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했는지.
"엄마는 언제나 내 곁에 있었어. 내 팔다리와 같은 존재였지. 내가 아홉 살 때까지 나를 안아서 욕실에 데려다줄 정도였으니까. 실은 어릴 때 내가 병치레가 심했거든. 그래서 늘 나를 지나치게 격정했고, 몸에 좋다는 것들은 죄다 해 주려고 했어. 발레도 그래서시킨 거야. 몸의 균형을 잡고 올바른 자세를 만들어 주고 싶었던거지. 내 몸과 두뇌와 정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되는 것들이라면무엇이든 엄마는 결국 손에 넣었어." - P156

자식의 손발과 같은 어머니란 과연 어떤 존재일까? 하나의 어머니는 그야말로 말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분이었다. 하지만 정작 하나는 메말라 보였다.
"엄마는 나에게 최고의 교육을 시키려 했어. 사실 나는 그런 엄마와 아무 문제 없이 지냈어. 어떻게 문제가 있을 수 있겠어? 내가뭔가를 생각하고 요구하기도 전에 이미 뭘 해야 할지, 뭘 배워야할지, 어떻게 입고 나가서 어떻게 발표를 해야 할지 다 짜여 있었는데, 엄마의 미래가 곧 나의 미래였지."
나는 하나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어머니는하나의 몸에 여러 개의 줄을 매달아 놓았던 것이다. 마치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물론 나는 그 모든 게 엄마의 사랑이라고 여겼어. 부슬비라도내리는 날이면 직접 차를 몰고 학교까지 데려다주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런 나를 아이들은 부러워했어. 하지만 머지않아 알게 되었지 엄마의 사랑의 본질이 무엇인지 말이야."
나는 ‘본질‘이라는 말이 낯설게 느껴졌다. 사랑 자체가 바로 핵심이자 본질이 아닌가 딸을 위하는 엄마의 사랑 속에 다른 이유나원인이 있다는 게 이해하기 어려웠다. - P157

언젠가부터 등 뒤에 길게 드리운 어머니라는 그림자에 하나는숨이 막혔다. 어머니가 입버릇처럼 내뱉는 ‘너를 위해서‘라는 그말이, 그녀를 무겁게 짓누르기 시작한 것이다.
"엄마는 내가 외교관이 되기를 바랐어. 자신이 쉽게 가 볼 수 없었던 세계의 수많은 나라들을 내가 자유롭게 오가기를 바랐지. 그제야 나는 엄마가 왜 그렇게 어릴 적부터 이런저런 외국어 공부를시키지 못해 안달이었는지 깨달았어. 나는 엄마의 꿈을 이룰 대리인이었던 거야."
어쩌면 지금도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꿈이 아닌 부모 꿈의 대리인으로 살아가는지도 몰랐다. 아니, 자신이 대리인이라는 것조차모르고 있을 수도……….….
문득 일전에 하나가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결국 내가 나를 이룬다고 믿는 것들은 사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만들어진 것들이잖아. 그럼 기억이 형성되기 전의 나는 어떻게 키워졌을까?"
온전한 자기 자신을 찾는다는 건, 그게 누구든,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내가 나를 이루는 요소라고 믿는 것들이 정작 외부에서 온 것일 수도 있으니까. 나 역시 다르지 않았다. 내가 나를 이룬다고 믿는 많은 것들은 어쩌면 센터라는 특별한 시스템 속에서 형성된 것인지도 몰랐다. 낯선 사람과 친구가 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리듯, 내가 나를 알고 친해지기까지, 그렇게 스스로를 이해하기까지는 제법 오란시간과 노력이 필요할것이다. - P159

"엄마 역시 나로부터 독립이 필요했다는 걸 말이야."
독립이란 성인이 된 자녀가 부모를 떠나 자기 힘으로 살아가는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하나의 말처럼, 어쩌면 부모 역시 자녀로부터 독립할 필요가 있는 건지도 몰랐다. 자녀가 오롯이 자신의모습으로 살아가는 걸 부모에 대한 배신이 아닌 기쁨으로 여기는것, 자녀로부터의 진정한 부모 독립 말이다.
다시 걸음을 옮겼다. 하나는 나와 거리를 유지하면서 나란히 걸었다. 가족이란 그저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인지도 몰랐다.
‘먼발치‘라는 말의 뜻은 시야에는 들어오지만 서로 대화하기는 어려울정도로 떨어진 거리라고 한다 - P160

