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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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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입을 틀어막거나 탄식을 내뱉기도 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도 했다.

오가는 지하철에서 그랬으니 이상한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겠지만 그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기묘한 불쾌감에 미간을 찌푸리다가도 내면 깊은 곳을 낱낱이 까발리는 문장을 만나면 얼굴이 화끈거렸다. 분명 불편하고 짜증나고 때론 이해가 안되는 문장인데 오히려 위로가 되었다.


잘 짜인 이야기와 날카롭고 섬세한 문장으로 흠씬 두들겨 맞는 듯한 기분이었다.


같은 또래라지만 저 친구와 나는 정말 다른 세계에서 살아왔구나. 아마 앞으로도 쭉 다른 고민과 다른 돌봄, 다른 고독속에서 살아가겠구나.

‘인생은 즐거운 것이 아니다‘와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 참 기쁘다.‘라는 문장이 자연스레 양립하는 데 놀랐다. 엄마가 한 손에 그 두 가지 답을 다 갖고 있다는 데. 동시에 ‘나는 매일 술을 마시며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티는데 부모님은 어떻게 맨정신으로 삶을 견디는지, 어떻게 그렇게 조금도 취하지 않고 하루를 견디는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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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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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짜인 이야기와 섬세한 문장으로 심연까지 흠씬 두들겨 맞은 듯한 기분.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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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6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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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모르겠다.


엄마의 죽음을 이렇게 가볍고 버석하게 말할 수 있을까 싶다가도 삶에 여유가 없다면 혹은 여러 이유로 그런 태도일 수 있겠다 싶었다. 뫼르소는 시종일관 냉담하고 뭐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태도를 보인다. 그가 감정이나 그의 상태를 내비칠때는 피곤하다, 지쳤다는 말 뿐이다. 

현대인에게 지쳐있음과 피곤은 기본적으로 함께하는 것일테니 외부의 자극에 반응하지 않는 그의 상태가 조금은 공감되기도 했다.

버석한 뫼르소를 따라가는건 어렵지 않았는데 그가 해변에서 아랍인을 쏜 순간부터 갑자기 책에서 튕겨져 나오는 느낌이었다.


그는 왜 아랍인을 쐈을까.


태양 때문에. 태양 때문에?

뫼르소는 이 사건으로 구금되어 재판을 받는다.

재판관들은 살인이라는 결과로 그를 판결하지 않고 어머니의 죽음을 대하는 태도로 죄를 묻는다.

아랍인의 죽음은 마치 교통사고처럼 우연히 일어난 비극일 뿐인데 이를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뫼르소의 태도를 범죄의 근거로 끼워 맞추고 판단한다.

결국 그는 어머니의 죽음에 눈물과 슬픔을 보이지 않은 죄로 사형을 선고받는다.


사회에 녹아들기 위해 내가 느끼지 않는 감정을 그럴싸하게 꾸며내야만 하는 걸까?

사회가 작동하는 시스템이 존재하고 보편적인 규범, 행동양식이 사회구성원들의 약속으로 묶인 세상에서 개인의 솔직함이라는 가치는 무례나 범죄까지 정당화 할 수 있는걸까?


사형을 선고 받은 그는 아이러니하게 죽음을 앞에 두고서야 자신의 삶이 얼마나 찬란하고 생생했는지를 깨닫는다. 그제서야 그는 비로소 삶을 다시 살 수 있을 것 같은 충만함을 느낀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아니, 어쩌면, 어제 모르겠다. - 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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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호랑이
네주 시노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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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학대자의 머릿속에서는 도대체 무슨 생각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가해자의 초상을 그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는 생기 넘치고 활달하며 에너지가 넘치며 대가족을 꿈꾸는 평범하고 가정적인 이웃의 모습을 하고있다. 한 사람의 여러모습을 자세히 담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인간의 형체는 흐릿하고 강간범의 형체만 또렷해진다.

가해자는 스스로를 피해자라 칭하며 자신도 통제할 수 없는 욕망에 휘둘린 희생자, 어린 시절에 학대를 당한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그는 상대가 자신을 온전히 받아 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책임을 전가하고 그 관계에 사랑도 배려도 있었다고도 믿는다.

