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의 죄
윤재성 지음 / 새움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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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사건, 인물이 아님을 확인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이다.

박주영 판사님의 <어떤 양형이유>가 가슴 깊이
박혀있기 때문이다. 끝나지 않는 비극을 1열에서 관람하는 사람들이 판사라면,
그 비극 속에서 열연하며
누군가를 공격하거나 벌을 달라 호소하는 배우는 바로 검사라는 직업 일 것이다.

소설 속에서 검사를 칼잡이 망나니로 표현한다.
죄를 지은 인간의 삶을 생명을 한 순간에 날릴
칼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의 악 속에서 보호받지 못한 생존자이자
범법자인 칼잡이 검사가 주인공이다.
모두 그를 괴물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나는 권순조 검사는 피해 생존자에서 괴물이 되어버렸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그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은 소설이니 가능한 일이고, 실제라면..
그는 마지막까지 어린 소년에게 지울 수 없는 두려움과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거악을 처단하고자 차악을 택했다. 그러나 악은 악일 뿐이다. 회색 지대에 깊이 몸을 담그면 물이 든다. 투명한 물에 잉크를 빠뜨리면 그 물은 더 이상 맑지 않다. 맑고 투명한 정의, 완벽한 선은 유토피아적인 상상이다. 그것을 꿈꿀만큼 순진하다는 않다. 그러나 최소한의 정의, 느리더라도 고지식하더라도 지켜져야 하는 최소 방어선은 있어야 한다. 흔들릴 수 있고, 나의 이익을 먼저 고려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마지막 그들의 선택의 결과에 따라 그들의 다음 스텝은 달라진다. 선과 악의 갈림길에서 그들은 선택했고 방향성에 맞게 나아간다. 그들의 무대도 변한다.

조승우 배우님이 검사로 나왔던 드라마<비밀의 숲>이 떠오른다. 특히 호걸의 모습에서 유재만 배우가 맡았던 (이창준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초심을 잃고 거악에 맞서다 거악을 쫒아 스스로 괴물에 잠식된 모습이 비슷했다.

이 세상을 선과 악으로 이분법으로 나눌 수는 없다. 어느 누구도 죄 앞에서 순결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단지 정도의 차이가 있고 실행을 했는가의 차이일 뿐. 이럴때 필요한 말이 최소한의 선의가 아닐까. 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선택해야 할 마지막 마지노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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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을 걷는 아이 - 모네의 <수련>부터 뭉크의 <절규>까지, 아이의 삶을 찬란히 빛내 줄 명화 이야기
박은선 지음 / 서사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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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직 어린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이 책에는 거창한 육아 성공담보다 내 아이에게 유산으로 남겨 주고 싶은 가치에 대한 여덟 가지 소망을 명화와 함께 담았습니다." 박은선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이 말 처럼 신뢰가 가는 말이 있을까. 미술을 가르치는 고등학교 교사이자 그림을 사랑하는 엄마가 들려주는 그림 이야기이다.

<미술관을 걷는 아이>
육아를 하며 나의 기준에 대해 많이 생각해본다. 나는 아이가 어떻게 성장하기를 바라는가? 돈이 많은 아이? 명예 혹은 권력을 가진 아이? 무엇보다 행복한 아이. 어둠 가운데서도 빛을 선택할 수 있는 아이가 되기를 바란다. 삶의 모든 순간 내가 옆에서 선택을 대신 해줄 수 없다. 결국 살면서 아이는 직접 선택을 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내 아들이 더욱 가치 있는 것을 선택 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주고 싶다. 더러움보다는 깨끗한 것을, 귀한 것, 근사한 것, 고귀한 것 등의 가치를 알려주고 싶다. 세상에는 아이를 자극하는 많은 것들이 있다. 더 매력있고 흥미롭다. 그럼에도 당장 눈앞의 유혹보다 더 가치있는 것을 선택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고 싶다.

'이해, 창의성, 관찰, 공감, 진실함, 감수성,지혜, 희망'

우리가 알고 있는 고전의 그림을 살펴보며 삶의 기본적인 가치 있는 것들을 배워간다. 그림을 읽어주는 저자의 이야기를 살피며 다시 발견되어지는 그림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교과서에서 혹은 여러 화집에서 자주 접해왔던 그림들을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정답처럼 외웠던 어느시대의 누구의 그림이 아닌, 취향이 입혀진 그림. 누가 더 잘그렸지?라는 단순한 판단을 하는 눈이 아닌 색채혹은 빛을 그린 작가와 형태를 중시한 그림의 취향을 받아들이는 시간이었다.

