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탈리아, 미술과 걷다 - 어슬렁어슬렁 누비고 다닌 미술 여행기
류동현 지음 / 교유서가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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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 역사의 흔적과 르네상스의 숨결이 살아 숨 쉬고 백해라고 불리는 지중해의 중심에 위치한 이탈리아는 첫손가락 꼽히는 여행자의 도시이다. 피렌체를 중심으로 한 토스카나 지방의 푸릇한 자연 경관은 잘 가꾸어 놓은 정원처럼 끊임없이 광활한 대지에 펼쳐 있고, 중세부터 수백 년 동안 꼿꼿이 지켜온 고대 성곽 도시들은 여행자에게 시간의 흐름이 바뀌고 있음을 넌지시 보여준다. 도시에서 발걸음을 옮겨 놓을 때마다 들리는 골목길 소리는 과거의 흔적과 이야기를 나누는 듯하다.

 

두오모, 미술관, 궁전 등에 서 마주치는 예술 작품들은 여행자의 발걸음을 그만 멈추도록 할 만큼 아름답기 그지없다.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의 작품들에서 드러나는 당대의 예술 영혼들이 여행자에게 탄성을 자아낸다. 이토록 아름다운 곳이 또 어디 있을까. 내가 첫 번째 해외여행지로 이탈리아를 선택한 이유이다. 1년 전 이탈리아어 여행의 기억을 되살리면서 책 '어쩌다 이탈리아 미술과 걷다'를 읽어 나갔다. 마치 그 장소에서 또 다른 나와 함께 여행을 하듯이 작가와 함께했다.

 

책 '어쩌다 이탈리아 미술과 걷다'라는 이탈리아의 역사, 미술, 문화 여행기이다. 작가의 경험과 역사적 사실들의 조화로움과 도시들 곳곳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미술 작품, 두오모, 사람들의 모습에서 그 도시를 오로시 느낄 수 있다. 작가를 따라 함께 걸어가며 경험하는 간접 경험은 무척 인상적이다. 내가 걸었던 길과 중첩되어 마치 그곳을 걸어가고 있는 듯 과거의 풍경들이 현재에 그려진다.

 

특히, 영화의 촬영 장소에서 작가의 과거 기억이 현재와 오버랩되어 표현되는데,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배경이 되었던 아레초, 영화 '열정과 냉정'의 두 남녀의 사랑이 묻어있는 피렌체,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의 상큼한 매력을 볼 수 있는 로마는 나에게 지울 수 없는 인생 도시가 돼버렸다. 괴테와 몽테뉴가 수년간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일 것이다.

 

[베네치아]

베네치아는 6세기경 서로마가 훈족의 침입으로 인하여 게르만족의 대이동의 영향으로 롬바르디아 피난민이 베네치아 바다 뻘 위에 하나둘씩 도시를 건설하면서 유래했다. 12개의 섬에 사람들이 이주해 살면서 리알토 섬이 중심이 되었고, 리알토 섬은 베네치아의 심장부가 되었다. 리알토 다리 주변은 베네치아 상업의 중심지다. ​

 

지금도 상점들이 다리와 그 주변에 늘어서 있고 시장도 바로 옆에 있다. 베네치아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리알토 다리를 그린 비토레 카르파초의 '성 십자가의 기적'이 있다. 카르파초는 15세기부터 16세기에 걸쳐 활동했는데, 쇠고기와 소스의 색이 그가 즐겨 사용했던 붉은색과 흰색의 색감과 비슷하다고 하여 이 음식을 만든 요리사가 그의 이름을 따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성 십자가의 기적'은 리알 시장 옆 산실베스트로 궁전에서 리알토 다리를 바라보는 풍경을 담고 있다. 15세기 말의 모습인데 리알토 다리는 큰 배가 지나갈 수 있게 가운데 부분이 들리는 도개교 형태의 목조 다리였다. 이 다리는 1524년에 붕괴 이후 지금과 같은 석조 다리로 다시 만들었다. 그림 속 곤돌라와 붉은 옷의 사람들이 인상적이다. 리알토 다리를 아래 대운하를 수상 택시로 지나던 기억이 아련하다.

 

[신화와 역사, 현재가 혼재하는 사랑의 도시 로마]

 

로마는 무언가 정돈되지 않고 혼란스럽다. 로마에는 현재의 삶과 과거의 역사가 공존해있기 때문이다. 현대식 유럽풍의 건물들 사이사이에 드러나 있는 고대 로마의 역사 유적들이 여행자에게 과거와 현재를 약 올리듯이 보여준다. 오드리 헵번과 그레고리 팩이 스페인 광장에서 젤라토를 먹는 장면이 뇌리 속에 강하게 박혀있는지라 스페인 광장은 여행자에게 로마의 상징이 되어 버린 것 같다. 늦 겨울의 날씨에도 영화 속의 한 장면을 연출하느라 사진 찍기 바쁜 커플들의 모습에서 영화와 한 장면이 묘하게 오버랩 된다.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 포로 로마노라고 하는데, 나 또한 그렇다. 콜로세움과 콘스탄티누스 개선문 옆에 위치한 포로 로마노는 로마에서 가장 오래된 포룸 즉 도시광장이다. 로마의 공화정이 제정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카이사르가 브루투스에게 살해되자 원로원과 카이사르 지지자들이 서로 대립하면서 로마 시민들에게 자신들의 주장을 연설했던 장소이기도 하다. 로마의 정치와 경제가 모여있던 과거의 흔적들을 바라보는 순간 역사적 사건들이 머릿속을 천천히 스쳐간다. 과거의 영혼이 잠들어 있는 곳, 그래서 나는 이곳이 좋다.

 

책을 통해 작가와 함께한 이탈리아 미술 여행은 현장에서 맛볼 수 없는 예술적 아름다움을 나의 머릿속 어딘가에서 상상력을 일깨워 주었다. 여행지에서 직접 보고 느끼는 오감과 예술적 상상력이 겹쳐진다면 여행자의 체험이 더욱도 풍요로워질 것 같다. 실체와 상상력의 만남이 한 편의 그림을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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