저자는 롤리타나 버지니아 울프의 글을 인용하며 가해자의 생각과 동기를 따라가려하지만 결국 가해자는 그러한 대답을 들려줄 능력이 없음을 마주한다. 그들은 무엇이 죄가 되는지 알 지 못하고 악의 근원도 발견할 수 없다. 선악의 기준 자체가 마비된 사람들에게 이해를 구하거나 당위를 따지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 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은 일이 될 수 있을지 모르나 저자는 침묵을 깨고 진실을 알리기로 한다.
견디는 것이 삶이라지만 피해자는 어디까지 견뎌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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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은 어린양을 만들고도 그대를 만들었는가?
...
나를 강간한 자와 나는 같은 흙으로 빚어졌을까?

우리가 동등하게 창조된 존재라면 왜 어떤이는 타인의 세계를 유린하고 어떤이는 파괴된 세계 속에서 고통받아야 할까.

📖
그럼에도 나는 글을 써나간다. 이게 기이한 반항처럼 보일지라도 마치 황소의 두 뿔을 잡고 겨루듯 정면으로 부딪쳐 문제를 해결할 것이다. 계속 말하고 논증을 전개하여 그 황소가 진절머리를 내게 만들것이다. 황소가 무너져 내릴 때 까지, 황소가 그만하라고 애원할 때 까지, 황소가 마침내 나를 가만히 내버려둘때까지.

저자는 어린시절에 성적 학대를 당한 사람에게는 해피엔드란 없으며 이따금 깊은 우물에 빠진다고 말하면서도 황소의 뿔을 잡고 맞서겠다고 다짐한다. 절망과 의지를 오가는 모습은 상처 입은 사람이 삶을 살아내는 과정 그대로를 보여준다. 그래서인지 비틀거릴 수는 있지만 결코 떨어지지 말라는 그녀의 마지막 말은 무겁고 오래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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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사람들이 우리를 가지고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사람들이 우리를 가지고 만들어 놓은 것을 우리 자신이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 하는 것이다. 그건 선택의문제였다. 그 바구니에서 내가 간직하고 싶은 것과 더 자유로워지기 위해 버릴것을 선택하면 되는 일이었다.

📖
비틀거릴 수는 있지만, 다시 한번 말하거니와, 떨어지지 말라, 떨어지지말라. 떨어지지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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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의 끝, 파랑
이폴리트 지음, 안의진 옮김 / 바람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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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사막을 지나 위험한 바다를 건널 수 밖에 없는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본적이 있다. 육지에서 건너오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게 아닌 바다를 건널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그려진 영화가 인상깊었다.


'지중해의 끝, 파랑'도 그런 시선에서 쓰인 책이다. 지중해를 건너오는 이민자들을 구조하는 SOS메디테라네의 이야기를 따뜻한 일러스트로 담았다. 전쟁과 빈곤을 피해서 혹은 학대나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저마다 다른 이유로 바다를 건너지만 결국 모두 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이다.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당연한 바람일텐데 이들에게는 그 당연한 것이 목숨을 걸어야하는 위험한 도전이 되어버렸다. 


오션바이킹호의 구조대원들은 한시라도 긴장을 놓을 수 없다. 

그들 앞의 바다는 넓고 깊고 짙푸르다 못해 검어보인다. 잠깐의 순간에 수백명을 실은 배를 놓칠수도 있다.

밤새 구조한 사람은 374명. 작은 고무보트에 수십명, 백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타고 있다. 파도가 조금이라도 치면 금방 뒤집힐 것 같은 보트에 몸을 싣고 이 바다를 건널 수 있다고 믿는 마음은 어디서 오는걸까. 


책을 읽는 내내 '인간적인 것'에 대해 생각했다. 

세상은 각박하고 서로에게 차갑고 잔혹해질 때 마다 무엇이 인간다운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누군가는 이들을 외면하기도 하고 최대한 항구에 늦게 정박시키기 위해 법령을 바꾸기도 하고 제재를 가하기도 한다.

종교나 신념, 인종, 피부색 등으로 구분짓는 것이 아니라 그저 바다위에 떠 있는 한 생명을 지키려는 마음, 그들의 가진 희망에 응답하려는 마음,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 그 자리에 있어주는 일, 이런 마음이야 말로 가장 인간적인것이 아닐까. 


제가 20년 뒤에도 여기 있지는 않겠죠. 그때까지 아무것도변하지 않고, 여전히 사람들을 구조해야 할 거라고는.. 생각하기 싫거든요. 

그런 생각이 들면 정말, 숨이 막혀요. (71p)


20년 후에는 과연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시간이 흘러 그때는 모든 사람이 더 나은 삶을 향해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기를.

당연한 것이 당연하고 서로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수 있는 세상이기를.

지중해의 끝이 희망찬 파랑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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