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탈리아, 미술과 걷다 - 어슬렁어슬렁 누비고 다닌 미술 여행기
류동현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대 로마 역사의 흔적과 르네상스의 숨결이 살아 숨 쉬고 백해라고 불리는 지중해의 중심에 위치한 이탈리아는 첫손가락 꼽히는 여행자의 도시이다. 피렌체를 중심으로 한 토스카나 지방의 푸릇한 자연 경관은 잘 가꾸어 놓은 정원처럼 끊임없이 광활한 대지에 펼쳐 있고, 중세부터 수백 년 동안 꼿꼿이 지켜온 고대 성곽 도시들은 여행자에게 시간의 흐름이 바뀌고 있음을 넌지시 보여준다. 도시에서 발걸음을 옮겨 놓을 때마다 들리는 골목길 소리는 과거의 흔적과 이야기를 나누는 듯하다.

 

두오모, 미술관, 궁전 등에 서 마주치는 예술 작품들은 여행자의 발걸음을 그만 멈추도록 할 만큼 아름답기 그지없다.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의 작품들에서 드러나는 당대의 예술 영혼들이 여행자에게 탄성을 자아낸다. 이토록 아름다운 곳이 또 어디 있을까. 내가 첫 번째 해외여행지로 이탈리아를 선택한 이유이다. 1년 전 이탈리아어 여행의 기억을 되살리면서 책 '어쩌다 이탈리아 미술과 걷다'를 읽어 나갔다. 마치 그 장소에서 또 다른 나와 함께 여행을 하듯이 작가와 함께했다.

 

책 '어쩌다 이탈리아 미술과 걷다'라는 이탈리아의 역사, 미술, 문화 여행기이다. 작가의 경험과 역사적 사실들의 조화로움과 도시들 곳곳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미술 작품, 두오모, 사람들의 모습에서 그 도시를 오로시 느낄 수 있다. 작가를 따라 함께 걸어가며 경험하는 간접 경험은 무척 인상적이다. 내가 걸었던 길과 중첩되어 마치 그곳을 걸어가고 있는 듯 과거의 풍경들이 현재에 그려진다.

 

특히, 영화의 촬영 장소에서 작가의 과거 기억이 현재와 오버랩되어 표현되는데,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배경이 되었던 아레초, 영화 '열정과 냉정'의 두 남녀의 사랑이 묻어있는 피렌체,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의 상큼한 매력을 볼 수 있는 로마는 나에게 지울 수 없는 인생 도시가 돼버렸다. 괴테와 몽테뉴가 수년간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일 것이다.

 

[베네치아]

베네치아는 6세기경 서로마가 훈족의 침입으로 인하여 게르만족의 대이동의 영향으로 롬바르디아 피난민이 베네치아 바다 뻘 위에 하나둘씩 도시를 건설하면서 유래했다. 12개의 섬에 사람들이 이주해 살면서 리알토 섬이 중심이 되었고, 리알토 섬은 베네치아의 심장부가 되었다. 리알토 다리 주변은 베네치아 상업의 중심지다. ​

 

지금도 상점들이 다리와 그 주변에 늘어서 있고 시장도 바로 옆에 있다. 베네치아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리알토 다리를 그린 비토레 카르파초의 '성 십자가의 기적'이 있다. 카르파초는 15세기부터 16세기에 걸쳐 활동했는데, 쇠고기와 소스의 색이 그가 즐겨 사용했던 붉은색과 흰색의 색감과 비슷하다고 하여 이 음식을 만든 요리사가 그의 이름을 따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성 십자가의 기적'은 리알 시장 옆 산실베스트로 궁전에서 리알토 다리를 바라보는 풍경을 담고 있다. 15세기 말의 모습인데 리알토 다리는 큰 배가 지나갈 수 있게 가운데 부분이 들리는 도개교 형태의 목조 다리였다. 이 다리는 1524년에 붕괴 이후 지금과 같은 석조 다리로 다시 만들었다. 그림 속 곤돌라와 붉은 옷의 사람들이 인상적이다. 리알토 다리를 아래 대운하를 수상 택시로 지나던 기억이 아련하다.

