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공감 안 되는 거였어? - 현직 대중문화 기자의 ‘프로 불편러’ 르포, 2021 청소년 북토큰 선정도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21년 세종도서 하반기 교양부문 선정作 파랑새 영어덜트 2
이은호 지음, 김학수 그림 / 파랑새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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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자연히 다양한 매체와의 접촉이 많아지면서 우리는 나름의 여가를 보내고 문화를 즐기고 있다. 그 범위와 정도가 줄어든 것이 안타깝지만 말이다.

아무튼 아이들과도 티비를 보는 경우와 시간들이 많아졌고 가끔 같이 보다가 보면 '왜 저런걸까?' '꼭 굳이 저렇게 해야 하나?' 하는 점들이 많다. 특히 예능이나 드라마들을 보다보면 나도 모르게 웃으며 보고 넘겼다가 그 끝이 조금은 씁쓸하게 느껴지는 때가 있었다. 과연 그 불편함과 찜찜함은 왜 느꼈던 것일까?

이 책은 나처럼 각종 매체들을 접하며 느꼈던 불편함과 잘못됨에 대해 하나 하나 예를 들고 저자의 생각을 이야기 하는 형식의 책이다. 나도 보기에 불편했고 아직도 다시 보고 싶지 않았던 작품들도 있었는데 나만 느낀 것은 아니었구나 싶었다.

우리는 남들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하고 그것을 입증하려는 경우를 허다하게 경험하며 살고 있다. 그런 경쟁이 나쁜 것은 아니며 어느 정도의 경쟁은 서로를 위해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 경쟁의 정도가 도를 넘거나 잘못된 방법으로 상대를 공격하고 자신과 타인에게 상처를 주어 힘들고 아프게 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일이다.

이 책을 읽으며 더 놀라웠던 것은 우리가 이거 마저 편견이었나? 뭐 이런 일가지고 그래? 하며 넘길 수 있을 정도의 당연함으로 편견과 무시와 조롱이어느새 받아 들여져 있다는 것이었다. 박력있고 모든 일들을 멋지게 리드하는 남성의 모습,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잘 해주는 남자가 좋은 남편이다, 여자라면 날씬하고 예뻐야 사랑받는다, 남자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 지역은 이래서 좋구나(혹은 위험하구나), 뚱뚱하면 많이 먹고 게으르다, ~다워야 한다 등등 우리 생활에서 알게 모르게 이미 당연한 듯이 써오는 말들과 행동과 생각들이 조금만 더 깊이 생각했더라면 잘못된 것들이 너무 많았는데 우리는 전혀 깨닫지 못했고 그렇구나 하며 오히려 몰랐던 것을 알았다는 듯이 받아들이고 있는데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고 할까. 말 한마디, 태도나 생각 하나에도 조금만 더 생각하고 받아들여지는 이의 입장에서 생각을 했어야 했다는 반성도 들었다.

저자의 머릿말 중에 이런 이야기를 했다.

" .... 저도 모르는 새 혐오 표현을 사용하진 않았을지, 제 글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진 않을지 아직도 조심스럽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정답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 마다 자신감을 잃곤 합니다...... 좋은 기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틀린 것을 틀렸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 책을 읽는 여러분께서 더 많은 '틀림'을 발견해 주시길, 그리하여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주시길 깊이 소망합니다...."

저자도 말했듯이 뭘 이런 걸 가지고 그러냐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런 것들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보고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알면서 매체나 문화나 언어들을 접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경우와는 얼마나 다른 것인지를 우리는 이제 알아 차려야 한다. 대중을 개돼지라고 표현했던 영화의 한 대사가 기억이 난다. 있는 그대로 주는대로 받아 들이는 쪽과 저자처럼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줄 알고 고치려고 노력하는 쪽 중 어느 쪽이 더 개돼지스러울지 우리는 이제 알아차리고 달라질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당연히 그러하다라는 틀에 박힌 생각을 깨고 왜 나는 이런 것들을 접할 때 불편했는지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나에게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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