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철학 - 원서 전면개정판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42
레이먼드 웍스 지음, 박석훈 옮김 / 교유서가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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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항상 정의로운가? 법과 정의, 도덕, 권리는 어떻게 다른가? 법은 당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반영하는가? 법은 중립적이거나 객관적일 수 있는가? 아니면 법은 도덕적 가치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법의 중립성과 객관성은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법이 보편타당한 공리주의적 규범들의 집합체라면 소수민족, 극빈층, 장애인, 동물 들의 권리를 얼마나 충분히 반영하고 있을까? 경제적 평등, 정치적 평등, 성 평등, 인종 차별 철폐와 같은 것들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충분히 보호받고 있는가?

 

위와 같은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일반 사람들뿐만 아니라 사회학자, 법학자, 위정자들의 해석은 제각각이고, 보편타당성을 찾아 법을 제정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님을 입법 기관인 국회의 정치판에서 낱낱이 드러남을 알 수 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한계성이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과거 노예제도나 남성 위주의 정치가 당연시되던 것이 현대에는 법과 제도적으로 사라지고, 영국에는 이미 사라진 인종차별 금지법이 얼마 전까지 남아공에서는 법으로 규정되어 있었던 사례들은 인류사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과연 법의 보편타당성이란 존재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

 

시대가 흐름에 따라 기술과 의학의 발전으로 인류의 사회활동 영역이 변화하고 다양한 경험과 선택의 폭이 넓어짐으로써 야기되는 도적, 윤리적 문제들이 법률의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생명 연장의 의사결정권이 없어진 환자의 안락사를 허락하는 것을 법으로 인정할 것인가? 여성 인권단체의 낙태 금지법 철폐 요구 등 사회적 통념에 반하는 비현실적인 법들을 과거의 도덕적 통념이나 특정 종교적 신념에 따라 유지할 것인지 개정할 것인지 하는 선택의 문제들이 비일비재한 것이 현실이다.

 

법에 의해 불의가 정당화될 수 있는가? 법전은 다양한 인간사를 전부 담아낼 수 없다. 법관은 법전의 해석과 과거 판례에 따라 안전한 판결을 하려고 한다. 그런 과정에서 법관은 정답을 찾아낼 의무를 갖는다. 그 정답은 사회의 제도적 역사와 헌법적 역사에 가장 잘 부합하고 도덕적으로 뒷받침되어야 한다. 법전이나 과거 판례가 없는 경우 법관의 개인적 의도가 판결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

대법관이나 헌법재판소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판결이 결정되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극히 소수 법관들의 선택이 다수의 의견은 무시된 채 특정 정치 세력에 부합하는 결정으로 고귀한 생명권 박탈로 이어졌던 과거의 쓰라린 역사가 마음 한구석을 아프게 한다. 정치적 성향이 없는 인공지능이 판결을 내리는 미래가 오히려 더 낳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책 '법철학'은 정의, 도덕, 권리와 법의 연결고리를 법학자와 철학자들의 이론과 사상적 논증들을 다양한 시각에서 엮어냈다. 법이라고 불리는 것의 정체는 무엇인고 자연에 따라 보편적인 도덕 원리들의 집합으로 구성되는 것이 법인가? 아니면, 법이란 대체로 인간이 제정하는 유효한 규칙, 명령, 규범을 한데 모아놓은 것에 불과한가? 법의 특유한 목적에는 개인의 권리 보장, 정의 구현, 경제적 평등, 정치적 평등, 성 평등 같은 것들이 포함되는가? 법을 사회적 맥락에서 떨어뜨려놓은 채 이해할 수 있는가? 등 법이라는 개념이 지닌 의미를 다양한 학자들의 시각으로 바라본다. 법과 철학의 만남이라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 집중력이 흐려지긴 했지만 법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법체계가 바로 서 지 않으면 공동체에 크나큰 혼란을 야기한다. 기득권이나 권력, 사회악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약자와 피해자들이 가장 신뢰해야 할 법으로부터 지켜지지 않는다면 생명과 자유를 누릴 권리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인공지능, 생명공학, 유전공학, 자율 주행 기술의 발전으로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사회적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과 법적 해결의 복잡성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법률에 규정할 수 없는 사회현상을 이해하고 해석하기 위해서는 법철학적 고민, 도덕과 정의를 재해석하는 토론과 사회적 공감대가 지속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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