 

[신화와 역사, 현재가 혼재하는 사랑의 도시 로마]

 

로마는 무언가 정돈되지 않고 혼란스럽다. 로마에는 현재의 삶과 과거의 역사가 공존해있기 때문이다. 현대식 유럽풍의 건물들 사이사이에 드러나 있는 고대 로마의 역사 유적들이 여행자에게 과거와 현재를 약 올리듯이 보여준다. 오드리 헵번과 그레고리 팩이 스페인 광장에서 젤라토를 먹는 장면이 뇌리 속에 강하게 박혀있는지라 스페인 광장은 여행자에게 로마의 상징이 되어 버린 것 같다. 늦 겨울의 날씨에도 영화 속의 한 장면을 연출하느라 사진 찍기 바쁜 커플들의 모습에서 영화와 한 장면이 묘하게 오버랩 된다.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 포로 로마노라고 하는데, 나 또한 그렇다. 콜로세움과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옆에 위치한 포로 로마노는 로마에서 가장 오래된 포룸 즉 도시광장이다. 로마의 공화정이 제정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카이사르가 브루투스에게 살해되자 원로원과 카이사르 지지자들이 서로 대립하면서 로마 시민들에게 자신들의 주장을 연설했던 장소이기도 하다. 로마의 정치와 경제가 모여있던 과거의 흔적들을 바라보는 순간 역사적 사건들이 머릿속을 천천히 스쳐간다. 과거의 영혼이 잠들어 있는 곳, 그래서 나는 이곳이 좋다.

 

책을 통해 작가와 함께한 이탈리아 미술 여행은 현장에서 맛볼 수 없는 예술적 아름다움을 나의 머릿속 어딘가에서 상상력을 일깨워 주었다. 여행지에서 직접 보고 느끼는 오감과 예술적 상상력이 겹쳐진다면 여행자의 체험이 더욱도 풍요로워질 것 같다. 실체와 상상력의 만남이 한 편의 그림을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빌 게이츠,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 - 우리가 가진 솔루션과 우리에게 필요한 돌파구
빌 게이츠 지음, 김민주.이엽 옮김 / 김영사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전기 생산을 전부 재생 에너지나 친환경 에너지원을 사용하기 위해 각 가정마다 전기료를 평균적으로 미국은 16%, 유럽은 20%를 추가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 당신이라면 기꺼이 지불하겠는가?

 

우리가 먹는 고기를 얻기 위해 가축을 사육하면서 발생하는 분뇨, 소의 트림이 전체 탄소 배출량의 4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자동차, 비행기, 선박 등 운송 장치들의 전체 탄소 배출량의 16퍼센트와 비교했을 때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그러면, 당신은 적극적인 환경운동가들처럼 채식주의 식단으로 바꿀 의향이 있는가?

 

지구 온난화 문제를 개인이 탄소세를 지불하거나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행동을 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아닌 것 같다. 우리가 현재의 일상처럼 유지한다 하더라도 지구 곳곳에서 이산화탄소는 끊임없이 대기 중으로 뿜어져 나온다.

 

화석연료를 태워 에너지를 만들거나, 흔한 철강이나 시멘트를 만들면서 화학적 반응에 의해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체 배출량의 60퍼센트 가까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산업혁명 이후 100년 동안 급격히 증가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인류의 모든 역량을 집대성해야만 가까운 미래에 예견되는 기후 재앙으로부터 지구를 구해낼 수 있다.

 

2015년 전 세계 190여 개 국가가 극적으로 합의한 파리기후협약과 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선언한 2050년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얼마나 줄여야 할까? 전 지구인이 한 해 동안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은 510억 톤에 달하는데, 제로 배출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기후협약을 탈퇴했던 것처럼 지구 온난화를 예방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지게 될까?