려울 정도로 떨어진 거리라고 한다. 그게 부모와 자식 간의 마음속 거리가 아닐까. 서로를 바라보지만 대화는 할 수 없는 거리 말이다. 하나의 말을 듣고 보니 나는 그녀의 어머니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때문에 안타까웠다. 딸이 외교관이 되어 세계 곳곳에서 활약하는 여성이 되기를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외교관이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딸의 행복 아니었을까. 다소 똑바르지 못한 자세로 지내도, 외국어를 좀 못하더라도, 하나 자신이 행복하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믿었어야 하지 않을까.
"과학 시간에 마찰에 대해 배운 적이 있어요. 마찰은 서로 접촉하는 물질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인데, 언제나 운동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만 생겨난대요."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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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부클래식 Boo Classics 5
루이스 캐럴 지음, 류경아 옮김 / 부북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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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었을 때가 더 즐거웠어. 계속 커지거나 작아지거나 하지 않고 쥐나 토끼의 명령도 받지 않았지. 토끼굴속으로 내려오지 않는 건데, 그래도, 그래도 재미있지뭐야, 이렇게 사는 것도! 나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 동화를 읽을 때마다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 - P49

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내가 그 한가운데에 있네! 나에 대해 쓰인 책이 있어야 해, 그래야 해! 그리고 내가 어른이 되면, 하나 써야겠다. 하지만 이제 다 커 버렸는걸." 그녀는 슬픈 어조로 덧붙였다. "최소한 여기엔 더 이상 커질 자리가 없어."
"그런데, 나는 더이상 늙지 않나? 그건 어떤 점에서기분 좋은데, 늙은 여자가 절대로 되지 않다니 말이야. 하지만 언제나 들어야만 할 수업이 있을 거야! 아, 그건 정말 싫어!" - P50

사람들은 이상한 것에 대해 궁금해 하기 마련이다. 이상한 나라를 모험한 앨리스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같은 궁금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번역하면서 나는 수많은 앨리스 이야기의 판본들과 아름답고 다채로운 삽화들을 대할 수 있었고, 그것은 앨리스의 모험을 나의 모험으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앨리스! 루이스 캐롤의 사랑이 묻어 있는 이 이름의소녀는 이상한 나라로의 여행을 통해 먹기와 자라기/줄어들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들뢰즈는 앨리스의 모험의 이러한 측면에 주목하여 《의미의 논리》에서 자신의 앨리스론을 개진한 바 있다. 사춘기 이전의 어린이로서 앨리스가자신의 몸의 변화에 대한 자의식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동화 속에서 앨리스는 몸의 변화를 자주 겪지만, 들뢰즈는 또한 자신의 몸의 변화에 대한 앨리스의 표현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그것은 앨리스의 현상학적 코기토이다.
어린이의 코기토, 자신의 몸의 변화를 그리고 표현하는 앨리스의 코기토가 앨리스의 모험을 이끈다. 먹고 말하기를반복하는 가운데 앨리스는 많은 만남들을 계속한다. 흰 토끼, 체셔 고양이, 모자 장수 등이 이야기 전체를 통해 등장하여 앨리스 모험의주인공들이 된다.
- P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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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동주의 삶과 연계해서 보니 그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느낄수 있어 좋았다
아~~이때 그래서 이런시를 지었구나
공감가고 감탄사가 나왔다
그가 조금더 살아서 광복의 순간을 맞이했다면 어떤 표현을 쓰며 기뻐했을지 상상해본다

