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 버스데이 우리 동네 창비청소년시선 38
신지영 지음 / 창비교육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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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라니. 내가 신청한 도서서평이라지만 그다지 기대가 되지 않았다.

어렸을 적 몇 번 시집 읽기에 도전했으나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열었던 시집은 따라가기 어려운 비유적 표현과 감정선이 가득했다.

하지만 '해피 버스데이 우리 동네'를 접하고 생각이 바뀌었다.

해피 버스데이 우리 동네는 2021년에 나온 창비 청소년 시집으로, 4부로 이루어져 있다.

잠시 목차를 살펴보자.

제1부 발견하고 보니 나였어

무쓸모

나부랭이

그릇

다 맞는 말

그 개에 대하여

사춘기

밥과 똥

바늘구멍 속의 세상

닮다

35도의 아침

거리

어쩌면 꽃은

제2부 누구나 엄마가 있지

감상적

안방 대신

동화

얼룩

젖소에게 미안해

엄마는 커서

어려운 질문

고장 난 엄마

이사

쌍기역

제3부 우리라는 다정함

어르신 집

수포 삼대

할매 냉면

유자차

비둘기 부부

유배지

원룸

첫 번째입니다 1

첫 번째입니다 2

같은 길

발견

등대

제4부 괜찮다! 아직

나무네 동네

송충이

비만 놀이터

기다리는 아이

깜장 비닐 봉다리

시장

버릇

카산드라 콤플렉스

튼살

비대면 수업

돌멩이

먼치킨은 없다

발문

시인의 말

시집이 이렇게 재미있었던가. 며칠 만에 술술 읽었다.

이 책의 비결은 무엇일까. 어떻게 가독성과 감동을 모두 잡은 걸까. 작가의 입장에서 나름의 분석을 해보았다.

(시 전체를 옮겨 적을 경우 저작권 위법일까. 자신이 없어 일부만 필사하였다.)

● 기본적으로 좋은 표현력

잿빛 솜사탕, 매연을 뜯어 먹으며

피곤이 우거진 첫 버스를 타요

썩어서 동그랗게 구멍 뚫린 삶

누구는 시간을 갉아먹은 흔적이라고도 했죠

- 해피 버스데이 우리 동네(일부), 신지영-

언뜻언뜻 보이는 표현들에서 작가의 문장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이를 남발하지도 않는다.

작가 신지영은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단어들을 주로 사용한다.

단어 속 압축된 작가의 뜻을 풀어내려 애쓰거나 몸속 온갖 감각을 끌어올려 느끼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알고나 있을까

자신들 웃음소리보다 더 연약한 작은 몸뚱이를

송충이를 잡아 보면 안다

조금만 세게 눌러도 터질 듯 무른 몸

손안으로 미끄러지는 부드러운 털들

연하고 부드러운 마음 지키려고

무엇보다도 험해진 몸뚱이

- 송충이 중, 신지영-

'세게 눌러도 터질 듯하다'라는 표현은 그렇게 대단하지 않다. 누구나 쓸 수 있다.

그럼에도 그의 시가 흡입력을 가지는 이유는 다음의 특징 때문일 것이다.

● 와닿는 소재

작가가 전하는 이야기는 서민적이다.

뜨거운 열정을 노래하기 보다 오늘 본 장사꾼 아주머니를 이야기한다.

사회와 맞서 싸우지 못하는 좌절 대신 길에서 마주치는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지 못하는 머뭇거림에 집중한다.

집중하는 대상이 우리가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소중하다고 인지하고 있으나 거기에서 그치는 존재들이기에 시는 더욱 눈길을 사로잡는다.

앞서 적었던 '송충이' 시를 앞뒤를 붙여 살펴보자.