 

 

빌 게이츠가 기후 변화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가족들과 함께 아프리카와 남아시아를 방문했을 때 보았던 어두운 도시들의 풍경 때문이었다고 한다. 전기가 부족하여 밤에 촛불을 켜놓고 공부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에서 전력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않아 경제, 농업, 기술,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발전할 수 없는 현실을 지켜보고, 기아와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사단법인을 만들고 후원하기 시작하면서라고 한다.

 

2006년에 마이크로소프트의 비영리 재단인 기후환경 재단 사람들을 만나서 기후 변화에 영향을 주지 않은 전기 생산 방법을 들으면서 관심이 많아졌고, 기후환경, 에너지, 해수면, 농업 등에 관하여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빌 게이츠 재단이 석유, 석탄 업체에 투자한다는 비난이 일자 그가 보유한 주식을 모두 처분하고, 2015년 파리 기후협약 당시 기업, 국가들로부터 청정에너지 투자자들을 끌어모으는 등 획기적 에너지 연합을 조직화했다. 빌 게이츠는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청정에너지에 수 조원씩 투자하고 있으며, 그의 전용기의 제트 엔진 연료를 저 탄소 연료로 곧 대체한다고 한다.

 

빌 게이츠 재단은 보건 분야에도 투자를 많이 하는데, 2,000년에 개발한 말라리아, 폐렴에 걸린 아이들 백신 개발로 1,300만 명의 목숨을 구했다. 또한, 국제 농업연구협회를 지원하여 가뭄과 질병에 강한 옥수수를 개발하여 아프리카 식량 증진에 기여하기도 했다. 책 벌레로 소문난 빌 게이츠가 가족과 함께 아프리카와 아시아 저개발 국가의 현실을 직접 경험하던 것이 백만장자가 아닌 인류애적인 부자가 될 수 있었던 초석이 되었던 것 같다.

 

책 '빌 게이츠,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은 연평균 탄소 배출량을 510억 톤에서 제로로 하기 위한 정부, 기업, 개인의 역할을 엮어냈다. 환경문제의 심각성, 온난화가 발생한 이유, 탄소 배출이 발생하는 메커니즘, 탄소 배출을 상쇄할 수 있는 기회비용인 그린 프리미엄(Green Premium) 등 빌 게이츠가 운영하고 투자하는 재단과 기업들의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그동안 그가 공부했던 내용으로 정리하였다.

 

빌 게이츠의 환경에 대한 전문 지식이 매우 높고, 공학자 다운 면모를 책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기후변화를 기술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빌 게이츠의 의지와 희망적인 메시지들이 깊은 인상을 준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 당시 전 세계 모든 가정에 개인용 컴퓨터를 설치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우고 실현했던 것처럼, 빌 게이츠는 기후변화도 기술로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실천에 옮기는 모습이 지구온난화와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지만 실천하지 않는 나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법철학 - 원서 전면개정판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42
레이먼드 웍스 지음, 박석훈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법은 항상 정의로운가? 법과 정의, 도덕, 권리는 어떻게 다른가? 법은 당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반영하는가? 법은 중립적이거나 객관적일 수 있는가? 아니면 법은 도덕적 가치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법의 중립성과 객관성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법이 보편타당한 공리주의적 규범들의 집합체라면 소수민족, 극빈층, 장애인, 동물 들의 권리를 얼마나 충분히 반영하고 있을까? 경제적 평등, 정치적 평등, 성 평등, 인종 차별 철폐와 같은 것들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충분히 보호받고 있는가?

