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에 맞선 페미니스트 - 억압과 멸시, 굴종에서 벗어나 해방을 꿈꾼 여성들 철수와영희 생각의 근육 1
이임하 지음 / 철수와영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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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를 보면서도, 양귀자를 보면서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옛날에도 여성인권에 깨어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그들이 상상하는 평등한 세상이 결코 우리에게 뒤지지 않음을 몰랐다.


내가 상상한 조선 시대의 페미니스트들은 '여자도 글을 배울 수 있다' 정도에 그쳤지 '여자도 관직에 올라갈 수 있게 해주시오' 같은 주장은 미처 떠올리지 못했으리라 지레짐작한 것이다.

이렇게 편견에 빠져있으니 그들이 항일운동도 소극적으로 했으리라(최선의 운동이 기껏해야 남편 옥바라지이리라) 착각을 해버렸다. 조상님, 죄송합니다.


'일제에 맞선 페미니스트'에서는 우봉운, 조원숙, 강정희, 이경희 등 7인의 생소한 독립운동가들이 생생하게 살아 숨쉰다. 그들은 남자들과 똑같이 독립운동가로서 싸웠으며, 조직을 만들었고, 옥살이를 했다. 심지어 동일임금을 주장하는 모습에서는 오늘날의 페미니스트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런데 아직도 안 이뤄졌다는게 심히 애석하다)



깨어있는 자들이라면 모두 같은 꿈을 꿀 수밖에 없다. 인간은 모두 같다. 사람으로 취급받고 싶고, 조국의 독립을 소망하며, 원하는 것을 위해 목소리를 낸다.

조상님들 중에 이렇게 멋진 분들이 계시다는 사실을 역사적 사건들을 토대로 조목조목 알게 되어 영광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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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여우 꼬리 1 - 으스스 미션 캠프 위풍당당 여우 꼬리 1
손원평 지음, 만물상 그림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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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 소설

추천 학년: 초등 고학년(4~6)

「아몬드」의 저자와 「양말 도깨비」의 그림작가가 만났다. 출판사는 창비.

아이돌로 치자면 방탄소년단이 기획한 JYP의 신인 걸그룹과도 같다.

초등학생에게 읽힐 소설에 언제나 굶주려 있는 교사의 입장에서 기대하며 책을 펴들 수밖에 없었다.




우선 귀여운 일러스트가 표지부터 떡하니 자리잡아 어린이 독자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줄 간격이 넓은 데다가 중간중간 삽입된 만화식 삽화는 어른의 눈에 못마땅할지언정 초등 독자에게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학교 축제에서 '으스스 미션 캠프'를 진행하며 사건의 주 내용이 진행되는데, 잠시 교사의 입장을 망각하고 이런 학교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축제 구성이 알차고 흥미로웠다.

학교 캠프를 제외하고는 상당히 현실적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주인공이 하는 심한 말은 정말 심한 말이었고, 아이돌을 동경하는 그 또래 아이들의 마음가짐이 잘 드러났다.

아이돌.

그래, 서평을 쓰며 아이돌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이 책의 강점 중 하나가 매력있는 등장인물들이었는데 그중에서도 아이돌 연습생 윤나와 지안이가 눈에 띄었다. 아이돌이 꿈인 친구들이 많은데다가 실제로도 관심을 독차지 하는 직업군이기 때문일 것이다.

등장인물 재이를 통해 작가가 보이듯 특히 청소년기에는 애정과 관심, 특별함에 대한 고민이 많다.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고, 나는 남다른 존재인 것 같고 그래야만 하는데 그렇지 않은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아이돌이며 유명 유튜버가 부러울 뿐이다. 실제로도 특별한 정체성을 가진 주인공들이 나오는 책들이 대리 만족으로 인기를 끈다. 해리포터라든가 당장 이 책만 해도 구미호인 단미라든가.

모두가 특별하길 바라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러면 모두가 특별하다면 그것은 특별한 게 아니다. 만족이 타인에게서 얻어지는 한 누군가는 불행할 수밖에 없다(어쩌면 관심을 받고 있는 당사자까지도 언제 이를 잃을지 몰라 불안함에 떨고 있을 수도).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행복은 궁극적으로 이러한 자기수용에서 얻어진다. 사실 주인공 단미 역시도 평범하지 못한 스스로를 이해하면서 행복을 찾는다.

아이들이 무작정 반짝이는 무언가가 되려고 하기 보다는 나 역시도 별이구나, 우리는 광활한 검은 우주 사이사이에서 각자 빛나고 있구나, 하는 사실을 이해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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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동물 - 제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어린이부문 대상 수상작 파란 이야기 14
김시경 지음, 장선환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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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재밌는데?

아동도서를 보며 오랜만에 느낀 감정이었다. 어른인 내가 봐도 흥미로운데 아이들이 싫어할 리가 없다. 과연 어린이 독자가 뽑은 책다웠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동물이 말을 한다는 소재 자체는 흔하다. 하지만 여기에 정부의 은폐, 위험에 처하는 반려 동물들이 합쳐진다면 흥미의 정도가 다르다. 전개 역시 동물은 소중해! 같이 모범 교과서 식으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다. '동물이 너무 불쌍해요. 동물들도 말하게 해주세요'라고 말하는 편이 훨씬 아이들의 입장을 잘 대변하고 있으니까.

