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 미술관 - 양정무의 미술 에세이
양정무 지음 / 창비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이가 들면서 취향이 바뀐 건지 책이 훌륭한 건지는 알 수가 없다.

확실한 사실은 내가 이 미술 관련 서적을 흥미롭게 읽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미술 쪽 서적을 딱히 읽은 적이 없어 나에게는 대부분의 내용들이 새로웠다.

미술사를 흥미롭게 풀어간 저자에게 찬사를 보낸다.

* 미술 에세이가 더 정확한 표현인듯한데 둘의 차이를 아직은 잘 모르겠다.

그림 사진이 많아 해당 작품을 잘 알지 못하는 나도 충분히 즐기며 따라갈 수 있었다.

그림이 많다 보니 글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어져 술술 읽히는 것도 맞다.

나에게는 모든 것이 새로웠지만 사전 지식이 있는 이들은 아닐 수도 있기에 우선 목차를 공유한다.

목차

프롤로그 “나도 아르카디아에 있다” 아름다운 미술 속 반전 이야기

1장 고전은 없다

미술 입시의 석고 데생 • 우리가 아는 고전미술은 짝퉁이다? • 색을 입은 그리스 조각 • 고귀한 단순과 고요한 위대 • 동경 유학생들의 충격 • 개구리에서 아폴로까지, 아름다움의 등급화 • 전쟁과 고대 그리스미술 • 인간을 위한 건축, 파르테논 신전의 세계 • 무기 없는 전쟁, 고대 올림픽 • 고대 그리스는 몸짱이 대접받는 사회 • 이제야 드러나는 고전미술의 실체

2장 문명의 표정

미술은 웃지 않는다? • 미소를 통해 생을 예찬하다, 고대 문명의 첫 표정 • 웃음을 금지하다, 그리스 고전기 문명의 표정 • 신을 찬미하다, 중세 시대 문명의 표정 • 자신을 드러내다, 르네상스 문명의 표정 • 바로크, 초상화 속에 웃음이 등장하다 • 화가의 얼굴 • 권력의 얼굴, 권력에 도전하는 얼굴 • 19세기, 누구나 초상화를 갖게 되다 • 현대, 웃음이라는 가면

3장 반전의 박물관

박물관의 역사는 뜨겁다 • 누가 고전을 지킬 것인가? • 프랑스혁명, 그리고 공공 박물관의 탄생 • 영국의 경우, 박물관에서 미술관으로 • 예술품을 쓸어 모은 한량들 • 엘긴 마블, 약탈로 꾸민 박물관의 권위 • 박물관, 문화적 전통과 위엄을 보여주다 • 국민을 위한 미술관이 탄생하다 • 박람회에서 박물관으로 • 제국주의 미술관의 반전 • 확장하는 박물관들 • 미래의 박물관?

4장 미술과 팬데믹

새 부리 가면의 정체 • 피렌체를 덮친 흑사병 • 자가격리가 낳은 문학 『데카메론』 • 흑사병으로 인기가 치솟은 성 세바스티아누스 • 흑사병이 미술의 존재양식을 변화시키다 • 죽음과 춤을 추는 사회 • 재난이 만들어낸 공공미술 프로젝트 • 길드의 자존심을 건 조각 경연 • 고통을 통해 위로를 얻다 • 예술가의 삶을 잠식한 질병

에필로그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휴머니즘 미술 이야기

참고문헌

작품 목록

이미지 출처

다음은 책 내용 중 인상 깊은 내용의 정리와 그에 대한 내 생각이다.

개인적 생각은 파란색으로 색을 달리해서 적었다.

비문학 서적의 경우 나의 말로 정리해서 적으므로 원본과 정확하게 내용이 같지는 않음을 밝히는 바이다.


● 대리석 조각들이 실제로는 채색되어 있었다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그리스 풍의 대리석 조각들이 실제로는 채색이 되어 있다고 한다.

상상도 못해봤다. 마치 공룡이 실제로는 우리의 생각과 다르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느낌이다.

● 아름다움의 등급화

(43쪽) 인종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황인종, 흑인종, 백인종 등으로 나눠지지 않는다고 한다. 인종이라는 개념 자체가 인위적이라고.

(47쪽) 파르테논 신전이 황금비로 지어졌다는 이야기도 낭설에 불과하다고 한다. 맙소사, 수학 교과서 쉬어가기에서 자주 읽었는데.

나에게 상식이었던, 당연한 것들이 실제로는 진실이 아닐 수 있다.

그동안 주어지는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을까.

●위장된 자연주의

'원반을 든 소년'은 얼핏 보기에 사실적으로 묘사한 듯 하나 실제로 그런 자세를 취하기란 불가능하다.