 

위와 같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일반 사람들뿐만 아니라 사회학자, 법학자, 위정자들의 해석은 제각각이고, 보편타당성을 찾아 법을 제정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님을 입법 기관인 국회의 정치판에서 낱낱이 드러남을 알 수 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한계성이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과거 노예제도나 남성 위주의 정치가 당연시되던 것이 현대에는 법과 제도적으로 사라지고, 영국에는 이미 사라진 인종차별 금지법이 얼마 전까지 남아공에서는 법으로 규정되어 있었던 사례들은 인류사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과연 법의 보편타당성이란 존재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

 

시대가 흐름에 따라 기술과 의학의 발전으로 인류의 사회활동 영역이 변화하고 다양한 경험과 선택의 폭이 넓어짐으로써 야기되는 도적, 윤리적 문제들이 법률의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생명 연장의 의사결정권이 없어진 환자의 안락사를 허락하는 것을 법으로 인정할 것인가? 여성 인권단체의 낙태 금지법 철폐 요구 등 사회적 통념에 반하는 비현실적인 법들을 과거의 도덕적 통념이나 특정 종교적 신념에 따라 유지할 것인지 개정할 것인지 하는 선택의 문제들이 비일비재한 것이 현실이다.

 

법에 의해 불의가 정당화될 수 있는가? 법전은 다양한 인간사를 전부 담아낼 수 없다. 법관은 법전의 해석과 과거 판례에 따라 안전한 판결을 하려고 한다. 그런 과정에서 법관은 정답을 찾아낼 의무를 갖는다. 그 정답은 사회의 제도적 역사와 헌법적 역사에 가장 잘 부합하고 도덕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법전이나 과거 판례가 없는 경우 법관의 개인적 의도가 판결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

대법관이나 헌법재판소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판결이 결정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극히 소수 법관들의 선택이 다수의 의견은 무시된 채 특정 정치 세력에 부합하는 결정으로 고귀한 생명권 박탈로 이어졌던 과거의 쓰라린 역사가 마음 한구석을 아프게 한다. 정치적 성향이 없는 인공지능이 판결을 내리는 미래가 오히려 더 낳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책 '법철학'은 정의, 도덕, 권리와 법의 연결고리를 법학자와 철학자들의 이론과 사상적 논증들을 다양한 시각에서 엮어냈다. 법이라고 불리는 것의 정체는 무엇인고 자연에 따라 보편적인 도덕 원리들의 집합으로 구성되는 것이 법인가? 아니면, 법이란 대체로 인간이 제정하는 유효한 규칙, 명령, 규범을 한데 모아놓은 것에 불과한가? 법의 특유한 목적에는 개인의 권리 보장, 정의 구현, 경제적 평등, 정치적 평등, 성 평등 같은 것들이 포함되는가? 법을 사회적 맥락에서 떨어뜨려놓은 채 이해할 수 있는가? 등 법이라는 개념이 지닌 의미를 다양한 학자들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법과 철학의 만남이라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 집중력이 흐려지긴 했지만 법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법체계가 바로 서 지 않으면 공동체에 크나큰 혼란을 야기한다. 기득권이나 권력, 사회악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약자와 피해자들이 가장 신뢰해야 할 법으로부터 지켜지지 않는다면 생명과 자유를 누릴 권리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인공지능, 생명공학, 유전공학, 자율 주행 기술의 발전으로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사회적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과 법적 해결의 복잡성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법률에 규정할 수 없는 사회현상을 이해하고 해석하기 위해서는 법철학적 고민, 도덕과 정의를 재해석하는 토론과 사회적 공감대가 지속되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D. H. 로렌스 유럽사 이야기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지음, 채희석 옮김 / 페이퍼로드 / 2021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인류의 삶 전반에 걸쳐 현재의 유럽만큼 평화롭고 아름다운 곳은 없을 것이다. 또한, 예술적이고 역사적인 유적과 유물들이 어우러진 도시와 전원의 목가적인 풍경은 여행자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곤 한다. 그런데, 이토록 찬란한 유럽의 모습 뒤에는 어떠한 역사적 내면이 숨어있을까? 수 천 년 동안 이어진 전쟁과 평화, 번영과 쇠퇴는 왜 끊임없이 반복되었을까?