어린시절 남들보다 조금 잘 그린다는 이유로 나는 입시 미술을 한 적이 있다. 그때의 나는 오로지 베끼기 그 이상의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내가 그리고 싶은 선이 아닌 입시에서 요구되어 지는 스킬을 익히고 판화같은 그림을 찍어내는 것이 나의 과제였다. 고작 초등학교 6학년이었으나 그 이후로 그림은 획일화된 것 이상의 가치를 품지 못했다. 다행인지 입시에서 원한것은 판에 박힌 그림이 아닌 진짜 상상화를 원한 덕에 나는 최초의 실패를 경험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은 내게 '잘된 일'이었다.

획일화된 틀에서 벗어날 기회!! 다행히 다른 일에 열정을 품고 다른 길을 걸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림을 사랑하고 미술관에 가는 것을 즐긴다. 나의 이런 경험은 아이에게 강요하지 않는 선택을 하게 했다. 창조성을 키우기라는 이름붙은 강요보다 다양한 선택지 속에서 성장하며 배움의 길을 걸어가는 방법을 택했다. 크레파스로, 연필, 물감,색종이로 무엇을 그리든 고쳐주지 않는다. 아이가 그린 동그라미가 딸기라고 하면 웃으며 받아들였다.

“정보의 홍수, 지식이 범람하는 세상에서는 의미가 담긴 '선택'이 창의성의 원천이 됩니다.”
육아의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책이든 놀이든 그림, 음악, 체육 등 선택은 엄마의 몫이다.

넘쳐나는 정보 속에 소신을 갖고 나아가
아이라는 명화를 완성하는 법으로 저자는 그림을 권한다
“진정한 사랑을 주는 방법으로 명화를 빌리는 것 뿐입니다.”
명화라는 방법을 통해 또 내가 선택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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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테면, 그단스크 - 낯설지만 빛나는 도시에서
고건수 지음 / 효형출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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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서를 제공 받아 주관적으로 썼습니다. ^^

낯선 도시로의 초대,

공간감수성이 풍부한 전문가로부터 낯설지만 애정어린 공간을 소개받았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들여다 보았다. 세월의 더께를 들추며 감추어진 마을로 걷다가 발견한 역사의 증언들, 그곳에서 여전히 그들의 존재가치를 증명하고 있었다. 과거의 상흔을 품고, 한계를 넘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공간 속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발견한다.

'우리는 때때로 공감의 순간을 마주한다.'

나에게 여행길에서 가장 기억 나는 순간은 유명한 랜드마크 앞에서가 아니라 길을 잃었을 때였다. 그 기억 탓에 여행중에는 의도적으로 길을 잃고는 했다. 잠시 지도를 넣어두고, 네비게이션을 꺼두는 시간. 발길이 닿고 마음이 닿는대로 걷다가 발견하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떠나온 집에 보내는 엽서를 적고는 했다. 여행 책자에서 흔하게 추천하지 않는 지역을 전문가의 시선과 동행하는 산책은 즐겁다. 특히 유럽의 건축은 공학보다 예술적인 학문에 가깝다. 잘 알려져 화려한 명성으로 둘러쌓인 곳보다 미지로의 방문은 특별하게 다가왔다. 지명조차 낯선 공간, 이름은 들어봤으나 가보지 못했던 유럽의 어느 도시들. 의미없던 무명의 도시들이 유의미하게 다가왔다. 오랜시간 사람들의 애정으로 지켜온 도시와 문화예술의 가치를 존중해 온 사람들 덕에 그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옛 향취를 엿보는 것이 가능했다. 건축가의 진심으로 지켜진 마을의 역사를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다정한 공간 여행자의 애정어린 시선 덕이라고 감히 말한다.

과거를 넘어 현재 새로운 이야기를 덧 입히는 공간들이 있다. 한국에서도 성수나 익선동과 소제동은 철거 대신 다른 방식으로 살아남는 길을 택했다. 대나무 숲이 있는 곳의 정취를 살려 풍류를 담은 공간을 만들기도 했다. 머물러 있는 공간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용도를 변경하면서 잊혀진 곳들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단순히 경제적으로 가치가 더해진것 그 이상의 사례들을 발견했다.

이곳에는 초콜릿 공장이 도서관으로 바뀐 것, 리예카의 종이 공장등은 도시 경제를 담당하는 곳에서 다음 세대를 위한 문화 공간이 되었다. 산업 유산이 골칫덩이가 아닌 새로운 역할을 감당하는 것, 특히나 다음 세대의 문화 교육을 담당했다. 건물의 용도변화를 넘어 과거와 현재 더불어 미래까지 품게 되었다.

