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서재 - 가치상실의 시대, 교사에게 말을 거는 44명의 철학자
이한진 지음 / 테크빌교육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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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덕임으로 시작해 거부감으로 끝난 책이다.


책은 각 장마다 학교와 관련한 일화나 저자의 생각을 설파하고 이 과정에서 철학자들을 곁들이는 식으로 이뤄져 있다.


철학자들에 대한 설명을 교실 예시를 들어 교사들이 이해하기 쉽게 이끌어갔다는 점이 장점이다. 읽다보니 인문학적 교양이 많이 쌓여서 좋았다.



동의되는 말이 많았다.

교사는 끊임없이 배우는 존재로 살아가야 한다, 생각하는 교사로 살아라 등의 말에서는 절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너무도 이상적이기만 한 말들에 곧 거부감이 들었다.


내가 본 교직생활은 그렇지 않았다.

혈기만 앞서 교장을 곤란하게 하는 교사보다는 그 반대가 많았고, 체벌이 학생들에게 모욕으로 작용하기보다 교사의 무력함으로 다가올 때가 다수였으며, 개인의 개성을 존중해준다는 명목하에 공동체의식을 가지고 생활하는 학생들은 피해를 보았다.

하지만 저자는 나의 생각과 반대였다.


눈의 원리에 대한 수업은 죽은 지식을 가르치는 수업이고, 차라리 나가서 눈싸움을 직접 해보는 게 진짜 교육이 아니겠느냐는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인문학을 너무나 사랑한 나머지 과학교육은 천시하는 게 아닌가. 감성 위주의 교육이 좋은 지 모르겠다.



하이라이트는 교사의 신성직화였는데, 그는 교사가 24시간 교사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사는 직장인 그 이상이기 때문에 자신의 소임을 다해 언제든 학교와 연락이 되어있어야 한다는 당당한 기술에 숨이 턱 막혔다.


나의 삶은 쉬지 않고 학생들과 호흡하며 살아가야 하는 삶이란 말인가. 학생들이 내뱉는 숨을 그대로 들이마쉬면 이산화탄소에 질식사할 뿐이다.



나처럼 저자의 말 하나하나를 곱씹는 사람의 경우 이 책이 스트레스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철학에 관심이 많으며 철학자들을 교양 정도의 느낌으로 익히고 싶은 교사라면 이 책이 딱일 것이다. 철학적 내용을 비교적 쉽게 풀어갔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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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보석 가게 마석관 2 비밀의 보석 가게 마석관 2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사타케 미호 그림, 김정화 옮김 / 길벗스쿨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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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1편을 읽지 않았다. 그럼에도 다음의 홍보 문구는 조용히 나의 손가락을 움직이게 했다.

<이상한 과자가게 전천당 작가의 새로운 신작>


전청당 작가라니. 평소에 학생들이 즐겨보던 시리즈 작가라는 사실에 경계심이 사라졌다.

책의 제목만 봤을 때는 상당히 전천당 시리즈의 짝퉁 버전 같지만 작가의 이름값을 믿어보기로 했다.

(출판사의 생각 역시 비슷해보인다. 유튜브에 들어가면 홍보영상도 있다)


다행히도 책은 6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어 앞 내용을 모르더라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각 에피소드를 간략히 소개한다.


라피스 라줄리 – 인간 본연의 모습을 바라본 화가
호박 – 부정적 감정을 이겨낸 우정
토파즈 – 사람들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아
비취 – 정의와 부의 싸움
흑진주 – 아름다움에 매혹되어 눈이 먼 사람들
다이아몬드 - 인간의 끝없는 탐욕

*보석 옆의 내용은 나의 한 줄 요약이다. 소제목으로 오해하지 않기를


보다시피 일화마다 중점적으로 다뤄지는 보석과 미덕이 있다. 

뻔한 구성과 주제임에도 재밌다. 대단한 이야기꾼이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를 살펴보자.

첫째, 다채로운 시대적, 공간적 배경으로 구성됐다. 인도 마을부터 시작해 파리의 연회장에 이르기까지 이야기마다 각자의 색깔을 확실하게 가지고 있다.

둘째, 소재가 가지는 매력을 잘 살렸다. 보석이 가지는 특유의 반짝임과 고귀함이 내용에서 잘 드러났다. 보석이 주인을 선택한다, 보석이 가진 힘으로 운을 누린다 등의 설정은 고전적이지만 빠져드는 힘이 있다.


아쉬운 점도 물론 있다.

첫째, 보석의 실제 모습이 장의 마지막에 등장하면 좋겠다. 흑백으로 그림이 있긴 하지만 색깔을 상상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아쉽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보석을 상상해 봤다면 다 읽고 보석의 진짜 생김새를 보여줌으로써 생동감을 더욱 불어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둘째, 여성 캐릭터가 다소 평면적이며 비중이 적다.

6개의 이야기 중 여성이 주인공인 것은 단 하나의 이야기뿐이다. 마치 파워레인저에서 핑크나 옐로가 하나 예의상 있는 느낌이다.

등장하는 여자 인물들이 뻔하다는 점 역시 파워레인저 설에 힘을 실어준다.

사실 이 책 속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평면적인 감이 있긴 하다. 그래도 치명적인 매력으로 모든 남자를 홀리는 귀부인, 오라버니를 위해서 눈물 흘리며 피를 바치는 여동생은 너무도 진부하다.


그럼에도 내가 이 책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완성도 때문이다.

기승전결의 짜임새를 갖추며 무리하지 않고 주제를 전달했다. 이 정도면 훌륭한 책이라고 본다.