알고나 있을까

자신들 웃음소리보다 더 연약한 작은 몸뚱이를

송충이를 잡아 보면 안다

조금만 세게 눌러도 터질 듯 무른 몸

손안으로 미끄러지는 부드러운 털들

연하고 부드러운 마음 지키려고

무엇보다도 험해진 몸뚱이

한 번만이라도 잡아 보면 안다

서러워져 자신을 지키는 것들은

얼마나 말랑거리는 슬픔을 가졌는지를

- 송충이 중, 신지영-

송충이는 무르다. 이걸 아무리 실감 나게 묘사해 봐야 곤충학 전공자가 아니고서야 큰 의미가 없다.

하지만 송충이가 '자신들 웃음소리보다 더 연약한 작은 몸뚱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이야기는 달라진다.

'말랑거리는 슬픔'을 가진 주위의 존재들을 인지하게 되는 순간 작가가 바라보고 있는 철거민 부부와 비슷한 처지의 집주인이 비로소 마음 안으로 들어서게 된다.

자주 접하지 않아 와닿지 않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작가는 수많은 소외자들을 글에 담는다.

다문화 가정('얼룩')을, 한부모 가정('젖소에게 미안해')을, 홀로 남은 아이를....

(사실 위의 표현이 적합한 지 모르겠다. '섬'에서 나오는 것처럼 붙어 있던 육지를 굳이 말로 떨어뜨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그들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아 이 시가 그들에게 위로가 될지 어쭙잖은 기만이 될지는 알 수 없기에 조심스럽다.

적어도 나에게는 주위 사람들을 새삼스러운 눈길로 다정함을 담을 수 있는 자극이 됐다.

●깨달음을 풀어서 설명하다

시는 압축적이라고 생각했다. 단어 하나에 들어있는 뜻을 내가 알아서 찾아내야 하는, 수능 수리영역 30번 같은.

그래서 내가 쓰는 글은 주로 에세이였다. 얻은 교훈을 몇 문장으로 줄여서 말하기엔 구구절절했다.

'바늘구멍 속의 세상'을 읽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시를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싶었다.

할머니 대신 실을 꿰었지

실은 허공과 바늘의 경계를 자꾸 뭉그적거릴 뿐

바늘구멍을 시원하게 통과하지 못했어

(중략)

내가 다가갈수록 쇠의 구멍은 점점 커다래지고

온 집 안이 구멍안으로 들어 오고 있었어

허공과 구멍 속 세상이 원래 하나였던 것처럼

문득 내가 보는 세상이 바늘구멍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너무 작아서 무엇도 담지 못한 내 세상을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사실은 세상을 다 품고 있는 게 아닐까

- 바늘구멍 속의 세상, 신지영-

간결하다. 그렇다고 함축적이지도 않다.

시와 에세이의 중간 같은 느낌의 이 시를 읽으며 마음속의 가능성이 열렸다.

그래, 왜 꼭 시가 운율이 딱딱 맞는 짧은 글이라고 생각했을까. 이렇게도 쓸 수 있는데.

나는 무엇을 쓰고 싶을까. 어떤 글을 써야 할까.

시야가 넓어진 채로 설레는 고민을 다시 시작한다.

작가의 다른 시집이 나온다면 또 어떤 영감과 감동을 줄지 기대하며 읽어야겠다.

*본 서평은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https://coupa.ng/cbaC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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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소녀들 - 우리 일상에 파고든 디지털 성범죄
리디아 카초 리베이로 지음, 파트리시오 베테오 그림, 김정하 옮김 / 그레이트BOOKS(그레이트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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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라진 소녀들. 추리나 미스터리 책 같은 제목이다.

표지 역시 동화스럽지만 내용은 꽤나 무겁다.


성범죄에 이용되는 소녀들이 사이버 상에서 어떻게 범죄에 이용되는지를 현실감 있게 다루고 있다.

페이스북, 인스타 등 실제 sns 명칭이 나오는 것부터 시작해 범죅의 과정 등이 실제적이어서 경각심을 준다.


'그쪽이 좋아서 한 거 잖아' 와 같은 반응들,

학생들이 성범죄 관련 sns를 찾아보고 다니자 물들까봐 걱정하며 만류하는 어른들 등,

(어른들이 두려워하면 아이처럼 작아진다- '사라진 소녀들' 중)

여러모로 현대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청소년일수록 SNS를 매혹적으로 여기는 측면이 있다.