과거의 역사를 배우고 이해한다면, 더 나은 인류의 삶을 위해 전쟁이나 잔인한 권력에 의한 고통이 반복되지 않았어야 하는데, 유럽의 역사는 그렇지 않았다. 고대 로마의 왕정, 공화정, 제정으로 이어지는 정치적 흐름은 1천 년 동안 중세 유럽 곳곳에서 반복되었다. 프랑스의 루이 16세 왕을 처형한 시민 혁명으로 공화국이 세워지고, 마침내 나폴레옹이 황제가 되어 전 유럽을 상대로 전쟁에 이르기까지 했듯이 근대 유럽 국가들이 세워지기 전까지 전쟁과 평화의 연속성은 유럽인들의 역사 속에 뿌리내려 왔다.

주요한 역사적 터닝 포인트들은 특정 인물들에 의해서 일어났을까? 카이사르가 없었더라면 고대 로마가 공화정으로 유지되고,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없었다면 기독교가 국교화되지 않고, 칼뱅이 없었더라면 종교개혁도 없었을 것인가? 역사적 사건들은 당대의 역사가들에 의해 맥락이 부여된다는 것을 고려하면 사실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

교황의 칙령에 의한 십자군 원정, 르네상스와 종교개혁 등은 특정 인물의 행동에 의해서가 아니라 어떤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물결을 이루듯 일어났다. , 경제, 종교적 신념, 정치적 상황 등 당대에 아름아름 불거진 특정 동요들이 거미줄처럼 사람들 사이에서 네트워크화되어 있었고, 특정 인물들이 촉진제가 되었던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역사가들이 특정 인물을 중심으로만 스토리를 엮어가거나, 객관화된 역사적 사실들만 나열한다면, 숲을 보지 않고 나무만 살펴보는 것과 같다.

예를 들면, 미얀마 군사정권의 쿠데타와 국민들의 저항을 아웅산 수치 여사 중심으로만 엮어낸다면 크나큰 오류에 빠지게 될 것이다. 미얀마 국민들이 군부독재에 목숨을 아끼지 않고 저항하는 것은 인간 영혼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뜨거운 그 무엇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거센 물결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시민혁명과 대한민국 현대사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과거의 역사를 부정하고 국민을 기만하는 왕이나 황제의 권력은 몰락하고 말았던 냉험한 역사의 가르침을 외면한다면, 미얀마의 군사정권은 혹독한 대가를 언젠가는 받게 될 것이 자명하다. 그 시기가 빨리 찾아와서 안타까운 목숨들이 더 이상 사라지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유럽사 이야기'는 고대 로마의 탄생부터 근대 유럽 국가가 탄생하기까지 25백 년 동안 일어났던 인류사적인 사건들을 숨 가쁘게 엮어냈다. 십자군 원정 시 예루살렘에서 7만 명이나 되는 유대인 등 이민족을 살상하고, 같은 기독교인 동로마의 콘스탄티노플을 약탈하는 등 유럽의 잔혹함을 여과 없이 들춰냈으며, 로마가 멸망한 476년부터 1천 년간 중세 시대를 교황과 수도원, 왕과 귀족들을 제외하고 유럽의 90%가 노예로 전락했고, 종교재판의 참혹함 등을 거침없이 표현했다. 작가 로렌스의 소설가적인 기질이 묻어나는 역사서라고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역사적 장면은 고대 로마의 멸망 과정이다. 로마가 북쪽 국경을 카이사르가 갈리아 정복 이후 라인강으로 설정하고 더 이상 북쪽으로 영토를 확장하지 않은 것이 패망의 직접적인 결과를 낳지 않았나 생각된다. 로마는 라인강 북쪽은 춥고 늪 지대고 야만족이 살고 있는 지역으로 국토를 확장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라인강을 따라 수 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방어선을 구축했다.