(결과적으로 동물들을 다시 언어를 빼앗기는데, 이 과정을 설득력있게 풀어서 극호감이었다)


어릴수록 동물권을 인권과 비슷하게 여기는 심리가 더 강한 것 같다.

네가 고기를 좋아하면 소와 돼지가 죽을 수밖에 없다는 말에 비건을 결심할 수 있는 순수한 인간 시기라고 할 수 있겠다.




아이들이 원하는 시원한 전개와 정부의 감시를 피해 초록이가 활약하는 과정은 긴장하고 보게 되는 매력이 있는 책이었다. 아, 잘 만든 책이다.


위즈덤 하우스 판타지 문학상 2회의 수상작이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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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어린이 2023.가을 - 통권 82호, 창간 20주년 기념호
창비어린이 편집부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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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넷은 어떤 나이인가.

어쩌면 당연하게도, 적고도 많은 나이다. 초등학생에게는 젊은 어른이며, 중장년에게는 눈부신 청년기일 것이다.

예순넷 역시 그러하다.

이십 대 청년에게는 까마득히 나이 드신 분이겠지만 어느 농촌 마을에서는 청년회장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 열넷에 대해서도 무어라 평할 수는 없다.

십 년도 살지 못한 어린이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일 수 있으며 사오십 대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요즘 것들일지도 모른다.


「창비어린이」를 처음으로 읽으며 청소년, 어린이를 내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는지 되돌아볼 수 있었다.

아이들은 삶의 빛과 어둠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잘 다룬다.

매건 데일리(창비어린이 82호 165쪽)

「창작과 비평」도 그렇고 계간지를 읽을 때 가장 기대하면서 읽는 부분이 촌평이다. 문학계의 흐름과 우리가 다시금 성찰해 보아야 할 부분들에 대해 전문가들이 지식을 응집시켜 풀어주는 게 그렇게 유익할 수가 없다.

아동문학을 사랑하며 더 나아가 창작을 시도하는 입장에서 내가 어른의 시선으로 아이들을 재단하지는 않았는지 자문할 수 있었다. '주문 많은 도서관'에서 특히 그랬다. 요즘 중학생들은 진짜 이렇단 말이야? 하며 놀라기도 하고 나아가 학생들이 여전히 책을 찾는다는 사실에 반가웠다.

만화 '나는 어땠더라'에서도 볼 수 있듯 우리에게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인간에게는 이를 갈망하는 습성이 있으며 미성년자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그들에게 더욱 필수적일지도 모른다. 다만 이야기를 향유하는 방식이 그들에게 있어 꼭 책일 필요가 없을 테다. 쇼츠, 틱톡과 같이 짧은 영상이 시청각을 자극하는 세상에서 활자라는 매체를 이용한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학생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는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본다.

동화 7편(사실 동화라기보다 청소년 단편소설에 가깝다고 느끼긴 했다)을 읽으면서는 청소년 문학이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SF며 온라인 세상이 펼쳐지는 글들은 주제나 장르에 있어서 성인 문학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다만 작가들이 세심하게 심리 흐름이나 문장을 쉽게 써주어 좋았다. 나 같은 미숙한 독자에게는 되려 고마운 글들이었다.

(개인적으로 '앤'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예전에 김초엽이 본인의 수필집 '책과 우연들'에서 말했듯 나 역시 SF라는 장르를 빌렸지만 결국 우리네의 고민을 다루는 글들이 나는 참 좋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읽을 책 목록이 더욱 빽빽해졌다.

아이들이 눈물 흘리고 놀랐을 문장들을 함께 느끼고 싶어졌다.

읽고 싶은 책이 많아졌다. 독서 의지가 다시금 고개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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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우당탕탕 못 말리는 보통 가족 곰곰문고 102
유타 님피우스 지음, 전은경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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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비만에 거듭 실패하는 발명가인 엄마

휠체어를 타는 아빠

성정체성에 혼란을 가진 삼촌



본 이야기에 등장하는 가족들이다. 하나같이 전형적인 가족 구성원의 특징과는 거리가 멀다. 다소 극단적인 설정이긴 하지만 모두가 특이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기에 오히려 개개인을 평범한 사람으로 바라보기 좋았다

(모두가 초능력자인 상황이라면 순간이동 능력자 정도는 그런가보다 하고 넘길 수 있는 법이다).


주인공 카를로는 남들과 다른 가족들을 부끄러워 한다. 가족들은 '아무리 사춘기라지만, 어떻게 나를 창피해할 수 있어!'라며 서운함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이 점 역시 내 취향이었다. 동양작품이라면 보통 가족들이 미안한 마음에 조용히 숨어서 지내기를 선택하고, 주인공은 여기에 되려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는, 자칫하면 주인공이 마음을 고쳐먹는 것이 가스라이팅의 결과물처럼 보이는 식으로 진행이 되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각자의 욕망에 충실하다. 카를로 역시 사랑과 친구, 타인의 시선을 놓고 십대다운 고민을 해결하려 노력한다. 결국 이를 멋지게 해내는 못 말리는 보통 가족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래서 이걸 아이들에게 읽힐 것이냐, 이건 잘 모르겠다. 학급 문고에 넣어두고 관심있는 친구가 자연스럽게 책과 연이 닿도록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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