그 안에서 받는 좋아요의 갯수가 곧 권력이 되거나 관심의 진하기이기 때문에 그 시기에 SNS는 중요한 화두가 되기 쉬운 것이다.

그런 이들이 무심결에 인터넷에 글을 올리기 전 한번쯤 생각할 기회를 주는 좋은 책이다.


이야기의 말미에 현재 아동 실종 통계, 인터넷 성범죄 현황 등을 수치로 보여줬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에서는 야구를 하는 주인공의 입을 빌어 야구한다= 남자가 되고 싶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시 하는데, 이는 오늘날 하나의 화두가 되고 있는 트렌스젠더 문제와도 연결되지 않을까 싶다.



사라진 소녀를 찾기 위해 나서는 이는 이웃인 학생들, 어른들, 그리고 포르노 소비자였던 남학생까지 다양하다. 책에서처럼 모두가 연대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용이 무거운 편이기도 하고 SNS를 사용하는 나이가 되었을 때 이해하기 좋을 듯해 5학년 이상의 연령대 학생에게 추천하는 바이다.

모르는 사람이라도 누군가 고통받는 걸 알게 된 순간 걱정이 되고 마음을 쓰게 된다. 사전은 이러한 감정을 ‘공감‘ 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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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지키는 지속 가능한 패션 이야기 - 멋과 유행, 경제와 윤리적 소비, 환경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생각동화! 공부가 되고 상식이 되는! 시리즈 18
정유리 지음, 박선하 그림 / 팜파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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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유익한 동화였다.


책의 주제는 패션과 환경의 상관관계로, 패션으로 인해 환경이 어떻게 오염되는지, 이를 막기 위한 기업의 노력은 무엇인지,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를 다루고 있다.


짧은 동화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돼서 학생들이 쉽게 읽을 수 있으며,

각 장에 나오는 설명은 사진이 첨부되어 있어 이해를 돕는다.

(패션 디자이너 나오는 부분에서도 각 디자이너들이 만들 옷 사진이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선인장, 파인애플, 조개 껍데기 등으로 만든 각종 잡화는 어른인 내가 보기에도 충분히 매력적인 내용이었다. 또한 버려지는 것들에 대해 고찰할 수 있어 좋았다.

청바지를 만드는 데에 이렇게나 많은 양의 물이 필요하다는 사실, 바다에 버려지는 그물이 결국 쓰레기가 된다는 인지 등, 지속가능한 환경의 눈으로 세상을 볼 때 아직 우리가 부족했구나 하는 반성이 되었다.



학생들을 데리고 해당 장을 읽은 뒤 중고 장터를 진행해볼까 한다.

온책읽기로 활용해도 충분히 유익하리라고 본다.

어쩌면 미래 세대인 학생들이 더 창의적인 생각으로 지구를 구해낼 수도 있지 않을까.



환경은 기호적 관심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와 미래 세대에게 필수적인 고민이다. 이와 같은 주제를 재미있고 유익하게 풀어낸 이 책을 추천하는 바이다.

3~4학년도 어느 정도 수준이 되는 학생이라면 읽을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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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미술관 - 양정무의 미술 에세이
양정무 지음 / 창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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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취향이 바뀐 건지 책이 훌륭한 건지는 알 수가 없다.

확실한 사실은 내가 이 미술 관련 서적을 흥미롭게 읽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술 쪽 서적을 딱히 읽은 적이 없어 나에게는 대부분의 내용들이 새로웠다.

미술사를 흥미롭게 풀어간 저자에게 찬사를 보낸다.

* 미술 에세이가 더 정확한 표현인듯한데 둘의 차이를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림 사진이 많아 해당 작품을 잘 알지 못하는 나도 충분히 즐기며 따라갈 수 있었다.

그림이 많다 보니 글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어져 술술 읽히는 것도 맞다.