수업 시작부터 동주는 감탄했다. 말이니, 소리니, 생각이니 하는 것은 어린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쉬운 이야기이다. 그런데 더 자세히 들어가 보면 그 속에는 깊은 뜻이담겨 있었다. 말의씨, 곧낱말은 사람 마음의 움직임과 상태를 알 수 있는 기본 단위라 했다. 독립된 작은 단위의 낱말에서 비롯되어 생각의 체계가 서고, 깊은 사색으로 이어지며, 사람 사이의 관계로 드러나기도 한다는 것이 놀라웠다. 게다가 홀소리, 닿소리, 소리, 된소리, 숨떤소리, 숨안떤소리・・・・・・ 소리를 표현하는 말들은 어찌 그리 어여쁜지.
‘말할 이‘와 ‘말들을 이‘에 따라 갈래지어 나가는 말들의체계는 또 어찌 그리 섬세한지. 최현배 교수가 강의실에서보여 주는 우리말의 아름다운 세계에 동주는 흠뻑 빠져들었다. - P21

"이 세상 사람들에게는 태어나면서부터 말하고 듣고 더불어 살아가는 모국어가 있습니다. 누구나 모국어를 통해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인식하고 사유하며, 삶을 배워 갑니다. 그러므로 모든 모국어 속에는 그 민족의 역사적 얼이 담겨 있다고 하겠습니다………. 부디 잊지 말기 바랍니다."
이야기가 더 남은 듯싶은데 교수는 잇지 않았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우리말 연구의 외길을 꾸준히 걸어온 스승의뜻을 학생들도 잘 알 것 같았다.
- P22

동주는 산책만은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여럿은 여럿대로, 혼자는 혼자대로 좋았다. 산책하면서 어떤 생각에 골몰하거나, 떠오르는 시상을 가다듬으며 운율을 입혀 보거나,
아니면 그저 터덜대는 발걸음에 몸과 마음을 다 내맡겨 버리기도 했다. 그러노라면 복잡한 생각들이 정리되고, 한 발두 발 내딛는 걸음 따라 맥박도 고르게 뛰며, 요동치던 마음이 잦아들곤 했다. 홀연히 시가 찾아올 때도 있었다. 그렇게다가온 시는 자신에게서 우러나온 것인지, 시가 스스로 찾아온 것인지 구별되지 않았다 - P25

몽규와 달호의 이야기가 길게 이어졌다. 삼불이 갑자기점잔을 빼며 말했다.
"거, 언어불통이라 했던가………… 하긴 나도 실감하고 있네.
신입생들을 보면 도무지 말이 안통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많아"
"뭐? 하하하."
"하하, 그건 나도 마찬가지네. 선배들도 우리를 보며 그랬을 테지?"
"하하!"
다들 한바탕 웃었다. 창가에서 머뭇대던 바람도, 한번 웃음이 터지니 그 기세에 휩쓸려 빈 강의실 안을 한 바퀴 휘돌고 나갔다. 한결 숨통이 트였다.
"그런데 말이야, 요즘 신인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 대단하다 싶기도 한데, 다 읽고 나면 뭔가 허전해. 그런 걸 못 느꼈나?"





이시대도 세대격차를 느끼는 - P108

"인물의 내면을 치열하게 그리는 것은 좋네. 그런데 현실을 살아가는 인간의 감정이 그것밖에 없다던가? 인물을 휘장처럼 둘러싸고 있어야 할 현실이 빠져 있으니 고민이고갈등이고 실감 나지 않을 수밖에."
"현실.………. 이 불유쾌한 현실을 작품에 상세히 그려 놓으면 발표나 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문학적으로 ‘순수한 작품이 아니라는 소리도 듣게 되고…………."
"순수? 순수라...
도대체 순수는 무엇인가?"
순복에 이어 한혁이 중얼거렸다. 달호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 장담하네. 다음 호에는 그 제목으로 또 새로운 논쟁이 벌어질 거야."
"이러다 연말까지 가겠구먼. 허허!"
조선 문단 전반에 대한 동주와 벗들의 평가는 거리낌 없고 신랄했다. 대부분 문단에 등단하기를 갈망하는 작가 지망생들이었다. 이들처럼 어떤 지위도 없고, 어디에 소속되지도 않은 것이 때로는 더 홀가분하고 자유로운 법이다. 한다하는 문인들의 이름을 존칭 없이 마구 부르고 그들의 작품을 난도질해도 뭐라 할 이 없었다. 고심해 작품을 쓴 작가들은 툭툭 던지는 평가가 서운하고 억울하기도 할 것이나,
- P110