로마 병사들이 국경을 수비하기 위해 많은 자금과 인력이 필요하게 된 것은 로마 제정을 악화시켰다. 훈족의 침입으로 라인강 북쪽의 게르만족과 고트족이 대거 라인강 남쪽으로 침입하면서 결국 로마는 멸망하고 만다. 만일 로마가 국경을 라인강 북쪽으로 확장했다면 어떤 결과가 낳았을까. 방어 위주의 전략은 언젠가는 무너진다는 역사적 교훈은 로마의 멸망 이후에도 계속되었고, 스포츠 게임이나 비즈니스, 개인의 삶에서도 나타난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해야 하는 이유다.

특정 인물의 강력한 의지가 국민, 시민, 민족 등 인간의 집단적 행동으로 표현되어 가는 과정의 연속성이 역사다. 집단적 행동으로 나타나는 전쟁과 평화, 번영과 쇠퇴는 수 천년이 흘러도 반복되는 것은 과거에 대한 몰이해와 인간 본성에 숨어있는 자유 의지의 집단적 발현이다. ​

불행한 역사는 특정 인물들의 소유욕과 자만심에 의해 시작되고, 대다수 사람들의 자유 의지에 의한 저항으로 굴복되기를 반복한다. 이런 역사 속에서 고통받는 건 누구인가? 미래의 역사가들에게 평가받게 될 현재 진행형인 기록들이 과거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그 누구도 확증하지 못할 것이다. ​

우리가 역사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미래의 불행한 역사가 일어날 확률을 확연하게 줄이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과거 역사를 왜곡하거나, 현재의 불행한 역사를 지워버리려는 시도는 뿌리부터 제거되어야 한다. 일본의 과거사 왜곡, 하버드 램지어 교수의 위안부 논문, 미얀마 군사정권의 행태들이 하루빨리 바로 잡히기를 바라면서 유럽사 이야기를 마무리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제와 똑같은 내가 싫어서 심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 나를 바꾸는 39가지 방법
홋타 슈고 지음, 정현 옮김 / 김영사 / 2021년 1월
평점 :
절판



타고난 성격을 바꾸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닌데,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내가 달라질 수 있을까? 인간의 본성 기저에 흐르고 있는 나라는 자아는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나 타인들에 의해 작은 불씨 하나에도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쉽게 화가 나거나 완벽주의를 꿰하다 보면 왠지 남들과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 들고 후회하기 마련이다. 또한, 우유부단하거나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는 나 자신을 바라보면 안타까움에 자괴감마저 들곤 한다.

자신의 성격을 테스트하는 MBTI가 요즘 유행인데,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고 장점은 살리고 부족한 점은 개선해보려고 하는 내면의 욕구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여기에 심리학적으로 증명된 연구결과들이 첨가되어 내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레시피를 제공받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듯하다.

'어제와 똑같은 내가 싫어서 심리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는 완벽주의, 우유부단, 자신감 결여 등 다양한 성격별로 세계 연구 기관들의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좀 더 나은 나를 만들어 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들을 제공한다. 의식과 무의식적인 사람의 여러 가지 긍정, 부정적인 성향들을 객관화하고 마음 실미 상담사처럼 처방전을 내려준다.

[완벽주의]

집은 늘 깨끗하지만 리모컨 위치가 조금 틀어져 있거나 옷장에 옷이 가지런하지 않으면 신경이 쓰이고 세세한 부분이 눈에 거슬린다. 완벽함을 과하게 추구하다 업무 지연으로 주의를 받거나 이중으로 품이 들기도 하는 등의 괴로운 경험을 해본 적이 있다. 이런 완벽주의를 해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인간은 불안을 느끼는 존재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며, 불안이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완벽주의인 사람은 불안을 너무 강하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 하지 않아도 의외로 괜찮았다는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한데 일부러 실수해보기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완벽주의자는 아마도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실수를 매우 적게 할 것이다. 원래부터 꼼꼼한 업무처리로 인정받는 상황이니 작은 실수는 오히려 매력적이고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심리학에서는 '게인 로스 효과'로 반전 매력 같은 개념이다. 완벽하지 않다고 겁내지 마라.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이다.