나에게는 모든 것이 새로웠지만 사전 지식이 있는 이들은 아닐 수도 있기에 우선 목차를 공유한다.

목차

프롤로그 “나도 아르카디아에 있다” 아름다운 미술 속 반전 이야기

1장 고전은 없다

미술 입시의 석고 데생 • 우리가 아는 고전미술은 짝퉁이다? • 색을 입은 그리스 조각 • 고귀한 단순과 고요한 위대 • 동경 유학생들의 충격 • 개구리에서 아폴로까지, 아름다움의 등급화 • 전쟁과 고대 그리스미술 • 인간을 위한 건축, 파르테논 신전의 세계 • 무기 없는 전쟁, 고대 올림픽 • 고대 그리스는 몸짱이 대접받는 사회 • 이제야 드러나는 고전미술의 실체

2장 문명의 표정

미술은 웃지 않는다? • 미소를 통해 생을 예찬하다, 고대 문명의 첫 표정 • 웃음을 금지하다, 그리스 고전기 문명의 표정 • 신을 찬미하다, 중세 시대 문명의 표정 • 자신을 드러내다, 르네상스 문명의 표정 • 바로크, 초상화 속에 웃음이 등장하다 • 화가의 얼굴 • 권력의 얼굴, 권력에 도전하는 얼굴 • 19세기, 누구나 초상화를 갖게 되다 • 현대, 웃음이라는 가면

3장 반전의 박물관

박물관의 역사는 뜨겁다 • 누가 고전을 지킬 것인가? • 프랑스혁명, 그리고 공공 박물관의 탄생 • 영국의 경우, 박물관에서 미술관으로 • 예술품을 쓸어 모은 한량들 • 엘긴 마블, 약탈로 꾸민 박물관의 권위 • 박물관, 문화적 전통과 위엄을 보여주다 • 국민을 위한 미술관이 탄생하다 • 박람회에서 박물관으로 • 제국주의 미술관의 반전 • 확장하는 박물관들 • 미래의 박물관?

4장 미술과 팬데믹

새 부리 가면의 정체 • 피렌체를 덮친 흑사병 • 자가격리가 낳은 문학 『데카메론』 • 흑사병으로 인기가 치솟은 성 세바스티아누스 • 흑사병이 미술의 존재양식을 변화시키다 • 죽음과 춤을 추는 사회 • 재난이 만들어낸 공공미술 프로젝트 • 길드의 자존심을 건 조각 경연 • 고통을 통해 위로를 얻다 • 예술가의 삶을 잠식한 질병

에필로그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휴머니즘 미술 이야기

참고문헌

작품 목록

이미지 출처

다음은 책 내용 중 인상 깊은 내용의 정리와 그에 대한 내 생각이다.

개인적 생각은 파란색으로 색을 달리해서 적었다.

비문학 서적의 경우 나의 말로 정리해서 적으므로 원본과 정확하게 내용이 같지는 않음을 밝히는 바이다.


● 대리석 조각들이 실제로는 채색되어 있었다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리스 풍의 대리석 조각들이 실제로는 채색이 되어 있다고 한다.

상상도 못해봤다. 마치 공룡이 실제로는 우리의 생각과 다르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느낌이다.

● 아름다움의 등급화

(43쪽) 인종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황인종, 흑인종, 백인종 등으로 나눠지지 않는다고 한다. 인종이라는 개념 자체가 인위적이라고.

(47쪽) 파르테논 신전이 황금비로 지어졌다는 이야기도 낭설에 불과하다고 한다. 맙소사, 수학 교과서 쉬어가기에서 자주 읽었는데.

나에게 상식이었던, 당연한 것들이 실제로는 진실이 아닐 수 있다.

그동안 주어지는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을까.

●위장된 자연주의

'원반을 든 소년'은 얼핏 보기에 사실적으로 묘사한 듯 하나 실제로 그런 자세를 취하기란 불가능하다.

저자는 이를 위장된 자연주의라고 세련되게 표현했다.

