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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정치 - 밀과 토크빌, 시대의 부름에 답하다
서병훈 지음 / 책세상 / 2017년 3월
평점 :
깔끔한 표지 위에 정갈하게 적힌 책 제목, '위대한 정치'를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여러 면에서 적시에 나온 책이라고 생각된다. 위대한 정치는 지금 우리 나라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지만 진정한 '위대한 정치'란 무엇인가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밀과 토크빌, 시대의 부름에 답하다' 라고 했다.
그들이 그들이 살던 시대가 요구하는 것에 답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들이 지금 우리 시대의 부름에 답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온고지신 이라고, 이렇게 혼란한 상황에서 민주주의와 자유주의의 시초에 서 있는 인물들의 삶을 되돌아 본다면 유의미한 교훈을 분명히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시그널에서 박해영이 범죄 수사에 도움을 얻기 위해 과거의 형사에게 무전을 보냈다면,
우리는 지금의 정치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해답에 가까운 힌트를 얻기 위해 이렇게나마 과거의 기록을 현대에 맞게 해석하며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것 아닐까.
이 책이 다른 책과 다른 점을 꼽자면, 이 책의 저자는 밀과 토크빌의 보통팬이 아닌 것 같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이론만 다룬 책과 달리 이 책은 그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사생활을 상당부분 다루고 있다. 그들간의 아쉬운 우정 이야기라든지 어린시절 이야기,학교생활 등등 다양하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서 밀과 토크빌이 어떤 '사람' 이었는지 더욱 이해할 수 있었고 그들의 이론이 좀 더 잘 이해되면서 더욱 잘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인상깊게 읽었던 부분은 토크빌의 글쓰기 방식에 관한 내용이었다.
토크빌은 완벽주의자로,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었으며 글 한 줄 한 줄에도 정확성과 중립성에 신중을 가했다. 그 결과 그는 문학사나 정치사에 있어 이렇다할 결과물을 여럿 남길 수 있었다.
밀과 토크빌은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한 엇갈린 생각으로 인해 결국 우정이 오래토록 가지는 못하게 된다. 하지만 그 두 사람이 너무나도 닮은 부분이 많기 때문에 헤어졌어야만 하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두 사람 다 정치에 대한 자신의 뚜렷한 주장을 갖고 있고 정치에 기여하기 위해 일생을 노력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의견이 부합하지 않은 사람과는 다른 사람들이 흔히 그러듯, 대충 굽히면서 살 수가 없었을 것이다.
글을 쓰는 사람은 많고 공부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그것을 실행하고 행동에 옮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요즈음 사회에도 흔히 '키보드 워리어'라고, 집 앞 컴퓨터에서만 열심히 비판하는 말을 자판으로 두드리지만 현실에서는 사회에 어떠한 기여도 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말과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기란 절대 쉽지 않은 일이다. 밀과 토크빌과 같이 자신의 이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고 오직 사회에 기여하기 위해 일생을 사는, 어쩌면 바보같은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그러한 '바보'들이 많이 필요하다. 그리고 한 단계 더 나아가서 대중의 마음을 끌어들이는 매력까지 갖추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모두가 이렇게 바보같이 공공선을 위해 살면서 대중친화적인 매력을 갖추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 밀과 토크빌에 관한 이 책을 다 읽고 덮고나면 얻는 교훈이 많을 것이다. 그들의 이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일생에 대해 알게 되기 때문이다.
훌륭한 친구가 자신의 인생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하는 기분이랄까.
현대의 지식인이라면 한번쯤은 읽어봤으면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