[기한을 못 지킨다.]

맥쿼리대학교 연구팀은 미루는 습관 개선에 운동이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운동 부족인 남녀 스물네 명에게 우선 2개월간 특별히 아무것도 하지 않도록 하고, 그 후 2개월간 피트니스센터에 다니도록 프로그램을 짠 뒤, 그간의 스트레스 수준과 정신적인 고통, 자기효능감 및 그 외의 습관 변화에 관해 조사했다. 그 결과 운동 후에는 스트레스가 감소하고 담배나 알코올, 카페인 섭취량도 감소했다. 감정 조절이 쉬어졌고 집 안을 돌보는 횟수도 늘었으며 약속도 더 잘 지키고 식생활도 건강하게 바뀌었다. 뿐만아니라 지나친 소비도 줄고 학습 습관도 개선되었다. 기한이 있는 일을 계속 떠안고 마음고생만 하고 있다면 매일의 목표를 세분화하여 하나씩 완수할 때마다 포상하는 방법을 시도해본다. 할 수 있는 만큼 착실히 매일의 과제를 수행한 뒤에는 피트니스센터에서 기분 좋게 땀을 흘린다. 라이프 스타일을 내가 만들어 가고 즐기는 것이 나에게 최고의 선물이지 않을까.

[센스가 없다]

삿포르대학교의 연구팀은 다른 사람에게 친절을 베풀어 긍정적인 감정이 증가하면 행복 호르몬인 옥시토신이 증가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증가하는 코르티솔이 감소하는 현상을 검증했다. 공감 역을 높여 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을 위한 행동을 하면 자기 자신도 행복해지고 스트레스 해소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하면 공감력을 높이고 타인에게 친절할 수 있을까?

소설을 읽으면 공감력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이 뉴욕 뉴스쿨대학교의 연구팀의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네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대중소설, 문학작품, 논픽션을 나누어 주고 읽게 했다. 그리고 4번 그룹에는 아무것도 읽지 않게 했다. 그 후 다른 사람의 생각이 나 감정을 상상하거나 이해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심리이론 테스트를 했다. 그 결과 문학작품을 읽은 그룹이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문학작품은 등장인물의 상황이나 심리적 배경이 구체적으로 묘사된 작품이 대부분이다. 작품을 읽으면 감정이 이입되어 타인의 인생을 공감하거나 이해하는 방향으로 이어진다.

문학적 표현들은 감정을 가장 풍부하게 해주는 몇 안 되는 조력자인 것이다.

자신의 성격을 바꿀 수 없다 하더라도, 책이나 운동을 통해 나와 타인을 더 이해하고 멋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한다면 삶의 의미가 긍정적으로 변할 것이다. 책 속에 묻어나 있는 작가의 흔적들을 따라가다 보면 탄생에서 죽음까지 경험하게 되는 삶의 여러 조각들을 만나게 된다. 책을 여행하는 동안 삶의 애환, 기쁨과 슬픔, 고뇌와 절망은 누구나 다 안고 살아야 하는 것임을 깨닫게 되고 어느덧 나의 위로가 되어준다. 산에 오르고 멋있는 풍경을 바라보고 바람과 물 흐르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자연이 베풀어 주는 향연을 오감으로 맞이한다. 스스로 구속된 삶을 살다 보면 성격을 변화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몸이라도 먼저 움직이면 머리와 마음도 따라갈 수 있다. 라이프 스타일을 변화 시키는 것이 오늘의 나를 바꿀 수 있는 첫 단추가 아닐까 생각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