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끝, 파랑
이폴리트 지음, 안의진 옮김 / 바람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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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사막을 지나 위험한 바다를 건널 수 밖에 없는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본적이 있다. 육지에서 건너오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게 아닌 바다를 건널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의 시선에서 그려진 영화가 인상깊었다.


'지중해의 끝, 파랑'도 그런 시선에서 쓰인 책이다. 지중해를 건너오는 이민자들을 구조하는 SOS메디테라네의 이야기를 따뜻한 일러스트로 담았다. 전쟁과 빈곤을 피해서 혹은 학대나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저마다 다른 이유로 바다를 건너지만 결국 모두 더 나은 삶을 위한 선택이다.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당연한 바람일텐데 이들에게는 그 당연한 것이 목숨을 걸어야하는 위험한 도전이 되어버렸다. 


오션바이킹호의 구조대원들은 한시라도 긴장을 놓을 수 없다. 

그들 앞의 바다는 넓고 깊고 짙푸르다 못해 검어보인다. 잠깐의 순간에 수백명을 실은 배를 놓칠수도 있다.

밤새 구조한 사람은 374명. 작은 고무보트에 수십명, 백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타고 있다. 파도가 조금이라도 치면 금방 뒤집힐 것 같은 보트에 몸을 싣고 이 바다를 건널 수 있다고 믿는 마음은 어디서 오는걸까. 


책을 읽는 내내 '인간적인 것'에 대해 생각했다. 

세상은 각박하고 서로에게 차갑고 잔혹해질 때 마다 무엇이 인간다운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누군가는 이들을 외면하기도 하고 최대한 항구에 늦게 정박시키기 위해 법령을 바꾸기도 하고 제재를 가하기도 한다.

종교나 신념, 인종, 피부색 등으로 구분짓는 것이 아니라 그저 바다위에 떠 있는 한 생명을 지키려는 마음, 그들의 가진 희망에 응답하려는 마음, 가장 필요로 하는 순간 그 자리에 있어주는 일, 이런 마음이야 말로 가장 인간적인것이 아닐까. 


제가 20년 뒤에도 여기 있지는 않겠죠. 그때까지 아무것도변하지 않고, 여전히 사람들을 구조해야 할 거라고는.. 생각하기 싫거든요. 

그런 생각이 들면 정말, 숨이 막혀요. (71p)


20년 후에는 과연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시간이 흘러 그때는 모든 사람이 더 나은 삶을 향해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기를.

당연한 것이 당연하고 서로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수 있는 세상이기를.

지중해의 끝이 희망찬 파랑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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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 (양장)
헤르만 헤세 지음, 박병덕 옮김 / 민음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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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에 읽은 책 중 가장 좋았던 책을 고르라면 주저하지 않고 바로 싯다르타를 고를정도로 좋았다.

부유하고 부족함이 없는 바라문의 가정에서 태어나 부모와 친구, 스승에게 많은 사랑을 받으며 자랐지만 채워지지 않는 깨달음에 대한 갈망을 채우고자 수행자의 길로 들어서는 싯다르타의 이야기.

금식과 명상을 하며 많은 것을 깨닫지만 그가 찾는 것은 숲에 없었고,
해탈하여 열반에 이른 자를 만나 깨달음을 얻고자 하지만 깨우침은 말로는 전달 할 수 없다는 사실만을 깨닫는다. 세상으로 들어가 삶을 배우지만 이마저도 한낱 유희와 같았음을 깨닫고 허무에 빠진다.

고행과 많은 배움 속에서도 결국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던 싯다르타의 수행의 삶은, 자신의 아들을 만나 사랑의 마음을 깨달으며 완성된다.

어떠한 멋진 배움이라도 그것이 자기를 향한다면 완성에 이를 수 없고 타자를 향할 때에 완성된다는 것이다.
그가 그토록 찾던 가르침을 줄 이는 시시각각 변하며 흐르는 강물이었고
삶의 모든 순간, 좌절까지도 반드시 필요한 순간이었다고 말한다.
결국 세상을 떠나서 혼자 경지에 이르는 것이 아닌 타인, 세상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된 것이다.

-

📖
저는 사색할 줄 압니다. 저는 기다릴 줄 압니다. 저는 단식할 줄 압니다.

📖
그러나 나에게는, 이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 것, 이 세상을 업신여기지 않는 것, 이 세상과 나를 미워하지 않는 것, 이 세상과 나와 모든 존재를 사랑과 경탄하는 마음과 외경심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는 것, 오직 이것만이 중요할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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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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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작가들의 책이 괜찮다는 추천을 받고 언젠가 보겠지 하며 몇 작가들의 책을 담아뒀었다. 유명한 냉면집에서 한시간 이상을 대기하며 가볍게 볼 책이 없나 하며 펼치게 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장기 출장을 간 사단장.
집에 남은건 젊은 사단장의 부인과 그곳에서 일하는 취사병 단 둘뿐.
팻말이 있어야 하는 곳에 놓여있지 않다면 언제든 자신에게로 오라는 사단장 부인의 호출 명령을 받는다. 그 후 밭에서 일할 때, 주방에서 있을 때 문득 돌아보면 그곳에는 자리를 벗어나 놓여있는 팻말.

냉면집, 가득찬 대기줄, 그리고 뜨거운 인민의 책..🔥
내가 지금 이 장소에서 이걸 읽고 있는게 맞나 싶었는데..!

격정적으로 달려가던 두 사람의 이야기는 끝내 인민과 조국이 아닌 서로를, 자신을 위해 달려가고 소중히 여기던 국가에 대한 충성과 신념도 자신의 마음을 증명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된다.

책의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은 사랑과 인간의 존엄에 관한 이야기라고 했다. 뜨겁고 폭풍같던 사랑을 지나 현실의 서늘함으로 돌아오고 나서야 모든 투쟁도, 싸움도 인간의 존엄을 위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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