여행에 문화, 역사,예술적인 서사가 담겼다. 읽지 않을 이유가 없다. 아니 예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건물도 결국 사람이다. 태어나고 성장하며 이런저런 일을 겪는다. 인생이 주름 위에 새겨지듯, 공간의 역사도 건물 곳곳에 흔적을 남긴다. (중략) 예스러움은 세월의 떄가 낀 채 조금 낡은 그대로 남았고, 수술로 꿰맨 자국은 자국대로 정직하게 스몄다. p91

다른 시간에 쓰인 글이 한데 만나던 공간은, 그렇게 도시의 지난 이야기들이 촘촘히 새겨진 새 옷을 입었다. 새 옷 위에는 책을 세운 모양의 창을 냈다.p127

그가 사랑으로 남긴 계획은 시간을 초월해 공간으로 남았다. 류블랴나 도시 이름에는 사랑이 담겨 있다. 류블라나에서 류비티는 슬로베니아어로 ‘사랑하다‘라는 뜻이다. 이 도시에는 폐허가 된 고향에 희망이 되겠다는 한 건축가의 진심이 담겨 있다.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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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둥 - 지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위한 10가지 생각의 기둥
얀 로스 지음, 박은결 옮김 / 다산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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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둥#인문#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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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 19세기 영국에서 보낸 편지 - 로맨스 여제의 삶과 사랑, 매혹의 삽화들 일러스트 레터 2
퍼넬러피 휴스핼릿 지음, 공민희 옮김 / 허밍버드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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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쓰기의 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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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난 편지쓰기의 진정한 묘미가 뭔지 알게 됐어. 그건 늘 상대에게 말로 하던 걸 고스란히 종이에 옮기는 거야. 그러니까 난 이 편지에서 최대한 빨리 언니에게 이야기 하는 중인거지.”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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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여러개의 편지 상자가 있다. 답장으로 받은 편지와 차마 붙이지 못한 편지. 다시 읽어 볼 때면 너무 오글거려 안 보내길 잘 했다 싶은 편지들, 그럼에도 구구절절 씌여진 글 위에서 순수한 마음이 읽혀진다. 그 순수하던 시절 사랑하던 작가의 편지다. 읽어야만 하는 이유가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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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교환 일기를 썼고, 편지를 적었다. 핸드폰이 생긴 후에도 여전히 편지는 가장 선호하는 소통 방식이다. 답장없는 편지에 이제는 적지않게된 것은 애석한 일이다. 그런데 19세기의 그녀가 내게 말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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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말하는 거야?” 다아시는 몸을 돌리고 잠시 엘리자베스를 쳐다보다가 시선이 마주치자 눈길을 거두고 차갑게 말했다.” <오만과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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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오스틴의 오랜 팬이라면 누구나 반할 만한 그녀의 편지 글이다. 19세기 영국에서 쉼없이 말을 건넨다. 그녀의 일상이 담긴 편지 속에서 발견하는 <오만과 편견>, <설득>,<노생거사원>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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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일어나자마자.. 쭉 읽었어.. 아! 난 책이 너무 좋아! 평생 책만 읽으며 살고 싶어. 장담하는데 널 만나지 않았다면 이 좋은 세상을 모르고 살았을거야.” <노생거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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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하는 작가의 사생활을 엿보는 것 만으로도 짜릿하다. 비혼 여성이 그 시절 살아가는 방식, 그럼에도 홀로 글을 쓰기로 선택한 삶의 이야기를 응원하게 된다. 독신 여성은 끔찍한 가난에 직면하게 되지만, 그녀는 사랑하지 않는 사람의 청혼은 거절하기로 한다.



선택했으나 흔들리는 모습 조차 인간적이다. 상상과 현실은 다르니까. 남자 형제의 도움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는 현실은 너무 씁쓸하다.



사랑하던 이들을 잃고 홀로 남은 고독함의 영향으로 글을 쓰지 못하던 시기에 대해 알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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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좀 더 사적이고 사색적인 시선들 속에서 그려진 사람들의 모습이 흥미롭다. 엘가의 음악과 함께 곁들여 읽으니 서정적인 분위기에 취해 편지 글을 읽고 있는 듯 하다.




(엘가를 선택한 것은 <모든 순간의 클래식>속의 외로움 챕터 덕이다. 전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외로워했던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이 오스틴의 편지에 빈 공간을 메워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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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 없는 결혼을 하느니 차라리 안하는 편이 더 낫고 수월해.

📗 독신 여성은 가난하게 살아야 하는 끔찍한 경향이 있어서 이 부분이 결혼을 갈망하게 하는 쟁점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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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대상>

- 제인 오스틴을 추앙하는 사람들

- 편지쓰기의 매력에 빠져 본 적 있는 사람들

- 영국의 19세기 이야기에 흥미 있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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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글 사이 사이 그 풍경과 옷차림 등이 삽화로 그려있다. 그녀가 살았던 곳의 그림 등을 보며 그 시절을 상상해보는 것도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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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오스틴#제이오스텐19세기영국에서온편지#편지속문장#인생편지#일러스트레이터#오만과편견#비혼여성#여성작가#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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