보고 느끼는 대로 마음껏 이야기하는 것은 독자의 자리에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동주도 입을 열었다.
"그런데 순수하다는 게 과연 무얼까? 순수다, 순수가 아니다 하는 게 선언한다고 되는 걸까? 순수를 염두에 두고쓰면 순수한 작품이 나오고, 현실을 그리겠다고 마음먹으면 순수하지 않은 작품이 되고 마는 걸까?"
혼잣말 같은 동주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어떤 것을 쓰건 혼신을 힘을 다해 진실하게 그리면, 그리고 그 진심이 읽는 이에게 전해지면 순정하다 순수하다.
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의 내면에 치중하건, 그를 둘러싼아픈 현실을 그려 내건………. 순수는 작가가 먼저 정해 놓은작품의 성격이 아니라 읽는 이의 가슴에서 비로소 느껴지는것 아닐까?"
처중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순수한 작품이라 말해도 순수하게 다가오지 않는것도 있고, 흔히 말하는 순수의 세계는 아닌데 가슴이 뻐근하고 왈칵 눈물이 나는 작품도 있지."
"거참, 점점 복잡해지는군그래. 그런 논쟁일랑, 기왕 해오던 문인들에게 맡기고 우리 청년 학도들은 밥이나 먹으러 가세. 방학이라 식당 문도 일찍 닫을 거야. 문학이니 세 - P111

하숙방 앉은뱅이책상 위에는 요 며칠 사 모은 책들이 쌓여 있었다. 고향에서 하숙비에 새 학기 교재비까지 넉넉히부쳐 주시는 이맘때가 동주의 장서 목록이 가장 풍부해질때였다. 동주는 책마다, 서점에 앉아 한번 보고 말지, 도서관에서 빌려 볼지, 사서 소장할지, 선물할지 꼼꼼히 따져 보았다. 그처럼 깐깐한 과정을 거쳐 지니게 된 책들에는, ‘동주장서‘ 혹은 ‘동주‘란 이름과 함께 구입한 날짜를 써 두었다. 자신의 책을 갖게 된 중학생 때부터 그래 왔는데, 장서의 번호를 매겨 두기도 했다.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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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내가 꼭 이해했으면 좋겠다는 듯 나를 골똘히 쳐다본다.
"릴리, 모든 게 변해. 그건 정상이야. 우리 사이가 변했다고해도 내가 네 할머니를 그만 사랑한 적은 없어. 그래서 우리가여기 살러 온 거야. 내가 우리 엄마를 아주 많이 사랑하니까. 우리 모두가 할머니를 사랑하고, 그리고 할머니가 병 때문에 잠깐씩 보이시는 행동들이 무서울 수 있다는 거 알지만, 할머니도 너희 사랑하셔. 그 잠깐씩의 낯선 모습들, 할머니가 아니고 할머니병이야."
- P255

그러니 어쩌면 슬픈 것들을 숨기는 게 좋다는 할머니 생각은틀렸는지도 모른다. 지금까지는 할머니가 틀렸다고 생각해 본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래도요 할머니, 슬픈 이야기를 숨기는 건 안 좋은지도 몰라요.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일들이 일어나지 않은 게 되는건 아니니까요. 숨긴다고 해서 과거가 지워지는 것도 아니에요.
갇혀 있는 것뿐이지."‘ - P275

언니가 떨리는 숨을 들이쉰다.
"아빠 돌아가셨을 때 나 목록 만들어서 매일 밤 읊었어. 아소소한 특징들을 적은 목록. 계속 손가락 마디 뚝뚝 소리 나게 꺾었던 거. 김치 먹을 때마다 매워서 눈물 핑 돈 거랑 그러면서도 계속 먹겠다고 고집한 거. 매일 자기 전에 본인이 좋아하는그림책들 우리한테 읽어 준 거 아빤 내가 그런 책 볼 나이 지났을 때까지도 그랬어."
나는 가만히 언니를 본다. 언니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처음이다. 그리고 한순간 가슴속에서 어떤 익숙함이 호랑이가고개를 들듯 깨어난다. 나도 아빠가 우리에게 책을 읽어 준 것이 기억난다. 『생쥐에게 쿠키를 준다면』, 『괴물들이 사는 나라,
『잘 자요, 달님』・・・・...
아빠 목소리의 울림과 그 책들의 글귀가 내 머릿속에 숨어있는 게 느껴진다. 아빠가 그 안에 있다, 거의
"그중에 뭐 하나라도 잊어버릴까 봐 너무 겁났어." - P291

