이터로 점철되어 있죠. 그 가운데에 우리 머리는 더욱 복잡해지고, 진의를 알 수 없는 것들이 많아집니다. 때문에 그것을 정확히 파헤치는 '능력'이, 현대에는 꼭 필요한 것이죠.

 

제가 제일 뒷통수를 맞았던 것 같은 파트는 이 부분입니다.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 해적 수가 줄어든다?' 그럴듯한 도표를 만들어 놓은 것을 보면 꽤나 타당한 것 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지구 온난화'와 '해적의 수' 사이에는 어떠한 관계가 없죠. 만약 저 도표를 사실이라고 말해야 한다면,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 현금 사용자가 줄어든다.'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어난다.' 같은 말도 '맞는 말'로 여겨야 할 것입니다.

저는 여지껏 그런 말도 안되는 원인과 결과들에 휘말려 많은 사람들의 말(...)에 속아오곤 했는데, 이렇게 속 시원하고 쉽게 예시를 들어 '경제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꽤나 스마트 해진 기분에 사로잡힙니다

 

 

<원인과 결과의 경제학> 을 읽게 되면, 단순히 '경제는 이러한 것이구나.' '통계란 이러한 것이구나.' 라는 것만을 알게 되는 건 아닙니다. 요즘에는 여러가지 사회적 논의가 튀어 나오면서, 많은 사람들이 말도 안되는 논거로 우리들의 입을 막게 하죠. 예를 들어. 요즘 일본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성별에 의한 의료진 차별 채용'에 관한 것입니다. 일본에서 의도적으로 여성 의대 지원생의 점수를 낮추었던 것이 드러났죠. 그들의 논거는 이것입니다. 책의 말을 빌리자면, '일본 서점에 가면 '명의 랭킹'과 관련된 서적이나 잡지가 꽤 많다. 이런 책들에 등장하는 '명의'의 대부분은 남성이고, 또 일반적으로 '명의'라 하면 남성 의사라는 이미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자인 쓰가와가 이에 대한 연구를 실시한 결과, 남성 의사보다 여성 의사가 담당한 환자의 30일 사망률이 0.4퍼센트나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성 의사가 가이드라인에 따라 진료하는 비율이 더 높았기 때문이죠. 사회적 시선과 실제 통계에서 격차가 난 것인데, 이를 보면 우리가 얼마나 '잘못된 인과 관계'에 사로잡혀 있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보이는 숫자에 속지 마라!
삽질을 줄이는 합리적 의심의 힘.
단서는 데이터 사이의 '관계성'에 있다!

예전에 사귀었던 사람과 자주 싸웠던 적이 있습니다.  '사회적 사건'을 해석하는데에 있어, 그분은 '수학적' 시선을 가지고 있었고, 저는 심각히 '감성적'인 시각을 가지고만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더 이상 '감성'만으로 자신의 주장을 확고히 하기엔 어려운 세상입니다. 세상에 무수히 흩어져 있는 숫자와 통계를 익히고, 그것으로 말싸움(?)을 잘하게 된 다는 것 만으로도, 어떤 토론의 주제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확실히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큰 자신만의 이점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 책은 여러가지 통계 용어, '랜덤화 비교 실험.','자연 실험.', '조작 변수법'등등 알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서도 쉽게 풀이하고 있어, 더욱 통계 초보자에게 적합한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더 이상 숫자에 겁먹지 마세요.

숫자를 지배하는 사람이, 더 현명한 사람이 되는 거구나, 함을 이 책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문돌이들, 오늘도 통계로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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