저자는 이를 위장된 자연주의라고 세련되게 표현했다.

조각상의 근육 묘사 등이 그럴 듯하기에 역시나 아무런 의심 없이 해당 작품을 '인체를 최대한 현실적으로 표방'했다고 생각했다.

현대의 바비인형, 보정 후 얼굴 사진 등이 다 여기에 속한다.

자연적이고 싶으나 그렇다고 불완전한, 현실적인 부분은 숨기고자 하는 욕망이 담겨있다.

● 웃음의 변화

심오한 뜻이 담긴(상황에 맞지 않는) 웃음 → 은은한 미소(모나 리자) → 권위적 무표정(중세 시대 초상화들) → 환히 웃음을 터뜨리는(현대 셀카들)

시대마다 사람의 표정을 묘사하는 유행이 저마다 다르다. 각자의 이유가 모두 있다.

● 아프리카 미술의 영향을 받은 피카소, 마티스

(190쪽) 본래 영국박물관은 야만성과 미개함을 보여주기 위해 아프리카 미술을 전시하였으나 마티스, 피카소는 여기 매료된다.

그 뒤 이들은 현대적 미감을 발휘하며 아비뇽의 처녀, 푸른 누드 등의 작품을 만들어낸다.

열등한 문화. 세상이 주입하는 선입견을 이들이 가지고 있었다면 혁신적인 작품들은 나오지 못했다.

편견 없이 세상을 바라볼 때 창의성은 폭발한다.

●박물관, 미술관의 발전

(203쪽) 대한민국에는 영화관의 수보다 미술관과 박물관의 수가 더 많다(1,124개).

(205쪽) 박물관의 발달은 현재 진행형이다. 특정 가수를 다룬 박물관이 생겨나고, 공산품을 모아둔 별난 박물관 같은 장소들이 생겨난다.

박물관은 새로운 세대의 인간을 위해 이전 세대의 인류가 지금까지 알아낸 모든 것을 전달할 가장 지극한 방법이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들을 떠올려본다면 앞으로의 박물관은 지금보다 좀 더 인간의 발전을 위한 장소로 거듭나야 하지 않을까요?

벌거벗은 미술관(206쪽), 양정무

●예술은 인간적이다

엄청난 걸작도 막상 눈앞에서 보면 군데군데 어설픈 점이 보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벌거벗은 미술관(261쪽), 양정무

공감한다. 실제로 전시회를 가서 찬찬히 그림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이건 실수 아닌가 싶은 부분들이 조금씩 있다.

자신 있게 그리면 실수는 별로 흠이 안되는구나, 나도 그림 그릴 때 대담하게 그려야지 정도로 생각했는데 덕분에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사고해 보는 기회가 되었다.

인간이 했기에 인간적이라는 말이 참 위로가 된다. 나 역시도 글을 쓸 때 썼던 단어를 반복한다던가 상투적인 묘사를 할 수도 (그럴 수밖에) 있는 것이다.

그게 인간이다. 쓰는 데 집중하자.

●그림 속 담긴 마음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 위해 초상화 여기저기에 비싼 물건을 전시하는 사람,

권위적인 표정을 지음으로써 낮은 지위를 무마시키려는 사람,

흑사병에 대한 불안감으로 천국 그림에 자신의 얼굴을 돈 주고 그려 넣는 사람.

그림을 보면 인간의 욕망이 보인다. 오늘날 SNS에 보여주고 싶은 내용만 가득 담은 모습과 같다.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예술로 나타낸다. 드러내고자 하는 영역을 잘 포장해 전시한다.

참으로 인간적인 이런 모습들이 흥미로웠다.


단순히 정보 전달의 글이 아니라 저자가 생각과 의도를 가지고 내용을 정리해 풀어갔기에 보다 기억에 남는 지도 모르겠다.

다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음에도 저자의 생각을 따라가게 되는 부분은 다소 거부감이 들었다.

예) 별생각 없이 본 작품이 '방 안에 물건이 가득 찼다'라는 평을 읽은 뒤로 그렇게 억지로 보이기 시작함.

분야 전반으로 교양을 쌓고 싶은 사람이나 미술사 관련 인문 서적을 찾고 있는 사람에게 강력 추천한다.

오랜만에 양질의 정보를 얻은 느낌이라 기분이 좋다. 당분간은 예술 서적에 관심을 가질 듯하다.

*본 서평은 도서 지원을 받아 작성했습니다.

https://coupa.ng/camDz0


- (쿠팡 파트너스) 해당 링크를 통해 서적을 구매하시면 제가 일정액의 수수료를 제공받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