"이제 너희들 이야기를 해 봐. 빛은 무한해."
그래서 자매는 이야기하기 시작했어요. 제 할머니의 이야기를했어요. 항상 반짝이는 스팽글이 달린 옷차림을 하고 늘 손녀들을
‘볼 수 있던, 행복을 위해 모든 걸 걸고 가족을 지키려고 무엇이건했던, 영혼, 마법, 사랑같이 눈에 안 보이는 것을 믿었던 할머니 이야기를 했어요.
세상을 보는 법도, 자기 스스로를 보는 법도 가르쳐 준 할머니의 이야기를요.
그렇게 하늘을 이야기 별로 채웠어요. 두 자매 덕분에 세상이밝아졌어요.
그리고 그 빛 속에서 둘은 집을 찾아갈 수 있었어요.
그 빛 속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볼 수 있었어요.‘ - P312

에 다시 집어넣은나행복을 느끼는 것이 잘못된 일 같다, 지금은.
"시간이 지나면 나아져? 슬픔이 가셔?"
내가 묻자 언니는 앞을 빤히 보며 대답한다.
"슬픔은 희미해져. 응, 결국에는 그런데 그리움은....… 시간이 지난다고 없어질 수 있는 건지 모르겠어."
- P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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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에 대해 그런 말을 해댔는데도, 훌륭한 귀부인이라고요?"

"그래, 훌륭하신 귀부인이셨어. 할머닌 세상일에 대해 할머니 자얘야, 네신의 생각이 있으셨지. 내 생각과는 아주 다른 생각이...
네가 그때 이성을 잃지 않았어도 난 할머니께 책을 읽어드리도록 했을거야. 난 네가 할머니에게 뭔가 배우기를 원했다 손에 총을 들고있는 사람이 용기 있다는 생각을 갖는 대신에, 참으로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를 배우길 말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패배한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새로 시작하고 그것이 무엇이든 끝까지 해낼때 바로 용기가 있는 거다. 
승리란 드문 일이지만 때론 승리할 때도있지. 
겨우 98파운드의 몸무게로 할머니는 승리하신 거야. 할머니의 생각대로 할머닌 어떤 것, 어떤 사람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돌아가셨으니까. 
할머니 내가 지금까지 본 사람 중에서 가장 용기 있는분이셨어."
- P214

오빠가아줌마는 모자를 한쪽으로 기울이더니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러고 나서 조심스럽게 모자를 눈 아래로 눌러 썼다.
"대답하기가 꽤나 어렵네. 가령 너랑 오빠가 집에서 흑인 말투로-어울리지 않는 일이겠지? 내가말한다고 가정해봐교회에서나이웃 사람들과 말할 때 백인 말투로 말한다면 어떨까? 모세라도 이길듯 꽤나 잘난 체한다고 생각할 거 아니겠어."
아줌마가 말했다.
"하지만 아줌마. 더 나은 말투를 알고 있잖아요?"
내가 대꾸했다.
"알고 있는 걸 모두 말할 필요는 없지. 그건 숙녀답지 못한 거구ㅡ둘째로, 사람들은 자기보다 똑똑한 사람이 옆에 있는 걸 좋아하지 않아. 화가 나는 거지. 말을 올바로 한다고 해서 그들 중 어느누구도 변화시킬 수 없어. 그들은 스스로 배워야 하거든. 그들이 배우고 싶지 않다면 입을 꼭 다물고 있거나 아니면 그들처럼 말하는수밖에."
11
"아줌마, 가끔 아줌마를 만나러 가도 돼요?"
아줌마는 나를 내려다보았다.
"나를 만나러? 매일 나를 만나고 있잖니."
"아줌마네 집에서요. 일을 마친 다음에 가끔요. 아빠가 데려다주실거예요." - P239