조각상의 근육 묘사 등이 그럴 듯하기에 역시나 아무런 의심 없이 해당 작품을 '인체를 최대한 현실적으로 표방'했다고 생각했다.

현대의 바비인형, 보정 후 얼굴 사진 등이 다 여기에 속한다.

자연적이고 싶으나 그렇다고 불완전한, 현실적인 부분은 숨기고자 하는 욕망이 담겨있다.

● 웃음의 변화

심오한 뜻이 담긴(상황에 맞지 않는) 웃음 → 은은한 미소(모나 리자) → 권위적 무표정(중세 시대 초상화들) → 환히 웃음을 터뜨리는(현대 셀카들)

시대마다 사람의 표정을 묘사하는 유행이 저마다 다르다. 각자의 이유가 모두 있다.

● 아프리카 미술의 영향을 받은 피카소, 마티스

(190쪽) 본래 영국박물관은 야만성과 미개함을 보여주기 위해 아프리카 미술을 전시하였으나 마티스, 피카소는 여기 매료된다.

그 뒤 이들은 현대적 미감을 발휘하며 아비뇽의 처녀, 푸른 누드 등의 작품을 만들어낸다.

열등한 문화. 세상이 주입하는 선입견을 이들이 가지고 있었다면 혁신적인 작품들은 나오지 못했다.

편견 없이 세상을 바라볼 때 창의성은 폭발한다.

●박물관, 미술관의 발전

(203쪽) 대한민국에는 영화관의 수보다 미술관과 박물관의 수가 더 많다(1,124개).

(205쪽) 박물관의 발달은 현재 진행형이다. 특정 가수를 다룬 박물관이 생겨나고, 공산품을 모아둔 별난 박물관 같은 장소들이 생겨난다.

박물관은 새로운 세대의 인간을 위해 이전 세대의 인류가 지금까지 알아낸 모든 것을 전달할 가장 지극한 방법이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들을 떠올려본다면 앞으로의 박물관은 지금보다 좀 더 인간의 발전을 위한 장소로 거듭나야 하지 않을까요?

벌거벗은 미술관(206쪽), 양정무

●예술은 인간적이다

엄청난 걸작도 막상 눈앞에서 보면 군데군데 어설픈 점이 보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벌거벗은 미술관(261쪽), 양정무

공감한다. 실제로 전시회를 가서 찬찬히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이건 실수 아닌가 싶은 부분들이 조금씩 있다.

자신 있게 그리면 실수는 별로 흠이 안되는구나, 나도 그림 그릴 때 대담하게 그려야지 정도로 생각했는데 덕분에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사고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인간이 했기에 인간적이라는 말이 참 위로가 된다. 나 역시도 글을 쓸 때 썼던 단어를 반복한다던가 상투적인 묘사를 할 수도 (그럴 수밖에) 있는 것이다.

그게 인간이다. 쓰는 데 집중하자.

●그림 속 담긴 마음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초상화 여기저기에 비싼 물건을 전시하는 사람,

권위적인 표정을 지음으로써 낮은 지위를 무마시키려는 사람,

흑사병에 대한 불안감으로 천국 그림에 자신의 얼굴을 돈 주고 그려 넣는 사람.

그림을 보면 인간의 욕망이 보인다. 오늘날 SNS에 보여주고 싶은 내용만 가득 담은 모습과 같다.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예술로 나타낸다. 드러내고자 하는 영역을 잘 포장해 전시한다.

참으로 인간적인 이런 모습들이 흥미로웠다.


단순히 정보 전달의 글이 아니라 저자가 생각과 의도를 가지고 내용을 정리해 풀어갔기에 보다 기억에 남는 지도 모르겠다.

다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음에도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게 되는 부분은 다소 거부감이 들었다.

예) 별생각 없이 본 작품이 '방 안에 물건이 가득 찼다'라는 평을 읽은 뒤로 그렇게 억지로 보이기 시작함.