어른인 나 역시도 재미있게 읽었다. 3편이 나온다면 기꺼운 마음으로 읽을 것이다. 레이코의 다음 시리즈는 무엇일까. 사라진 동물 가게? 어떤 책이 나와도 기대하는 마음으로 읽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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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에 끝내는 대화의 기술 - 일, 사랑, 관계를 기적처럼 바꾸는 말하기 비법
리상룽 지음, 정영재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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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면 뻔한 책이다.

대화의 기술이라고 해 봤자 우리가 다 아는 내용들이다.

한편으로 우리가 왜 지식만 가졌지 실천을 못하는 지 반성해 볼 때, 이 책은 분명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책은 저자가 살면서 익힌 여러 분야에서의 대화기술을 정리한 내용이다.

과학적 근거가 없이 개인의 경험담 위주라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내향적이라는 저자의 고백이 와닿는 사람들에게는 오히려 위로가 될 수도 있겠다.

사실 이런 류의 책은 목차를 보고 독서 여부를 정하는 게 정석 아닐까.

목차 사진을 첨부한다.



책의 내용 중 마음에 드는 부분을 발췌해 두었다. 다음 블로그를 참고하기를 추천한다.

https://blog.naver.com/ilygod41/222518735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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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거리 문구점의 마녀 할머니 봄볕어린이문학 19
한정기 지음, 국지승 그림 / 봄볕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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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좋은 동화를 읽었다. 따스하게 상상력을 자극하는 책, [사거리 문구점의 마녀 할머니]를 소개 한다.



사거리 문구점에는 마녀 할머니 열쇠고리가 있다.

마녀 할머니와 눈이 마주치는 아이에게는 마법과도 같은 일이 일어나는데...


책은 총 3장으로 되어 있으며, 각 장마다 마녀 할머니를 만나는 아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내용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1. 바쁜 엄마 밑에서 자라 따뜻한 집밥을 먹고 싶어하는 해성이에게 나타나 요리하는 법을 가르쳐 주는 마녀 할머니

2. 엄마가 보고 싶어 외로워 하는 정우의 말동무가 되어주는 마녀 할머니

3. 오빠와 남동생 사이에서 치이며 스트레스를 받는 은지에게 소신을 밝힐 용기를 주는 마녀 할머니


첫 번째로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등장인물들의 가족 형태였다.

워킹맘/ 한부모 가정/ 삼남매 가족이라는 구성은 현 세대를 잘 반영하고 있으면서도 정형화된 가족의 모습을 만들지 않아 좋았다.


마법이 이루어지는 내용 또한 매력적이다. 마법은 간절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발동한다. 아이들은 수동적으로 마법의 혜택을 입지 않고 자신의 노력으로 마법이라는 기적을 얻어낸다.


게다가 마법은 무한정이지 않다. 마녀 할머니는 딱 3번만 아이들에게 나타난다. 만남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는 부분이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기 나름의 마법사가 된다.

집밥을 그리워하던 해성이는 마녀 할머니에게 요리하는 법을 배워 엄마에게 따스한 요리를 해준다.

은지는 마녀 할머니로부터 용기를 얻어 스스로 가족들에게 하고자 하는 말을 전한다.


작가가 해성이의 입을 빌어 정의한 마법이 인상적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면 그게 마법이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하는 모든 일이 마법이야."



정우가 보기에는 또박또박 할 말을 다한던 은지가 집에서는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였듯 작가는 세 어린이를 입체적인 시선에서 그려낸다.

어른인 나도 흥미롭게 읽은 동화였다. 중학년 학생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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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박! 춤추는 변기 저학년 씨알문고 2
박현숙 지음, 박규빈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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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변기라니 제목부터 강한 흥미가 생긴다. 익살스러운 그림도 한 몫 한다.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 책을 읽고 느낀 점을 분석해보도록 하겠다.



첫째, 책의 모든 장마다 그려진 만화.

만화는 아동 독자들이 쉽게 책에 접근하게 만든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다. 표지에서부터 그려진 만화는 분명 책의 첫인상을 좋게 만들어 준다.

그러나 만화가 너무 많아서 문제이다. 책의 큰 흐름들은 모두 만화로 그려져 있기 때문에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굳이 글을 읽을 이유가 없다. 아래의 만화만 보면 충분하고 둘이 같은 내용인데 뭣하러 글을 읽겠나.


둘째, 공부도 못하고 사고뭉치인, 어른들의 걱정거리인 아이

공부를 못하는 데 친구들과 가볍게 다투기도 하고 공공질서를 지키지 않는, 그래서 어른들의 걱정을 한 몸에 받는 아이라는 설정은 식상할 정도로 고전이다. 그러나 많은 작가들이 이를 선택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잘난 것 하나 없는 아이가(심지어 똥도 못 싸는- 이거 하나는 독특한 설정이긴 하다) 편견을 이겨내고 재활용품으로 멋진 변기를 발명하는 이야기는 많은 아이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다. 한편으로 교내 대표 한 번에 (객관적으로 주인공이 잘못한 부분들이 있음에도) 어른들의 평가가 달라지는 모습은 지나친 성취지상주의를 보여준다. 아이들에게 어떤 쪽이 더 내면화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어른의 입장에서는 별로인 점들이 여럿 보였으나 아동 독자의 생각은 다를 것 같다. 춤추는 변기라는 제목과 눈길을 끄는 만화를 싫어할 아이는 잘 없다. 우리 반 학생들의 평가를 기다려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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