‘너희들은 그럴 수 없었지만 그들은 그렇게 할 수 있었고, 또 실제로 그렇게 했다. 네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더욱더 그런 일을보게 될 거야. 무지개 색깔 중 어떤 피부색을 하고 있건 한 인간이평등하게 대접받을 수 있는 곳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법정이란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원한을 배심원석까지 가지고 가게 마련이지. 네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일상 생활에서 매일 백인들이흑인들을 속이는 걸 보게 될 거다. 하지만 너에게 말해주고 싶은 게있다. 이 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흑인을 속이는 백인은 그백인이 누구이건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이건 아무리 명문 출신이건쓰레기 같은 인간이야." - P416

마침내 오빠가 입을 열었다.
"네 나이 때에는 말이야. 오직 한 종류의 인간만이 있다면, 왜 서로 사이 좋게 지내지 못할까? 그들이 서로 비슷하다면, 왜 그렇게서로를 경멸하는 거지? 스카웃, 이제 뭔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왜 부 래들리가 지금까지 내내 집 안에만 틀어박혀 지내는지 알 수있을 것 같아...... 그건 말이야. 아저씨는 집 안에 있고 싶기 때문이야." - P429


‘오빠는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아마 그건 오빠가 지금 겪고 있는 과정의 일부인 것 같았다. 난 오빠가 어서 빨리 그 단계를 지나가기를 바랐다. 오빠가 동물을 잔인하게 대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히알고 있었지만 그 자비심이 벌레에까지 미치는지는 이제껏 몰랐다.

"왜 눌러 죽이면 안 되는 거야?"
왜냐하면 그 벌레들은 너를 괴롭히지 않으니까."
‘오빠가 어둠 속에서 대답했다. 오빠는 독서 등을 꺼두었다.
"오빠는 이제 파리와 모기를 죽이지 않는 단계에 이른 것 같은데,
마음이 달라지면 일러줘. 하지만 오빠에게 한 가지 말해둘 게 있어,
나도 붉은별노린재나 죽이고 앉아 있지는 않을 거야." - P449

설이B. B. 언더우드 아저씨는 가장 통렬하게 비난하셨다. 광고나 구독을 취소하건 말건 상관없다는 식이었다(하지만 메이콤 사람들은그런 식으로는 하지 않았다. 언더우드 아저씨는 땀이 흐를 때까지떠들어댈 수 있었으며 쓰고 싶은 대로 기사를 썼지만 여전히 광고와구독이 끊이지 않았다. 자기 신문에서 웃음거리가 된다 해도 그것은어디까지나 아저씨가 알아서 할 일이었다). 언더우드 아저씨는 잘못된 판결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어린애들도 알아들을수 있도록 쉽게 쓰셨다. 서 있건 앉아 있건 아니면 도망치건 불구자를 죽이는 건 죄악이라고 잘라 말씀하셨다.
 톰의 죽음을 사냥꾼이나아이들이 노래부르는 새를 무분별하게 죽이는 행위에 견주셨다. 
메이콤 사람들은 아저씨가 《먼트가머리 애드버타이저》 신문에 다시실릴 만큼 시적인 사설을 쓰려고 하신다고 생각했다.
- P453


아빠가 정말 옳았다. 언젠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보지 않고서는 그 사람을 참말로 이해할 수 없다고 하신 적이 있다. 래들리 아저씨네 집 현관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지금 내리고 있는 가랑비에 가로등이 뿌옇게 보였다. 집을 향해가는 동안 나는 나이가 부쩍 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코 끄트머리를 쳐다보았을 때 작은 안개 방울이 맺혀 있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사팔뜨기처럼 눈을 흘겨 쳐다보다가 현기증이 나서 그만두어버렸다. 집을 향해 걸어가면서 내일 젬 오빠에게 무슨 말을 해줄까 생각했다. 그것을 놓친 것에 화를 내며 아마 며칠 동안 나에게 말을 걸지않을 것 같았다.  - P525

ㅣ 애였어요..
아빠의 두 손이 이불을 잡아당겨 나에게 덮어주시느라고 내 턱밑에 있었다.
"스카웃, 우리가 궁극적으로 잘만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 멋지단다."
아빠는 불을 끄고 오빠의 밤으로 가셨다. 아마 밤새도록 그 방에계실 것이다. 그리고 오빠가 아침에 깨어날 때에도 역시 그 방에 계실 거다. - P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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