분야 전반으로 교양을 쌓고 싶은 사람이나 미술사 관련 인문 서적을 찾고 있는 사람에게 강력 추천한다.

오랜만에 양질의 정보를 얻은 느낌이라 기분이 좋다. 당분간은 예술 서적에 관심을 가질 듯하다.

*본 서평은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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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짧은 역사 -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
앤드루 H. 놀 지음, 이한음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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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형적인 문과생이다. 지구과학과 관련한 지식은 고등학생 때 배운 교과서 내용이 전부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학문 전반에 대한 교양의 열망은 큰 편이기에 편식 없는 독서를 목적으로 서평단을 신청했다.

고백하자면, 지구의 역사를 쉽게 훑어봄으로써 앞으로의 지구를 예측하고 이해해 보는 시도

라는 문구에 혹하여 읽기 시작한 이 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한 권으로 읽는 하버드 자연사 강의라더니 과연 그랬다.

지구의 탄생, 생명의 진화 과정 등 학생 시절 어렴풋하게 들었던 단어들이 머리를 마구 비집고 들어왔다.

어려운 내용이 많았으나 다음의 명언을 떠올리며 글자를 읽어냈다.

몸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들 중에

영혼에 이익이 되지 않는 것은 없다.

조지 메러디스

책 자체가 작은 편이라서(세로가 내 손 한 뼘 길이) 내용 이해와는 별개로 금방 읽었다.

다음은 책 내용 중 인상 깊었던 부분과 그에 대한 내 생각이다.

*비문학 도서의 경우 저의 언어로 정리해서 적습니다.

그러므로, 이 책은 지구를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우리 행성을 여기까지 오게 한 기나긴 역사 속으로 독자를 이끄는 초대장이자 40억 년에 걸쳐 이루어진 세계가 인간 활동을 통해 얼마나 심각하게 바뀌고 있는지를 인식하라는 권고, 그리하여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도 알아보자는 것이다.

지구의 짧은 역사(18~19쪽), 앤드루 H. 놀

친구가 사소한 일로 발끈할 때 '이 친구는 시험 점수로 동생과 비교당한 적이 많아서 학업 관련 이야기를 꺼려 한다'라는 배경을 알고 있다면 우리는 화가 덜 나거나 도리어 미안함과 안쓰러움이 생기기 마련이다.

지구의 과거를 안다면 보다 지구를 사랑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커지지 않을까.

화성에서 발견된 물결무늬, 이글 크레이터: 비교적 따뜻하고 습했던 화성

- 화성에도 물이 있었다는 사실은 새삼 흥미로웠다.

진화에 회의적인 이들은 진화적 중간 단계를 보존한 화석이 없다는 주장을 종종 펼치곤 하지만, 틱타알릭을 본 적이 없어서 그렇다.

지구의 짧은 역사(182쪽), 앤드루 H. 놀

교회를 다니는 입장에서 항상 듣던 이야기였다.

진화가 정말 이루어졌다면 왜 중간 단계에 해당하는 화석들이 무수하게 등장해야지 시조새 하나밖에 없냐는 주장인데 우선 여기 하나 추가요.

여전히 중간 단계의 화석은 많은 편은 아니다. 따라서 창조론과 진화론의 간극을 여전히 좁힐 수는 없겠으나 적어도 근거 1은 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빙하기와 지구온난화를 균형 잡아 주는 CO2

그동안 CO2는 부정직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이산화탄소가 지나치게 적으면 오히려 빙하기가 온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CO2의 증가를 걱정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욕망 때문이지 CO2 그 자체가 아니라는 사실이 와닿았다.


저자는 나름의 유머감각을 가지고 독자들이 과학적 용어에 압도당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노력이 가상하니 절반의 성공이라고 치자.

앞서 말했듯 짧기 때문에 책 자체는 금방 읽을 수 있다. 교양이 고플 때 몇 번 훑다보면 언젠가는 절반 이상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손톱만큼의 교양을 건져보고 싶은 사람에게 참고 글자를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본 서평은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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